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장애계 인터넷신문 기사에 따르면 여성장애인 이춘희 씨가 개방형직위인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장에 낙점됐다. 신임 이 과장은 오는 14일 자로 임용될 예정으로, 출근을 앞두고 있다.

이춘희 신임 과장은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여성정책팀장 및 이사, 의정부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 장애인보호작업장 가브리엘작업장 원장, 장애인직업재활시설 더해봄 원장,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지난 3월 13일 보건복지부가 김치훈 전 발달장애학생 대안학교 꿈더하기 교장을 장애인권익지원과장으로 임명했지만 일부 장애인단체들의 반발과 압력으로 당사자가 자진 사퇴한 뒤로 4월 3일 재공고 이후 4개월여 만의 일이다.

이는 이미 현 정부가 강조하는 공정한 인사 검증 절차에 따른 결과를 스스로 부정한 것으로 공직, 특히 개방형 직위 임명 과정과 절차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다음과 같이 개선을 요구한다.

첫째, 당사자 임명 원칙에 대한 재확인이 필요하다.

이미 지난 3월 신임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장 자리를 놓고 장애계의 설왕설래가 이어졌던 것은, 해당 자리가 2004년 개방형 직위로 바뀐 이후 역대 과장 5명 모두 줄곧 장애당사자 몫이었지만, 그 당시 비장애인이 임명되면서다.

사실 업무능력과 전문성, 정치적 편향성 등은 결과에 대한 주관적 해석의 여지가 있고, 인사검증 과정에서 더욱 객관성을 담보해야하는 사항이다. 하지만 장애인당사자 임명 원칙은 UN 장애인권리협약과 최종견해 등에서 끊임없이 강조하는 것이 ‘장애인의 참여’, ‘공적활동에의 참여 장려’인 상황에서 정부 장애인정책의 방향성과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된다.

따라서 당사자 임명 원칙의 재확인이 필요하며, 부득이 준수하기 어려울 경우 그 사유와 결정 원칙 등을 장애계와 적극 소통함으로써 이번 사태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할 것이다.

둘째, 이의 제기 절차와 결정에 따른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언론 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임명 당일 불미스러운 일까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고, 일부 장애인단체의 성명과 문제 제기로 인해 압력을 느낀 당사자의 자진사퇴, 재공고를 거쳐 재임명까지 이어져 왔다.

하지만 입장에 따라 주관적일 수 있는 업무능력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등을 강조하며 장애인정책국장 경질까지 주장했던 상황에서, 문제제기를 했던 단체 출신의 신임과장 임명 소식은 또 다른 오해와 억측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공직 인사과정에서는 물론이고 주요 핵심 장애인정책의 입안과 결정 등에서 보건복지부가 제시할 기준은 특정 단체의 주장, 요구에 따른 번복의 모양새가 아니라, 선택에 이르기까지의 절차와 결과의 정당성, 즉 원칙과 기준일 것이다.

셋째, 장애인당사자의 다양성 확보에 대한 고민과 의지표명이 필요하다.

앞서 김치훈 임명자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단체는 성명에서 “모든 장애인 당사자를 대표하는 단체와 소통하며 정책 방향성을 이끌어야 하는 중요한 직책인 만큼, 발달장애인 분야에 한정된 전문성만 갖고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비단 이번 사태뿐 만아니라 기존의 지체장애(척수 포함)위주의 임명 선례를 돌이켜볼 때, 정부의 당사자 임명 원칙에 대한 재확인이 필요하듯 업무능력과 전문성, 포괄성을 판단할 기준에 대한 재정의와 시각, 청각, 발달 등 장애 다양성을 포용할 계획과 의지표명도 중요할 것이다.

신임 장애인권익지원과장의 업무는 장애인차별 관련 관리·운영 및 종합대책 수립, 장애인 편의증진에 관한 계획의 수립,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및 관련 서비스의 지원·육성, 장애인생활시설 및 지역사회재활시설의 지원 및 육성 등을 담당하게 된다.

재임명 과정의 불협화음과 우려를 불식시키고 장애인개방형 직위 임명의 명분과 취지에 맞는 향후 행보를 기대한다.

2023년 8월 10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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