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인류의 재난인 기후위기 속에서 가장 위험한 취약계층 중 하나인 장애인이 기후위기의 피해자가 아닌 기후 위기 대응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지난 9일 부평아트센터 세미나실에서 기후위기인천비상행동과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주최하고 염전골햇빛발전협동조합이 주관한 ‘기후위기와 장애인 인권’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일상화 되고 있는 기후재난 속에서 장애인권적인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다.
염전골햇빛발전협동조합에 따르면 기후재난이 모든 인류의 위기임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지만, 모두에게 똑같은 위기를 만들고 있지 않다.
코로나19의 첫 사망자는 장기입원해 있던 정신장애인이었으며, 지난해 폭우로 사망한 피해자 역시 발달장애인 일가족이었다. 이처럼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이 재난으로부터 가장 위험한 사람들이며,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가장 먼저 죽고 다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더욱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로부터 장애인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 여러 부처와 기관에서 장애 유형에 따른 재난 대응 매뉴얼을 개발하고 있지만, 대부분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개발됐다는 것.
토론회에서는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장과 장종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이 발제를 맡았으며, 김한별 기본소득당인천시당 위원장, 윤호숙 노동당인천시당 기후정의위원장, 인해 녹색당인천시당 사무처장, 박순남 더불어민주당인천시당 장애인위원장, 박병규 정의당인천시당 정책실장, 조은구 진보당인천시당 사무처장, 박옥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김홍규 인천사람연대 집행위원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장은 발제를 통해 “국가는 기업이 아니다. ‘효율성’이라는 자본의 논리로 운영되고 있는 현재의 시스템이 기후위기의 원인이며, 망가진 지구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인권과 다양성의 관점에서 기후위기 시대에 적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위기에서 가장 먼저 피해를 받는 사람들은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이다. 정부가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보육, 의료, 교육, 노동, 주거 등의 기준을 마련하고 보장해야 한다. 보편적인 인권에 대한 개인의 인식전환과 함께 법과 제도를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종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은 “일본과 미국은 재난 발생 시 피난에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사람에 대한 명단 작성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장애인에 대한 안전 관리 정책 기반이 취약할 뿐만 아니라, 재난대피 시 환경적 인프라는 물론이고 관련 통계 수집도 부족하고, 대형재난 상황에서 글을 읽지 못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장애인들을 위한 별도의 재난문자 통보와 같은 기본적인 정보제공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재난 대응체계를 평가했다.
이어 “장애인에 대한 재난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는 형식적인 재난취약계층대책을 넘어서 재난발생 시 재난취약계층의 실질적 안전보장이 될 방안들이 국가 및 지자체에 의해 수립돼야 한다”며 “기후위기로 인해 더 큰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장애인을 기후위기 대응의 주체로 존중해 달라”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한별 기본소득당 위원장은 “기후위기뿐 아니라 차별과 배제로 인한 사회적 재난은 일상에서 서서히 그리고 치명적으로 등장하고 있다”며 “일상을 뒷받침할 ‘모두를 위한’ 정책이면서, 기후정의의 주체로서 장애인이 지탱할 수 있는 구체적 토대와 장애인 참여를 보장하는 기후대응 거버넌스 정책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인해 녹색당인천시당 사무처장은 “기후위기 대응과 기후 정의 실현을 위한 제대로 된 공론장이 필요하다”며 “이 공론장에는 삶으로 기후재난을 마주하고 있는 장애인 당사자들과 현장활동가, 관련 연구자들의 참여가 가능한 공론장이 돼야 한다. 공론장에서 모색한 대안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고 구현하기 위한 예산이 마련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은구 진보당인천시당 사무처장은 “전 세계 대부분 장애인이 정부로부터 시스템적으로 배척당하고 있다”며 “장애인에게 ‘재난 약자, 재난 취약계층’과 같은 또 다른 꼬리표가 덧붙여지지 않도록 장애인의 권리, 장애인의 생각과 관점이 반영된 기후위기 대응 정책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홍규 인천사람연대 집행위원장은 “주거환경에 따른 재난 위험 조사, 재난 징후 감시 유형별 지원 체계와 지원단 편제, 대피시설의 환경 개선, 응급 대처 및 의료 서비스의 추가, 재난 취약한 당사자들에 대한 교육과 정보의 제공”을 요구했다.
한편 토론회 참가자들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들의 경험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한다는 것에 공감했다. 또한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 장애 관점이 도입될 수 있도록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하는 논의의 장을 열어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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