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정신병원에서 또 한 명의 정신병원 입원환자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정신의료기관을 조사하고 정책검토를 했던 전직 조사관으로 정신장애인 인권에 대해 무거운 마음을 가지며, 5회에 걸쳐 반복되고 있는 실태와 원인이 되고 있는 법‧제도에 대해 정리해 보고 개선의견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정신병원 격리·강박 실태 현장조사 사진들. 외부환기창이 없고 내부가 노출돼 환자의 사생활이 보호되지 못하고 있다.ⓒ에이블뉴스정신병원 격리·강박 실태 현장조사 사진들. 외부환기창이 없고 내부가 노출돼 환자의 사생활이 보호되지 못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오로지 정신과 의사에게 집중된 권한

잘 알려져 있지만, 정신병원의 입원 결정은 현행법상 ‘정신의료기관의 장’이다. 입원제도가 엄격해져서 다른 병원의 또 다른 전문의에 의한 2차 진단(추가진단)이란 제도가 있지만, 입원을 결정하는 주체는 정신의료기관의 장, 실질적으로 해당 병원의 정신과 전문의이다.

정신병원은 다른 진료과와 달리 입‧퇴원이 자유롭지 못하다. 더욱이 병동 안에서 신체적 자유가 제한되는, 즉 구금되는 폐쇄병동에 입원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환자를 개방병동에 입원시킬지, 폐쇄병동에 입원시킬지 결정도 정신과 전문의가 결정한다.

그리고 입원하면서 혹은 입원 중 저항이 심하거나, 정서적․행동문제가 심할 경우 특정한 곳에 일정 시간동안 환자를 격리하거나 신체를 묶는 등의 행위인 강박을 결정하는 주체도 전문의이고, 입원환자에게 전화를 제한하게 하는 것도 전문의가 결정한다. 전화만이 아니라 면회, 물품제한 등 병원입원에서부터 병동에서의 모든 행위를 전문의가 결정해서 지시를 내린다.

법적으로는 간호사나 그 외의 의료인들은 의사의 지시를 집행하는 역할을 하기에 정신병원 안에서 의사는 절대 권력자이다. 그리고 정신과 전문의의 이 절대적 권한은 바로 정신건강복지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에는 오로지 징신의료기관의 전문의만이 입‧퇴원, 약물처방을 포함한 치료조치, 통신제한, 면회 등 모든 병원생활에 대한 통제와 지휘권을 두고 있다.

격리강박의 경우, 그 피해가 너무 커서 격리 및 강박이 연이어질 때 다학제팀의 회의를 갖도록 “정신건강복지사업 안내”에 ‘격리 및 강박 지침’을 제시하고 있으나, 격리강박이 급박한 상황에서 이뤄지고, 다학제팀에 외부인을 포함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지점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자. 정신의료기관 입원이야 진단을 거쳐야 하므로 전문의의 진단이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으나, 병원 입원 이후 통신, 면회, 외출, 격리 및 강박 등 이 모든 조치들을 전문의 1인이 판단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1인의 의사가 담당하는 환자 수가 최대 60명이고, 일주일 동안 대면조차 못 하는 환자가 부지기수인 상황인데...

현행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에 의하면 정신병원에는 의사, 간호사, 정신건강전문요원이 배치인력기준의 전부이다. 이외 보안전담인력을 두게 되어있으나 이는 치료나 보호에 개입하는 인력이라 보기 어렵고, 보호사는 법적 근거가 없는 인력이다.

앞선 기고에서 언급했듯이 전문의 배치기준은 유럽 국가를 제외하고 대만, 일본, 미국 할 거 없이 비슷하게 형편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제외한 국가들은 전문의 이외에 다른 전문가들을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심리학자, 대인활동전문가, 직업재활전문가 등의 전문가를 두게 하고 있고 대만도 임상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작업치료사 등을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유럽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미국이나 유럽국가들은 환자의 치료단계에서부터 팀 접근을 하고 있다. 병동 생활 혹은 외부소통 등의 문제는 향후 퇴원 후의 지역복귀에 연계되어있는 문제로 전문의가 전적으로 결정하기보다 간호사,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등이 팀을 이뤄 논의하고 결정한다. 오로지 정신과 의사 한 명이 환자 입원, 격리 및 강박, 병동생활, 퇴원 및 사회복귀 등에 모든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는 국가는 드물다.

백번 양보해서 60명의 환자를 한 명의 의사에게 맡기는 것도 좋다. 그렇다면 정신병원을 정신의료기관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인력배치로는 무엇이 있는가?

찾아볼 수 있는 필수인력은 정신건강전문요원 1명이 전부이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에는 100명당 정신건강전문요원 1명을 두도록 하고 있다. 입원환자 입원에서부터 퇴원 그리고 퇴원이후 지역사회연계까지 해주어야할 인력으로 의사보다 감당해야할 환자가 더 많다.

더욱이 정신건강전문요원에게 주어진 권한이 아무것도 없다. 정신건강복지법상에 모든 권한이 오로지 전문의에게만 집중되어있기 때문에 정신건강전문요원(대개 정신건강사회복지사)도 의사의 지시에 따라 주어진 프로그램만 제공하는 것이 전부이다.

다학제팀이 구성되어있는 병원의 경우에 정신건강전문요원이 포함되어있으나 과연 발언권이 있을지, 그 만큼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라 보기 어렵다. 해외의 경우처럼 입원환자의 퇴원게획이라도 수립할 의무가 있으면 모를까 정신건강전문요원에게 주어진 권한이 없어도 너무 없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정신병원이 불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다. 전문의 1명이 환자 60명의 입・퇴원 등 모든 것을 결정하고 지시하는 현행 정신건강복지시스템이 과연 치료서비스라는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이 글은 이인영 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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