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는 22일 최근 정신장애인에 대한 최근 2건의 무죄판결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정신장애인의 장애특성과 인권이 충분히 고려되는 형사사법 체계를 구축할 것”을 요구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6월 16일 춘천지방법원에서는 사기 등으로 기소된 정신장애인에 대한 무죄판결이 선고됐고, 같은 달 23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는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기소된 정신장애인이 무죄판결을 받았다.
사기 등으로 기소된 정신장애인 A씨는 보이스피싱 중간책으로 피해자에게 받은 현금을 신원미상의 조직원에게 전달했다는 이유로 1심에서 징역 2년이 선고됐다. A씨가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공범이며 범죄에 가담한 횟수와 방법, 결과 등을 고려했을 때 죄질이 매우 무겁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A씨가 아르바이트의 일환으로 업무를 인식해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지시를 기계적으로 따른 결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A씨의 정신질환인 양극성 정동장애의 정도가 심하고 장애로 인한 지능지수가 낮은 것을 고려해 비장애인과 같은 인지능력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원심의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재판을 받은 정신장애인 B씨는 정신과 약을 복용한 후 집 밖에서 마약 관련 다툼을 하는 소리를 듣고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B씨의 말과 행동이 어눌하자 수상하다는 이유로 현관문을 닫으려던 B씨를 제압하고 집안을 수색한 뒤 연행했다. 억울하게 체포되고 그 과정에서 상처까지 입은 B씨가 큰 소리로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모욕죄까지 추가됐다.
재판부는 경찰이 B씨가 현관문을 닫으려고 했을 때 제지한 행위가 강제처분이며 이에 대한 근거가 부족해 현행범 체포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아 모욕죄가 정당방위에 해당해 결과적으로 무죄로 판결했다.
지금 두 재판 모두 완전히 끝난 상황은 아니다. A씨에 대해 검사는 채용 절차가 일반적인 채용 절차와 달랐고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는 이유로 상고했고, B씨에 대해서는 경찰의 공무집행이 적법했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연구소는 “두 판결은 무죄판결이 난 다행스러운 사례이지만, 정신장애인의 권리가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쉽사리 침해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면서 “정신장애인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또는 피고인으로 수사 및 재판을 받는 경우 정신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강압적인 수사가 이루어지거나 정신장애인의 장애특성이 판결에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경찰, 검찰, 판사 등 형사사법 체계에 전반적인 장애이해교육 커리큘럼이 명확히 존재해야 하며 정신장애 당사자나 가족, 장애인 단체 등에 자문 및 지원을 받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정신장애와 장애 인권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이 결여된 검사들의 항소와 상고에 대해 유감”이라면서 “형사 사법체계에서 정신장애인의 장애특성과 인권이 충분히 고려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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