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장애인차별금지법을 구하라’ 피켓.©에이블뉴스DB‘위기의 장애인차별금지법을 구하라’ 피켓.©에이블뉴스DB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가 서울북부지방법원이 무려 30여 년간의 장애인 착취사건에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해 무죄 선고했다고 규탄했다.

1일 연구소는 성명서를 발표해 서울북부지방법원이 지난 7월 12일 해당 사건에 대해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유죄만을 인정해 단 5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A씨는 지적장애인으로서 지난 1985년 서울 소재의 한 사찰에 들어간 이후 30여 년간 사찰 주지 B씨에 의해 무임금으로 노동을 착취당하는 동시에 일을 제대로 못 한다는 이유로 상습적인 폭언과 폭력을 당했다.

B씨는 이를 불교의 수행인 울력의 일환이라고 주장했지만, 2008년 4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지적장애인 피해자에게 예불, 마당 쓸기, 잔디 깎기, 농사, 제설작업, 경내 공사 등 노동을 시키고 급여 총 1억 2,929만 5,200원을 미지급한 혐의를 받았다.

또한 2016년 4월 피해자 명의로 서울 노원구 상계동 소재 아파트를 구입하고, 2018년 1월 피해자 명의의 계좌에 대한 출금전표 2매를 작성해 은행 직원에 제출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이에 장애인단체는 2017년 12월경 가까스로 탈출한 피해자를 도와 2018년 2월부터 고발을 진행했고, 긴 법정 공방 끝에 2022년 6월 8일 서울북부지방법원은 피고인 B씨에 대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에 대해 징역 1년의 유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인 서울북부지방법원 또한 2023년 2월 14일 B씨에 대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에 대해 징역 8개월의 유죄 판결을 내렸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지난 1월 31일 오전 10시 대법원 앞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와 ‘사찰 내 장애인 학대 사건 면죄부 대법원 판결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에이블뉴스DB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지난 1월 31일 오전 10시 대법원 앞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와 ‘사찰 내 장애인 학대 사건 면죄부 대법원 판결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에이블뉴스DB

하지만 B씨의 상고로 이뤄진 대법원 판결에서 2024년 1월 4일 대법원은 1심, 2심과 달리 장애인차별금지법위반에 대해 무죄 취지로 이번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은 2심 법원의 판결에 문제가 있어 문제가 있는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가 없으니 그 판결의 효력을 없애기 위해 2심 판결을 ‘파기’하는 것으로,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인해 이번 사건은 다시 2심 재판부의 재판을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다시 진행된 2심 재판에서 서울북부지방법원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린 지난 재판의 결정과는 다르게 무죄를 선고한 것.

서울북부지방법원은 “비장애인과 비교해 피해자를 차별적으로 대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이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9조 제1항의 구성요건 중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행위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사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해자로 하여금 사찰 내 종교적 사역에 비장애인 스님과 같은 지위에서 참여하도록 한 B씨의 조치가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이라고 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취지에 오히려 부합하는 정황으로 볼 여지가 있을 뿐 ‘장애인에 대한 악의적인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함부로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보았다.

이러한 판단에 대해 연구소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처음부터 끝까지 ‘비장애인과 비교’하라는 말은 존재하지도 않고 장애인 차별과 관련된 차별구제조치나 손해배상, 국가인권위원회 차별판단 모두 해당 요건을 들지 않는다. 이는 발달장애인이 불이익을 당해도 이의를 제기하거나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에 대해 한순간도 고려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내릴 수 있는 기득권의 오만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피해자는 승적에 승려로 등록되어 있지도 않다. 1심, 2심 법원에서는 모두 피해자가 수행한 고강도의 노동은 스님이 행하는 울력의 정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판단했다. 자신의 노동에 대한 대가를 요구할 수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 피해자가 종교적 사역을 이해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이러한 제반 사항을 고려했을 때 스님의 호칭과 울력은 단순히 피해자의 노동력을 손쉽게 착취하기 위한 ‘가스라이팅’의 수단으로 이용된 것은 아닐지 재판부는 의심하고 고려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장애인 학대 사건에 있어 가해자에 대한 엄벌은 유사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초적이고 필수적인 전제이다. 그러한 지점에서 이 판례가 다른 장애인 차별 및 학대사건에서 그대로 답습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참담하고 우려스럽다”며 “부당한 판결은 그 자체로 폭력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인권의 최후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사법부가 장애인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한 반인권적이고 시대착오적인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