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월화 드라마 ‘크래시 (’연출 박준우, 극본 오수진)는 교통범죄수사 드라마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교통범죄수사팀은 TCI(Traffic Crime Investigation)라고 했다.

남강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TCI)에는 다섯 명의 메인 전문 형사가 나온다. 차연호(이민기 분) 주임(경위)은 카이스트 출신으로 전직 보험조사관이었다. 교통범죄수사팀에서 실질적으로 팀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민소희(곽선영 분) 반장(경위)이다.

우동기(이호철 분) 형사(경사)는 신체는 거구인데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못 죽일 만큼 여리고 심약한 사람인데 자동차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는 스페셜리스트다. 그리고 우동기 곁에서 그를 지켜주고 대신 싸우는 사람은 가냘프고 날씬한 몸매의 어현경(문희 분) 형사(경장)다.

크래시. ⓒENA크래시. ⓒENA

이들과 함께 TCI(교통범죄수사팀)를 이끌고 있는 사람은 정채만(허성태 분) 팀장(경감)이다. 정채만 팀장은 곧잘 남강경찰서 구경모(백현진 분) 서장(총경)에게 사자성어로 항명(抗命)했다. 구경모 서장이 못마땅해하는 어떤 범인에 대해 방기곡경(旁岐曲徑)이라고 했다.

사자성어를 잘 모르는 구경모 서장은 정채만이 말한 방기곡경이 무슨 말인지 몰라서 “정채만이 뭐라고 했더라, 방귀라고 했나?” 해서 한바탕 웃음꽃을 선사했다. 방기곡경(旁岐曲徑)이란 바른길로 안 가고 굽은 길로 간다는 말이다.

강희터널 앞 강희삼거리에서 교통사고가 일어났다. TCI 팀에서 사고 운전자를 조사해 보니, 음주운전 같은데 귀신이 나타났다고 했다. “요즘 같은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어요?” 그러나 사고 운전자는 분명히 귀신이 나타나서 핸들이 제멋대로 돌아서 사고가 났다고 했다.

TCI 팀에서는 강희삼거리 주변을 조사했다. 강희삼거리는 사고 다발지역이었다. 원래 공동묘지였는데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못 떠난 귀신들이 떠돌면서 사람들에게 해코지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무당을 찾은 TCI. ⓒENA무당을 찾은 TCI. ⓒENA

TCI 팀에서는 답답한 심정에 무당을 찾았다. 무당도 혼이 안 보인다며 귀신이라고 했다. TCI 팀에서는 다시 한번 강희삼거리에 나가 보았다. 도로가 평평해서 물 빠짐이 잘 안된다고 했다. 그래서 유달리 비 오는 날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강희삼거리 주변 나무들이 누렇게 말라 죽어 있었다. 말라 죽은 나무와 귀신 소동 등의 이유를 알지 못해 차연호와 민소희는 잠복근무에 들어갔다. 그러던 중 정말 그들 앞에 하얀 소복을 입은 귀신이 나타났다.

강희삼거리에 나타난 소복 입은 귀신. ⓒENA강희삼거리에 나타난 소복 입은 귀신. ⓒENA

차연호와 민소희는 소복 귀신을 쫓았으나 어두운 숲길에서 그만 귀신을 놓치고 말았다. 그들은 귀신을 쫓아가다가 그곳에서 남강요양원을 발견했다. 요양원 직원은 요양원에서 생활하던 강옥금 할머니가 소복을 입고 남편 따라간다면서 강희삼거리를 떠돌았다고 했다.

민소희 : “오늘도 그 할머니 나가셨어요? 강옥금 할머니 좀 만나 볼 수 있을까요?”

요양원 직원 : “예? 그 할머니 작년에 돌아가셨는데요.”

강옥금 할머니는 소복을 입고 강희삼거리를 떠돌다가 강희삼거리 부근에서 007레커를 운영하던 최범구 차에 치여서 사망했다고 했다.

요양원을 찾아간 TCI. ⓒENA요양원을 찾아간 TCI. ⓒENA

최범구는 소복 입은 강옥금 할머니의 죽음에서 힌트를 얻었는지 그 후부터 소복 귀신 소동으로 강희삼거리에서 교통사고를 유발했다.

