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용 보조기기 수리를 하러 공장에 갔다가 보조공학기기에 10% 자부담이 붙는다는 생경한 정보를 듣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확인하니 사실이란다. 원래는 올해부터 하려고 했으나 여러 가지 혼란이 예상되어 2024년으로 미루었다는 정보까지 주었다.
장애인 보조공학기기 지원은 장애인 고용 촉진과 직업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직업생활에 필요한 맞춤형 보조공학기기, 보조공학기기 구입 및 대여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2022년 8,570명의 근로하고 있는 장애인에게 작업용 보조공학기기 11,410점을 지원하여 고용유지 제고에 기여했다고 한다.
그동안 자부담 없이 신청하였으나 2024년부터는 보조공학기기 구입·대여 및 맞춤형 보조공학기기 지원에 소요되는 비용의 9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원하며 나머지 10%는 지원 대상자가 부담한다고 「2023년 보조공학기기 안내서」에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보조공학기기 지원은 근로 장애인에게 자존감을 높이는 정책이었는데 이에 따라 근로의 유인 요소가 약해지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특히 중증의 근로 장애인에게는 근로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은 물론 근로의욕을 고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자랑도 했다. 정부에서 이런 것도 준다고..
중증장애인에게 지원된 비율이 2017년 60.7%, 2018년 65.6%, 2019년 73.8%로 증가하고 있으며 경증장애인에게 지원된 비율은 39.3%, 2018년 34.4%, 2019년 26.%로 감소하고 있다. 이는 더욱 취업에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 보조공학기기가 지원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보조공학기기의 지원 한도는 장애인 1인당 1천5백만원(중증 2천만원)인데 최대 2천만원을 신청하면 자부담을 2백만원을 내야 한다. 그러면 반납하면 10%를 되돌려주나? 공단에서는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추진하는 것일까?
먼저 형평성의 문제라고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장애인보조기기에는 10%의 자부담이 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정보통신보조기기에는 10~20%의 자부담이 있는데 공단은 자부담이 없으니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왜 이럴 때 만 형평성을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 근로활동에 형평성의 잣대를 대는것은 어색하다.
또 하나는 도덕적 해이라고 한다. 무분별하게 필요 없는데도 신청하거나 오남용으로 정작 필요한 근로 장애인들이 신청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이는 예산 부족의 문제이고 관리의 문제이지 장애인 근로자의 문제가 아니다. 오남용 문제는 충분한 심사와 관리를 통해 해결할 문제이지 당사자의 도덕적 해이를 이야기하는 것은 근로 장애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2020년 고용개발원에서 연구한 <보조공학기기 지원사업 실태분석>에서는 실제로 업무수행을 하는 데 있어서 보조공학기기의 활용은 전반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어 보조공학기기 지원을 통한 근로자의 생산성 향상이 더욱 확보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야 하고 이를 위해 보조공학기기 지원사업의 수요를 반영한 예산 확대와 맞춤형 보조공학기기 지원의 확대가 필요성에 대해서 제언하였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22년도에 자부담과 관련한 연구를 했다고는 알고 있으나 그 자료는 비공개라 볼 수가 없었다. 추측건대 정부의 2024년 예산안 편성지침과 관련되지는 않았을까? '도덕적 해이‘를 엄정 관리하고 재량 지출을 10% 감축하라는 요구에 애꿎은 보조공학기기에 형평성과 도덕적 해이를 덧씌우지 않았나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고용공단은 장애인 근로자를 위해 정부를 설득해 볼 수는 없었을까? 특히 중증의 장애인들에게는 보조공학기기가 절대로 필요하다, 세금 내는 장애인에게 이 정도의 대우는 해주어야 한다고 말이다. 가성비를 따져야 하는 재정정책에 이만한 가성비가 어디 있냐고 근로자의 입장을 대변했는지 궁금하다.
참고로 2023년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총예산은 8,456억이고 이중 보조공학기기 지원 예산은 192억으로 전체예산의 약 2.27%이다.
한편 장애인단체와 충분한 협의 과정이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올해 1월 말에 있었던 ‘2023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사업설명회’에서도 이런 말을 듣지를 못했다. 그리고 이런 슬픈 정보를 내 주변의 장애인들이 모르고 있다. 당장 내년에 실시가 되는데 사전 공지도 없다. 그래서 그들이 느낄 배신감을 짐작할 수가 있다.
대한민국은 장애인의 근로를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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