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자립생활운동의 성과로 ‘장애인복지법’에 자립생활 지원이 명시되고 활동지원서비스 등 다양한 법과 제도가 만들어졌다. 자립생활센터가 300여개로 확대되고 자립생활 패러다임 변화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달체계가 됐다.

이는 자립생활운동의 의미 있는 결과이다. 그러나 2007년 자립생활이 ‘장애인복지법’에 명시된 지 15년이 지났음에도 자립생활센터가 장애인 서비스 전달체계의 하나로서 위상을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2006년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가 결성되고 법제화를 추진하였으나 시설이라는 용어의 거부감과 공모사업 형태의 지원에 안주하여 더 이상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이후 몇 차례 자립생활센터 존립이 위태로울 때마다 법제화 논의가 있었으나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자립생활센터는 권익옹호 운동단체이며 동시에 장애인 자립지원 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이 두 가지의 정체성을 가진다. 일부에서는 법제화되어 정부의 지원을 받아 관리·감독을 받게 되면 독립성이 훼손되고 이에 따라 운동성도 저하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운동단체로 역할을 제약 하는 것은 현재와 같은 공모형태 지원방식의 문제에서 일정 부분 기인했다고 본다. 법적 지위가 확보되지 않은 자립생활센터의 행정 및 예산지원과 관련하여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의 장애인복지 사업주체들에게 매년 ‘장애인복지사업 안내’를 발간하고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사업 운영’이라는 장을 통해 운영 방향, 지원대상, 사업내용, 조직 및 운영, 행정 사항 및 집행실적보고 등을 명시하여 통제했다.

특히 2010년 초반쯤 일개 담당 공무원 1명이 바뀌었을 때도 공모사업 형태의 운영지원을 이해 못해 그동안의 성과는 무시한 채 일반 공모사업 형태로 지원하겠다고 하여 자립생활센터가 위기에 빠진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법적 지위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으나 그 공무원이 교체되는 수준에서 그치고 법제화까지는 추진되지 못했다. 이후에도 자립생활센터들은 생존을 위해 공모사업과 활동지원서비스에 집중하게 되었고 더욱 각자도생의 길로 들어서며 협력관계가 아닌 경쟁 관계가 되어 뿌리가 약한 나무처럼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나뭇가지 같은 지위가 성장의 걸림돌이 되었고 자립생활 운동에도 소홀해진 측면이 있다고 본다.

앞에서 자립생활센터는 권익옹호 운동단체이며 동시에 장애인 자립지원 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이 두 가지의 정체성을 가진다고 언급했다. 이 두 가지 정체성은 이중적이거나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다. 권익옹호 운동단체로서 법과 제도를 만들어 내는 역할, 법과 제도에 기반하여 생성 되는 서비스를 전달하는 기관으로서의 역할 등을 수행하게 된다.

두 번째 역할에 있어서 자립생활센터가 자립생활지원서비스의 전달체계로 법제화되어 지위를 확보하게 되면 자립생활 운동을 통해 만들어진 법과 제도에 따라 생성된 다양한 자립지원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됨으로써 장애당사자의 자립생활 실천을 지원하고 그 성과는 자립생활 운동의 당위성을 증명하게 되며 이후 운동의 동력이 될 것이다.

또한 현재 많은 자립생활센터들이 전달체계의 중요한 요소인 인력구성에 어려움이 있다. 사회복지경력이 인정되지 않고 급여 수준의 차이로 역량 있는 신규인력 확보가 어렵고 내부에서 성장시키기에도 어려운 여건이다.

공모사업 형태에서 인건비 비율에 맞추다 보면 기존 경력자들은 어느 순간 샐러리캡이 발생한다. 이는 서비스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문제를 발생시킨다. 특히 자립생활을 실천하려면 지역사회 다양한 기관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이 필수이지만 잦은 인력교체는 이를 취약하게 한다.

더욱이 탈시설 로드맵의 실천에서 자립생활센터가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권익옹호 운동을 통해 생성되는 확장된 자립생활 서비스를 장애당사자에게 취지에 맞게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전달체계로서의 확고한 지위가 필요하다.

*이 글은 누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창순 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