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로를 연주 중인 필자. ©박관찬체로를 연주 중인 필자. ©박관찬

이번 레슨에서 해보기로 한 곡은 노사연의 바램이다워낙 만남으로 유명해서 그런지 만남과 비슷한 곡인가 생각했는데악보상으로는 음표가 많아서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아무튼 이번 레슨에서 배워보기 위해 일주일 동안 바램의 계이름을 외웠다

레슨에서 내가 외운 계이름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쭈욱 연주했다연주가 끝난 후첼로 선생님이 내가 계이름을 적어둔 악보(음표는 없고 계이름을 적은 한글로만 구성된 악보)와 바램’ 악보를 잠시 비교하며 읽어 보셨다그리고 이번 레슨에서 엇박자에 대해 이야기하며 박자 맞추는 것에 대해 집중적으로 레슨해 주셨다

엇박자는 어감으로는 엇갈린 박자를 의미하는 것 같은데집에 와서 검색해 보니 음이 제 박자에 오지 아니하고 어긋나게 오는 박자를 의미한다내가 이해한 뜻이 맞는 것 같다. ‘바램에 그 엇박자가 많이 등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외운 계이름대로 무작정 연주하는 게 아니라 엇박자 등 악보상에 나와 있는 박자를 맞춰가면서 연주할 수 있도록 선생님이 레슨해 주셨다물론 이번 레슨 단 한 번으로 엇박자를 완벽하게 해내지는 못했다사실 좀 어렵게 다가온다.

정확한 박자라면 미뉴에트의 3/4 박자처럼 한 마디에 정확하게 4분음표 3또는 4분음표 하나와 8분음표 4개가 들어가는데엇박자는 그렇지 않다마디 안에 음표들로만 구성되어 있기보다는 쉼표도 등장하고, 8분음표들 사이에 8분쉼표가 나오는가 하면 (내게는 생소한4분쉼표도 나오고 16분음표들이 이어지기도 한다그야말로 어지럽게’ 마디를 구성하고 있다

그래서 선생님이 자주 말씀해주신 내용이 발로 박자를 맞추고입으로 리듬을 맞추기였다연주하는 동안 발로 기본 박자를 계속 맞추고 있고입으로는 곡의 리듬을 맞춰보면서 연주하는 거다즉 첼로가 어떤 리듬으로 흘러가는지와 별개로 발은 계{속 일정한 박자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즉 메트로놈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방법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왼손은 음정을 짚고오른손은 활을 잡고 각각 맡은 역할에 집중하고 있는데메트로놈 역할을 하는 오른발에까지 집중하기가 여간 쉬운 게 아니다오른발은 메트로놈처럼 계속 일정한 박자를 유지해야 하는데자꾸 내가 연주하는 리듬에 맞춰 발이 움직인다박자가 무너지는 것이다

바램의 어떤 마디에서 박자와 리듬이 맞춰지지 않았다대여섯 번을 반복해서 해봐도 잘 맞춰지지 않아서 나도 모르게 마음이 급해지고 답답해졌다근데 이런 모습의 나와 달리 선생님은 정말 침착하시고 계속 시도해 주셨다할 수 있다는 듯이.

체로를 연주 중인 필자. ©박관찬체로를 연주 중인 필자. ©박관찬

으로도 분명 해낼 수 있다

레슨하면서 작년에 선생님과 함께했던 어느 레슨이 떠올랐다

작년애 배웠던 곡들 중 최고로 기억하는 곡은 'You Raiss Me Up'이다연주하다가 고음이 등장하는 부분에서 상위 포지션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왼손을 이동해서 높은 음정을 짚어야 한다.

지금의 첼로 선생님을 만나기 전까지 난 어쩌다 상위 포지션으로 이동하게 되면 무조건 상위 포지션에 붙여져 있는 스티커를 찾아서 그 부분을 짚으며 연주했다스티커의 위치를 잘 찾으면 정확하게 음정을 짚었으니 맞게 연주가 되었겠지만빠른 곡은 스티커의 위치를 찾을 겨를이 없으니까 제대로 짚지 못하고 그냥 넘어가며 연주해버린 적디 있었다.

하지만 ’You Raise Me Up'은 상위 포지션이 굉장히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스티커의 위치를 찾는 것만으로는 연주하기가 어려운 곡이었다그래서 첼로 선생님이 어느 레슨에서 스티커를 찾는 게 아니라 으로 상위 포지션을 짚을 수 있도록 끝없이 반복적으로 지도해 주셨다

레슨 후 난 혼자서도 계속 시도하고 연습하면서 지금은 상위 포지션을 연주할 때 스티커의 위치보다는 감을 믿으며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내가 연주했던 곡 중에서 ’You Raise Me Up'이 스티커의 위치를 찾으면서 연주하는 게 아닌정말 감을 찾으면서 연주했던 곡이다 그래서 그 어떤 곡보다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그래서 이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내 기준에서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연주했을 때늘 첼로 선생님이 생각난다이렇게 발전할 수 있게 가르쳐 주셔서

더 좋은 연주자가 되기 위한 과정

이번 레슨 후 첼로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선생님은 내가 가진 장애를 생각하지 않고 똑같이 레슨할려고 한다고처음에는 선생님도 내가 첼로를 연주하는 게 신기하고 감동이고 완곡하는 거에 박수를 보냈지만이번에 피아노 반주와 함께하는 연주를 보면서 정확한 박자와 리듬의 중요성을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발박자가 어려운 거지만 이걸 해내면 더 어려운 리듬의 곡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선생님의 말씀에 괜히 내가 감동하고 울컥했다선생님이 이런 생각으로 레슨에 접근해주시는 게 너무 감사했다. ’You Raise Me Up'을 완곡하게 된 뒤 상위 포지션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있게 활용하고 있는 것처럼발박자도 선생님이 알려주신대로 연습하고 연주를 할 때 적용할 수 있게 된다면 바램을 시작으로 더 어려운 곡도 연주할 수 있게 될 거라고 확신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선생님의 레슨은 100% 그 이상 신뢰하게 된다지난번 레슨을 시작하면서 선생님이 내게 했던 질문과 내 대답이 그걸 증명한다스케일을 하기 위해 활로 첼로의 줄을 긋는데 진동이 좀 시원찮아서 다시 그었더니선생님이 진동이 잘못된 게 느껴지냐고 물으셨다난 진동의 잘못된 것과 풍성한 것을 구분할 수 있게 된 거다

그래서 난 오늘도 첼로를 연주한다그래서 내 오른발이 메트로놈 역할을 잘 수행하고, ‘바램도 잘 연주해내서 첼로 선생님으로부터 칭찬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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