밀알복지재단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최근 ‘제9회 일상 속의 장애인-스토리텔링 공모전’을 진행했다.

스토리텔링 공모전은 장애인과 관련된 일상 속 이야기들을 통해 장애인식개선을 도모하고자 2015년부터 진행되고 있다. 올해에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함께 진행, 기존 일상부문에 고용부문이 추가됐다.

공모전 결과 이음미 씨의 ‘빙산의 일각’ 일상부문 대상, 박수현 씨의 ‘우리의 삶이 해석되는 순간’ 고용부문 대상 등 총 30개 입상작을 선정해 시상했다.

입상작 중 대상 2편, 최우수상 4편, 우수상 9편 등 15편을 소개한다. 열세 번째는 고용부문 우수상 수상작인 박준규의 ‘젊은 투석환자의 내일’이다.

젊은 투석환자의 내일

박준규

매일 아침 8시간 동안 기계를 통한 투석이 끝났다는 알람소리와 함께 눈을 뜹니다. 벌써 복막투석 7년차이기에 습관처럼 정리를 하고 출근 준비와 함께 하루를 시작합니다. 저는 비교적 젊은 나이인 20대 중반에 콩팥이 망가져서 만성신부전 판정을 받아 투석을 시작했습니다.

아직도 7년 전 처음 투석을 시작하게 될 때가 생각이 날 때가 있습니다. 추석 연휴 첫날, 며칠 동안 몸이 좋지 않아 응급실을 갔습니다. 응급실에 도착해서 피를 뽑고 결과를 기다리는데 이상하게 몸이 점점 추워졌습니다. 피검사 결과가 나오고 다급하게 의료진이 저를 간이침대에 눕혔는데, 그 뒤로 기억이 잘 나지 않았습니다.

드문드문 내가 이동 중이구나, 무언가 시술을 하는 구나를 느끼고 정신을 차렸을 땐, 저는 투석실에 누워서 급하게 가슴에 연결한 인공혈관으로 혈액투석을 진행중이였습니다. 후에 병원에서 말하기를, 제 검사수치 결과의 사람이 병원에 걸어서 들어온 것도, 이런 수치를 본 것도 병원개원이래 처음 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병원에 오는 것이 조금만 늦었어도 생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투석실에서 눈을 떴을 때 유독 지쳐 보이시는 부모님이 보였습니다. 제 손을 잡고 있는 어머니의 손이, 뽑혀서 걸러지는 피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빛이, 제 가슴에 박혀있는 인공혈관보다 무겁고, 아프게 느껴졌습니다. 가족들이 저로 인해 힘들어하는 게 보기 싫어 일부러 더 밝은 척 행동했습니다. 이식수술도 가족의 장기를 받는 것은 가족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이라 느껴져 받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니 신기하게도 어느덧 정말 긍정적인 사람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긍정적인 생각은 몸과 마음에 변화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물론 때때로 내가 가지게 된 장애에 대한 원망이나, 장애로 인해 포기하게 된 꿈에 대한 아쉬움 같은 것 들이 마음속에서 몰려올 때도 있었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이 내 마음속의 긍정적인 생각의 빛에서 비롯된 그림자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장애를 가지게 되기 전엔 신학교를 가서 신부가 되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그 꿈을 접어두고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아침 출근길 지하철이 답답하고 힘들지만 되도록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길을 걸어가려고 합니다.

처음 투석을 시작하게 됐을 땐, 겉으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했지만 속은 우울감과 상실감이 속에 자리 잡았습니다. 물과 햇빛을 받지 않아 시들어가는 식물처럼 하루하루 내 속이 시들어가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투석을 하기 전엔 어디 가서 말을 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 게 어렵지 않았었는데, 내가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 마음속으로 식은땀이 나거나 긴장감이 생긴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생각만이 아닌 행동으로 변해야겠다고 깨달았습니다.

인터넷으로 장애인 취업에 대해 알아보고 상담을 받고 취업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취업 준비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한 사무직이지만 시들어 가는듯한 내 삶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일이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좋은 회사에 좋은 동료 직원 분들은 장애인인 저에 대한 차별 없이 대해주셨습니다. 차별이 없을 뿐만 아니라 많은 배려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은 장애인의 취업을 도와주는 훈련 등을 진행하는 곳입니다. 이곳에 훈련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밝은 미소로 인사를 먼저 건네주십니다. 표정과 말투에서 느껴지는 순수한 호의에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때로는 아침마다 사무실로 오셔서 아침인사를 해주시는 분도 계시고, 오실 때마다 밝게 인사해주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렇게 훈련을 받기 위해 이곳에 오시는 분들은 열정을 가지고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가끔 훈련생 분들의 실습훈련을 위해 도움을 드릴 때가 있습니다. 바리스타 훈련의 경우 메뉴 주문을 하고 음료를 테스트해본다던가, 네일아트 훈련은 직접 제 손에 네일아트를 받아보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가까이에서 훈련생분들을 보는데, 그 순간만큼은 그분들의 장애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만큼 훈련을 받는 분들을 보면 그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열심히 훈련과정을 따라가려고 합니다.

훈련을 끝마칠 때쯤 되면 ‘일하는 것에 장애라는 것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되면서, 저도 괜히 뿌듯한 감정이 듭니다. 사실 처음에는 훈련을 받으러 오는 장애인분들의 조금은 어리숙한 모습에 ‘과연 훈련을 잘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참 오만하고, 어리석은 생각이었습니다.

나는 장애로 인한 차별을 받지 않길 원하면서, 오히려 나는 다른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 어린 시선을 가지고 있던 게 아니었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제가 일을 하지 않았다면 평생 차별과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상태로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어리석었다는 것을 지금이라도 알게 된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일을 시작한지 3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3년 전에 비해 많은 것이 달라진 것을 느낍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을 해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되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하지 않았던 옛날에 비해 출퇴근하면서 자연스럽게 체력도 좋아졌습니다.

물론 일하면서 생기는 어려움이나, 업무가 주는 스트레스가 있지만, 반대로 업무를 해결하고, 끝마쳤을 때 오는 만족감에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기도 합니다. 일하기 전에 중증장애가 있기에 나는 무언가를 할 수 없고, 무기력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질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사회생활을 하고, 내 힘으로 번 돈으로 생활을 하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부정적인 생각을 덜 하게 됩니다.

언젠가 지나가면서 보게 된 문구가 생각이 납니다. “장애인의 내‘일’이 있기에 장애인의 ‘내일’이 있다.” 제가 일을 하면서 가장 와 닿는 문구입니다. 일을 하기 때문에 내일을, 미래를 계획하고 꿈꿀 수 있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저는 기쁘게 내 일을 맞이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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