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정신병원에서 또 한 명의 정신병원 입원환자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정신의료기관을 조사하고 정책검토를 했던 전직 조사관으로 정신장애인 인권에 대해 무거운 마음을 가지며, 5회에 걸쳐 반복되고 있는 실태와 원인이 되고 있는 법‧제도에 대해 정리해 보고 개선의견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기약할 수 없는 정신병원 퇴원
일반적으로 병원에 치료를 위해 입원을 하면, 의사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검사 등을 마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치료를 할 계획이고, 그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를 대략 얘기해준다.
그런데 정신과는 그렇지 않다. 물론 인간의 가장 고귀하고 어려운 정신을 치료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말을 안 해주는 것이 아니라 몰라서 못해주는 것일 수도 있다.
모든 정신병원이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대개의 일반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환자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어떻게 치료하고, 언제쯤 퇴원할 수 있다는 말, 혹은 어떤 요건이 되면 퇴원할 수 있다는 설명을 의사로부터 들은 바가 없다고 한다. 인권침해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신병원에 치료 또는 퇴원계획을 제출하라고 하면 딱히 제출하는 것이 없다. 어떠어떠한 증세가 있어서 퇴원이 어렵다고만 한다.
그러니 환자는 답답할 노릇이다. 아무리 정신적 질환이 있다고 해도 뭘 얼마나, 어떤 요건이 되면 퇴원할 수 있다는 말이라도 들어야 감옥과 같은 병원에서 나갈 희망이 있는 것이고, 그 희망을 위해 노력이라도 해볼 텐도 도무지 알 수 없고 병원에 대한 불신과 반감만 쌓일 뿐이다.
그러면서 퇴원 준비는 전혀 도와주지 않는다. 영국은 법에 애프터케어(aftercare)라는 서비스가 있는데,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강제입원환자에게 당사자의 주거, 주간활동, 고용, 교육, 가족관계, 위기대응방안, 복지혜택 및 재정관리 등을 포함해 당사자의 정신건강 어려움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병원에 다시 입원할 필요가 없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법에 의거하여 환자가 요청하거나, 필요시 병원에서 퇴원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는데, 환자가 지역사회에서 받을 수 있는 복지 혜택의 자격을 확인하고, 퇴원 계획에 지원거주, 숙련 간호시설, 가족, 친구, 카운티 정신건강시설과 쉼터 등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대만도 정신위생법 제33조에 근거하여 퇴원 전에 환자와 보호자가 재활서비스, 지역사회 정신건강증진기관 의뢰 및 배치 등 퇴원 후속 조치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지역의 정신건강 관련 기관 또는 장소는 환자의 주소(거주지)가 위치한 지방자치단체 또는 카운티(시)의 관할 당국에 즉시 통지하며, 지자체는 후속 보호를 제공하고 필요한 지원을 제공해야 해야 한다. 대만의 퇴원계획은 정신장애인을 국가가 통제할 의도가 있어 보이기는 하나, 우리나라처럼 무기한 입원시키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퇴원계획 및 준비, 사후 서비스에 대해 미국과 대만은 정신의료기관 질 관리 및 평가에 반영하고 있고,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건강급여에 해당하는 병원의 재정지원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안 지킬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제21대 국회 회기에 퇴원계획 수립에 대한 법안이 발의된 적이 있다. 퇴원계획은 사실상 치료계획인 동시에 지역사회로 복귀하기 위한 계획이기 때문에 정신장애인 당사자는 물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과 노력, 자원이 요구된다. 단순히 병원이, 지자체 혹은 보건소나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한 기관이 단독으로 수립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제22대 국회에서도 개정법 논의가 재개될 것이라 기대하는데, 이 부분이 충분히 반영되어야할 것이고, 중요한 것은 퇴원준비 등이 반드시 정신병원 평가 또는 인증제 척도에 반영되어야할 부분이라는 점이다.
*이 글은 이인영 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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