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살이를 어떻게 견디니? 중도 장애라 어렸을 때는 장애는 없었지만, 그래도 참고 살았다. 오래 참으면 다 이루어진다. 성인이 되어 알게 된 것은 불운과 불편함을 너무 오래 참고 살아서 세상살이가 잔인하게 느껴진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이 세상의 잔인함을 어떻게 견디고 사는지? 나처럼 커피와 오차를 즐기면서, 자녀가 자라는 것을 기쁘게 보면서, 서로 사랑하면서, 삶 속에서 누구나 한두 가지쯤은 ‘견디는 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 절단 장애인이며 휠체어를 사용하는 나는 커피를 좋아해도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다.
바흐의 클래식 음악 ‘커피 칸타타’(음료 이름이 아닙니다)를 들으며 웃음 짓고, ‘양탕’으로 불렸던 구한말 커피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고종황제와 명성황후를 매혹 시켰다는 이야기며, 중동과 유럽의 커피문화에 관하여도 관심 있게 배웠다. 현재에 와서 카페가 소상 공업 창업 1위를 기록했다는 뉴스며, 에이블뉴스에서도 많이 다뤘다는 ‘스타벅스 장애인 채용’에 관한 기사까지, 나의 커피 애호에 대하여 우리 친구들에게 할 말도 많다.
쉽게 걸을 수 없고, 청소를 하거나 짐을 옮기는 것은 만만치 않지만, 양손을 사용하는 일은 가능하여, 머그잔과 컵을 들고 커피 마시기, 티와 오차 마시기 등이 나의 일과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한다. 나의 손에서는 컵이 떠날 줄을 모른다.
이렇듯 ‘커피홀릭’에 가까운 내가 경기도 ‘수원시 글로벌평생학습관’에서 열리는 ‘꽃차 교실’에 가서 꽃차와 ‘꽃차소믈리에’라는 직업에 대하여 배울 기회가 있었다. 커피 중독자가 되는 것은 아닌지 몸에도 좋고 향기 있는 꽃차도 가까이하며 살아야지 하는 마음에서였다. 두 번의 강의가 있었는데 첫 번째 강의는 ‘목련꽃 제다’, 두 번째 강의는 ‘화전놀이’였다.
꽃차 전문 강사님의 강의를 들으며 우리는 이른 봄에 피어나는 노란색 목련꽃을 손질하여 면포에 가지런히 두고 목련 꽃잎을 덖었다. 만들기가 쉬운 ‘쵸코목련’ 꽃차를 제다했다. ‘진달래 화전’, ‘팬지화전’을 만들 줄 알게 됐다. 칭찬과 함께 자잘한 것도 관심을 두는 게 좋겠다는 말씀도 들었다.
봄에 꽃을 피우려고 하는 귀한 꽃들로 차를 만든다. 감국 차, 연잎 차, 진달래술, 화전, 꽃 비빔밥 등 꽃을 애용하여 만들 수 있는 아름다운 것들은 여러 가지다.
제다 하는 사람, ‘꽃차소믈리에’는 와인소믈리에처럼 꽃차 하는 것을 다 알아서 해주는 사람을 말한다.
“모든 것이 마음을 다스리는 과정이에요, ‘슬로우 푸드’도 나를 다스리는 것이죠.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면 의미가 없는 것은 없고, 의미는 나로부터 시작하는 거예요. 내가 좋은 의미를 부여하거나 나쁜 의미를 부여하거나 결과가 나와요. 마음을 잘 다스리면 상처받을 일이 없어요라고 되뇌어 보셔요.” 꽃차를 배우며, 꽃차 강사님의 멋진 철학적인 말씀도 들어 좋았다.
엄마로서 장애인으로 사는 마음이 가난한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장애인이 꽃차를?’ ‘같이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꺼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향기로운 꽃향기를 맡으며 다 날리우고 정말 ‘꽃차 교실’에 오기를 잘했구나 하는 그런 마음이 되었다.

나에게도 우리에게도 ‘꽃차소믈리에’ 같은 낭만적인 직업이 가능할까? 티와 다류식품 관련 기업 사장님?
나는 사회복지사에게 ‘사회형성직업’에 대하여 배운 적이 있다. 노동집약적 직업군에는 신분의 귀천이 없다는 취지이다. 사회 취약계층도 좋다는 직업시장이라는 말이다.
‘꽃차 교실’을 통하여 생각해본 ‘꽃차소믈리에’, ‘제다하는 사람’, ‘다인’과 같은 직업들이 있다. 상공업에 종사할 수 없는 장애를 가졌거나 머리가 아픈 이들이 ‘다인’으로서 명맥을 유지했다는 고용노동부 기록이 있고, 많은 나라에서는 ‘차’ 집중 노동국을 양성한다. 세포가 어려운 사람들이 ‘다인’이 된다고도 한다.
일할 사람이 없다는 우리나라 녹차 산지 하동의 ‘녹차 다인’에 대한 기사는 직업시장의 블루오션처럼 느껴진다. 여성들이 빵과 케이크를 먹으면서 곁들이는 차와 커피가 노동집약적인 상품이라는 것을 생각 못 한다. 술을 못 마시는 사람으로서 커피와 차를 많이 마시는 나는 관련 직업 같은 것을 통하여 ‘장애인 기업인’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스타벅스 채용에 열광하는 우리는 ‘꽃차 만드는 사람’ 양성사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듯싶다. ‘다인 양성학교’, ‘꽃차소믈리에 양성소’를 만들어 보자. 또 모를 일, 스타벅스 채용처럼 많은 장애인이 새로운 고용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서구화 취향, 겉멋 들기, 외세편향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자연으로 눈을 돌린다면, 자연과 사람, 사람과 우정, 어머니의 품 같은 대자연은 우리를 따뜻하게 품어 줄지도 모른다.
꽃차 한 모금을 여러분께 권해 드린다. 카페를 하고 계신 많은 장애인처럼 나도 꽃차와 한방차, 약용차 등을 파는 ‘선방’을 운영하는 사장님이 되고 싶다.
지금 글을 쓰면서 그때 당시에 직접 만들었던 목련 꽃차를 마신다. 아이에게 먹이고 싶은 과자와 비건 쿠키, 뻥튀기, 쌀과자, 떡, 음료 등도 생각해 봤다. 우리에게는 꽃도 약이다. 약효가 있어서 남자와 여자에게 다 좋다. 술을 담가 먹으면 장수한다고 믿었고 아기에게도 먹였다.
꽃차의 향기로운 느낌이 커피 못지않게 좋기만 하다. 나도 취향 좀 바꿔야 해, 이 봄이 다 지나기 전에 우리 친구들과 아담한 차모임을 열고 싶다. 장애가 있는 우리의 불편한 몸과 마음이 꽃차를 마시면서, 커피도 좋고, 봄을 맞이하여 꽃처럼 활짝 피어나길, 또 꽃차처럼 향기로운 삶이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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