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유령나라에 새벽닭 울다”

영상은 보신 분이 안 계시지요? 지금도 촬영되고 있는 리얼 영상입니다. 우리모두가 출연자입니다.

직접 출연하다 보니 제작물은 오늘도 만들어지고 있고 영원한 미완성작이어서 보신 적이 없게 느껴지는 겁니다.

에이블극장이 사회복지사들에게는 인기랍니다. 여러분이 자주 찾아오셔서 이런저런 정보를 나누십니다.

지난 주 초 서울 동쪽에 있는 A복지관에서 P라는 복지사 한 분이 찾아왔습니다. 여름이라고 납량특집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무섭지가 않았습니다. 더 더워지게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7월부터 맞춤 운동 서비스가 신청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6월 중순부터는 평생학습교육권 신청도 받기 시작했구요. 또 취미로 쓸 수 있는 장애인스포츠이용권도 있고, 집수리 서비스도 있습니다. 우리가 몰라서 사용 못 하는 복지 혜택이 많습니다.

P씨는 그런 상황이 안타까워서 담당 지역 장애인분들에게 전화를 일일이 했답니다.

“저는 A복지관에서 장애인 업무를 하고 P입니다. 아시면 도움 되실 정보가 있어습니다. 찾아뵙고 설명 드리려 합니다. 찾아 뵈어도 될까요?”

치료 혜택 정보도 있고, 취미 생활 참가 혜택 정보도 있다고 덧붙였답니다. 약 서른분께 전화를 했습니다. 오라고 한 집이 딱 두 집이었다고 하더군요.

그의 해석이 슬펐습니다. 이렇게 생각들 하기때문에 오라고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지금 내 나이 40 넘었다. 뭔 치료를 받는다고 몸이 좋아지겠느냐? 다 쓸데없다. 취미 생활? 배부른 소리 말아라, 하루 하루 먹고살기도 바쁘다. 그저 밤에 TV 보면 됐다. 정부에서 준다는 바우처 서비스 이것저것 다 해 봤다. 별로더라. 더 기대할 바도 없다. 나 장애인 된 지 10년 넘었다, 그냥저냥 살아갈 만 하다. 귀찮게 하지 마라.”

방문한 임대 아파트에서 안전바 다는 서비스를 말하자 당장 그거 설치 못한다. 관리사무소에서 못 달게 한다고 격하게 반발하더랍니다.

P씨가 관리사무소에 문의했습니다. “이사할 때 안전바 때문에 생긴 구멍만 메워주면 된다. 처음 입주 때와 같은 상황으로 되어있어야 한다는 조건 듣고 그러는 모양인데 구멍 메우는 것 어렵지도 않다. 실리콘 쓰면 간단하게 해결된다”고 하더랍니다.

P씨는 이걸 ‘거부 당근증’이라고 하더군요. 하도 많이 거부를 당해 봐서 이것도 ‘당근 안된다고 할거야’라고 미리 생각한다는 겁니다.

성경은 예수라는 양반이 주인공입니다. 그가 병자들을 고칠 때 꼭 묻는 말이 있습니다. “낫고 싶으시오?”

저는 그 대목을 읽을 때마다 의아했습니다. 아픈 사람이 낫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저는 2000년에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23년째 살다 보니 취업, 이동, 가끔 통증이 힘겹기는 하나 지낼 만 합니다. 차라리 너 백만원줄까 하면 얼른 ‘넹’할 겁니다.

저부터 유령이 되고 말았습니다. 도전정신이 없으니 독기 빠진 짝퉁 유령이 되었습니다. 제대로 된 유령이면 존재 가치라도 있는데 짝퉁에 머문 유령입니다. 도무지 쓸모없는 존재입니다.

새벽닭이 울었습니다.

이제 해가 뜰 겁니다. 장차연의 박경석 대표는 몇년전 장애인 드라마 만들려는 제게 재활을 주제로 하지 말라며 장애인 만 명 중에 재활하는 사람 한, 둘 밖에 안된다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그 한둘에 속하지 말라는 법이라도 있나요?

우리의 노력 저는 잘 압니다. 얼마나 애써보셨는지요? 장애인 돕는 정책, 얼마나 실망스러운 수준인지요. 저도 잘 압니다. 이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웃어라, 네 주변 모든 사람이 같이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만 울 것이다.” 같이 웃으십시다. 장애를 가졌다고 찌그러지지 마십시다. 찌그러지는 사람만 더 힘들어집니다. 극복하고 아니고는 이미 중요하지 않습니다. 애썼다는 것이 우리를 유령이 되지 않게 합니다. 포기하지 마십시다. 포기는 배추 셀 때나 쓰는 단어라잖아요.

“천국은 침노 당하나니 침노하는 자는 빼앗느니라”(마태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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