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장애를 이해하고 레슨하는 선생님 이야기 > 복지정보

지난 17일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주관한 장애예술인 창작활성화 사업 '마음으로 연주하는 시청각장애인 첼리스트의 창작활동 준비과정' 수행을 위한 첫 회의를 첼로 선생님과 함께 했다. ©박관찬

개인적으로 올해 꼭 해보고 싶었던 일 중 하나가 장애예술인으로서 창작활동을 하는 것이었다. 감사하게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주관한 올해 장애예술인 창작활동 준비과정에 선정되어 시청각장애인 첼리스트로서 창작활동을 위한 준비과정 사업을 하게 되었다. 지난 17일 사업의 첫 번째 일정으로 내게 첼로를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과 회의를 했다. 

첼로 선생님과는 그동안 레슨 시간에만 만났기 때문에 이렇게 문자통역을 받으면서 회의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다. 물론 레슨 시간에도 많은 대화를 나눴고, 레슨 때 못다한 이야기는 카카오톡으로 주고받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드디어 회의라는 핑계 아닌 핑계를 만들어 선생님과 마주 보고 앉아서 이야기를 나눠 보게 되었다. 

회의를 하면서 그동안 레슨하면서 선생님이 하고 계셨던 생각도 들어볼 수 있었고, 평소 선생님이 어떤 마인드로 첼로를 가르치는지도 알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특히 ‘열정이 있는 학생이라면 어디든지 첼로를 가르치러 간다’는 선생님의 말씀은 너무 감동적이었다. 

이제 사업비 덕분에 연습실을 대관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전에는 레슨을 위해 집으로 선생님이 방문해 주셨다. 선생님의 스케줄에 따라 이동 경로가 길어질 때는 왕복 3시간이 넘게 걸릴 때도 있었다. 1시간 레슨을 위해 이동하는 시간이라는 걸 감안하면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니다. 하지만 레슨 때마다 하나라도 더 알려 주려고 하시던 선생님의 모습을 떠올리니 선생님의 마인드가 새삼 크게 다가온다.

내가 첼로의 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에 레슨하면서, 또 연주하면서 테크닉(기술)적인 부분이 아무래도 아쉬움이 생긴다. 선생님도 그 부분을 고민하고 계시지만 시간을 가지고 노력과 연습을 하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격려해 주셨다. 

실제로 그런 부분을 내가 조금이라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활을 잡은 내 손을 함께 잡고 강약을 조절해 주신다. 또 박자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활을 잡지 않은 다른 손으로 무릎이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박자도 맞춰 주신다. 

선생님의 레슨 덕분에 난 첼로에 대한 자세가 이전과 비교해 많이 달라졌다. 이전까지는 순수하게 첼로 연주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감사하게 여기고 즐기는 그 자체였지만, 이제는 연주를 더 잘하고 싶어졌고 또 내 연주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도 많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활로 첼로의 줄을 그을 때 나는 진동이 예전처럼 ‘그냥’ 긋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진동의 풍성한 정도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연주를 시작할 때 진동이 풍부하지 않으면 다시 시작하고, 또 연주하다가 어느 부분에서 진동이 일정하지 않으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걸 느낀다. 소리를 못 듣는 대신 진동의 풍성함을 알 수 있게 된 건 내게 정말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첼로 선생님은 시청각장애에 대해 이해라고 어떻게 레슨할지 항상 고민하고 연구한다고 한다. 이렇게 좋은 선생님과 함께하면서 나도 더 열심히 배우고 연주하고 싶게 된다. ©박관찬

또 그동안 2~4포지션에 대한 두려움이 정말 컸지만 이젠 이런 포지션을 활용하고 싶은 욕구가 크다. 오히려 그동안 1포지션이라는 물에서만 놀았던 게 너무 아쉽게 느껴질 정도다. 그만큼 선생님은 내가 첼로에 대해 더 이해하고 좀 더 깊이 있는 연주자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길을 안내해주신 거나 다름없다. 

그래서 이젠 내 연주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꼭 확인하고 싶어졌다. 무대에서 연주해도 사람들이 박수치는지, 내 연주를 얼마나 집중해서 보고 있는지 난 전혀 모를 때가 대부분이다. 무대에서 관객석까지의 거리가 있기 때문에 박수치는 소리도 들리지 않고 박수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고 무대를 즐기며 연주하곤 했다. 

하지만 내 실력이 늘어나고 발전하게 될수록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고 싶어졌다. 내가 연주하는 곡에 맞춰 노래를 흥얼거리는지, 박수를 치는지, 기립하는지 등. 어느 연주에서나 접할 수 있는 사람들의 반응이 내 연주에는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궁금한 것이다. 그만큼 이젠 내 연주에 대해 나도 ‘순수한 즐거움’에서 더 나아가 ‘깊이’와 ‘믿음’이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회의를 통해 선생님과 나눌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사업 덕분에 이렇게 회의를 하게 되면서 이제 새로운 시작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도전해보지 않았던 좀 더 어려운 정통클래식 곡을 해보기로 했다. 회의에서 선생님이 보내주신 악보를 보고 (어려워 보여서) ‘헉’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지만, 집에 와서 찬찬히 다시 읽어보니 재미있는 곡 같다. 선생님이 추천해준 곡들은 하나같이 너무나 좋은 곡들이었다. 

선생님과 앞으로도 많은 걸 함께하고 싶다. 내가 첼로를 시작한 뒤 정말 이만큼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래서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이 크다. 지금보다 더 잘 연주할 수 있고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기 때문에 모든 앞으로의 과정을 선생님과 함께 하고 싶다. 

레슨 때 활용하는 음성인식기능 어플이 조금이라도 인식을 잘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레슨하기 전 말하는 걸 연습했다는 선생님, 또 시청각장애에 대해서도 알아보기도 하셨고 레슨에서 많이 사용하는 단어를 수어로 배우는 선생님은 정말 ‘배우는 선생님’, ‘공부하는 선생님’ 같다. 이렇게 훌륭한 선생님에게서 배우는데 어떻게 열심히 배우지 않을 수 있을까. 

선생님과 함께하는 앞으로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