TCI 팀에서는 그동안 강희삼거리에서 사고가 난 사람들을 조사했다. 강희삼거리에서 사고가 난 사람들은 대부분이 귀신 때문에 사고가 났다고 했다.

어떤 문제에서나 그 문제로 인해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사람이 있다. 강희삼거리 귀신 소동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사람은 007레커차를 운영하는 최범구였다.

귀신소동으로 누가 이익을 보는가. ⓒENA귀신소동으로 누가 이익을 보는가. ⓒENA

강희삼거리에서 귀신 소동으로 사고가 나면 제일 먼저 달려 온 것은 007레커 최범구였다. 최범구는 사고가 난 차량을 뉴비전공업사 이승학 사장에게 맡기고, 그동안 메머드 렌터카 신정근 사장에게서 차를 렌탈했다.

이 과정에서 사고 운전자는 레커차부터 차량 수리비, 렌터카 비용 등에게 엄청난 삥을 뜯겼다. 그러나 TCI 팀에서 조사를 나갔을 때 모두가 손사래를 치면서 아무도 그들을 신고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모두가 하도 시달려서 후환이 두려웠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하자, TCI 팀에서 폐차 직전의 차를 하나 렌탈해서 비가 오는 날 민소희가 강희삼거리에서 사고가 났다. 당연히 007레커에서 차를 끌고 갔다. 최범구가 차 수리비가 많이 나오겠다며 그동안 렌탈을 하라고 했다.

폐차해 주세요. ⓒENA폐차해 주세요. ⓒENA

“아니요. 폐차해 주세요. 저 차만 타면 귀신이 보여요.”

교통사고가 나면 제일 먼저 레커차가 와서 교통사고 차량을 정비공장으로 끌고 가고, 정비공장에서 차를 수리할 동안 렌터카를 빌려주었다. 수리비는 물론이고 렌터카 비용은 차가 여기저기 흠집이 생겼다고 트집을 잡아서 수리비와 렌터카 비용을 왕창 뜯었다.

차를 수리할 동안 렌터카를 빌려주고 본전을 찾아야 하는데 귀신이 보인다며 폐차를 하겠다고 했다. 민소희가 수리를 안 하고 폐차를 한다는 바람에 내분이 일었다. 그 모든 과정을 어현경 형사가 동영상으로 찍었다.

그동안 강희삼거리를 조사하던 차연호는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도로가 젖어 있던 이유를 찾았다. 살수차로 도로에 물을 뿌리고 물기가 오래 머물도록 염화칼륨을 뿌렸던 것이다. 염화칼륨으로 도로에 물기는 오래도록 남아 있었으나 염분으로 주변 나무들은 말라 죽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 소복 입은 귀신을 동원한 것이다.

우리는 TCI이다. ⓒENA우리는 TCI이다. ⓒENA

정채만 팀장이 나타났다. 우리는 TCI이다. 강희삼거리 주변에서 교통사고를 유발해서 삥을 뜯는 사람들, 레커차, 정비공장, 렌터카 이 모두가 한 패였다. 모두가 한데 어울려 TCI 팀과 한판 붙었다. 차연호는 정채만과 민소희에게 나가떨어진 사람들을 묶기에 바빴다.

민소희가 그들에게 소리쳤다.

“그동안 귀신체험 놀이 재미있었습니까?”

“이제부터 감옥 체험 열심히 해 보시기를.”

장애인 차량 핸드콘트롤. ⓒ이복남장애인 차량 핸드콘트롤. ⓒ이복남

‘크래시’에서는 강희삼거리에서 일부러 교통사고를 유발해서 레커차 정비공장 렌터카 등이 비용을 부풀려서 삥을 뜯고 있다. 그러나 범죄하고 연관된 것이 아니라 해도 일상생활에서 사고는 언제나 일어날 수 있다.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사고가 나면 자동차를 수리하는 동안 렌터카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장애인 차량이 사고가 나면 렌터카를 이용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렌터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어떤 장애인은 렌터카를 이용할 수가 없어서 그 대신 교통비를 받았다고 했다. 교통비는 렌터카를 이용하는 비용에 훨씬 미치지 못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고 했다. 필자가 이 글을 쓰면서 몇 군데 렌터카 업체에 전화를 해 보았는데 장애인 차량을 구비한 렌터카 업체는 없었다.

사진은 필자가 아는 A 씨의 장애인 차량의 핸드콘트롤인데 A 씨는 휠체어를 혼자서 싣고 다닌다. A 씨는 접는 휠체어를 뒷좌석에 싣고 다니는데, 차량을 주차하면 뒷좌석으로 넘어가서 휠체어를 내리고 펴서 사용한다. 그리고 탈 때는 반대로 뒷좌석으로 먼저 타서 휠체어를 접어서 싣고 앞에 있는 운전석으로 옮겨 앉는다.

필자가 아는 B 씨는 장애인은 중형차 뒷부분에 리프트를 설치하여 리모컨으로 리프트가 내려오면, 휠체어를 타고 운전석까지 그대로 가서 운전하는 사람도 있었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임시주차표시. ⓒ제주시장애인전용주차구역 임시주차표시. ⓒ제주시

그런데 렌터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1~2년 장기 렌탈에는 장애인 주차증이 발급되지만 2~3일 등 단기 렌탈시에는 장애인 주차증을 발급받을 수 없어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장애인 차량이 있어야 장애인 주차증도 발급받을 수 있을 텐데 장기 렌터카에는 장애인 차량 핸드콘트롤이 부착되는 모양이다.

그리고 제주도에는 관광객이 많이 와서 그런지 렌터카에 임시 주차증을 발급해 준다고 했다. 발급 대상은 기존 장애인 주차표지를 발급받은 장애인으로, 제주 여행을 위한 차량 단기 렌탈 시에 거주지와 관계없이 전국 주민센터에서 렌터카 임차계약서를 확인 후 유효기간을 정해 임시 표지를 발급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인터넷에는 전국의 주민센터에서 렌터카 임차계약서를 확인 후 임시 주차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고 했는데 임시 주차증은 제주도에만 나와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제주시에 연락을 했더니 고맙게도 임시 주차표시를 보내 주었다.

전국 교통사고 현황. ⓒ도로교통공단전국 교통사고 현황. ⓒ도로교통공단

장애인이 되고 싶어서 된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특히 후천적인 장애인은 대표적인 요인이 질병, 산재 그리고 교통사고다. <장애인복지법>에 의거한 등록장애인은 2023년말 현재 2,641,896명이다. 이 가운데 교통사고 장애인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통계는 잘 모른다.

<장애인복지법>에서 규정한 장애는 15가지 유형이 있다. 그러나 교통사고 장애인은 뇌손상, 척수, 시각, 청각, 지적장애 등 어느 한 분야의 장애영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뇌손상을 비롯한 신체장애뿐 아니라 정신장애와 정서장애 등이 복합으로 수반되고 있어 재활대책도 다방면에 걸쳐 여러 가지로 요구되고 있다.

교통사고 장애인 C 씨는 사거리에서 신호 대기 중에 우회전하려던 차가 뒤에서 들이받아 중증장애인이 되었다. “내가 만약 그날 그 시간에 그 장소에 없었다면 교통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까?”하는 자조 섞인 한탄을 하는 때가 있다. 그러나 이미 일어난 사건은 후회하거나 한탄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

우리사회에서는 일 년에 20만 건의 교통사고가 일어나고 2021년 한해만 해도 2,916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사망자에게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지만, 그러나 우리는 291,608명의 부상자 중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후유장애가 남을지 그것이 문제로다.

물론 드라마 ‘크래시’에서는 일부러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교통사고범죄를 다루고 있지만, 남도 망치고 나도 망치는 음주운전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범죄가 아니더라도 교통사고는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으므로 모두가 교통법규를 잘 지켜서 교통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하시고, 불가피하게 사고가 났을 경우 절대로 피하지 말고 잘 대처하시기를.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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