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인 시선은 정신적 장애 당사자에게 상처가 된다. (C) pixabay공격적인 시선은 정신적 장애 당사자에게 상처가 된다. (C) pixabay

소수자를 비난하지 말자는 약속은 좀 식견 있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상식이 되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소수자와 장애인을 비하한다는 의식 없이 소수자와 장애인을 비하하고 있다. 그중 정신적 장애인의 위생관념, 가난, 비만에 대한 사회적 시각을 소개하고자 한다.

며칠 전, 잘 씻지 않는 남자들에 대해 평한 글을 SNS에서 보게 되었다. 글쓴이는 “사람 새끼에게 씻는 법도 가르쳐줘야 되냐”며, 남자들에게 박박 씻을 것을 권유하였다. 씻는 것은 기본적인 매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씻는 것이 당연하지 못한 사람들도 어딘가에는 있다.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한 채 성장했거나, 중증장애를 가진 사람이 그 중 하나이다.

나의 경우는 어릴 적 위생관념을 터득하지 못한 나머지 잘 씻지 않아 집단따돌림을 당한 기억이 있다. 그리고 다른 자폐인 중 일부는 감각이 민감하여 물이 몸에 닿는 것조차 거부하기도 한다.

정신장애인 중에서도 가족들의 방치나 우울장애, 음성 증상 등으로 인해 제대로 씻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또한 지적장애인은 그 특성상 위생관념을 제대로 익히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특히 중증지적장애인은 주변인의 돌봄 없이는 위생을 유지할 수 없기도 하다. 거동 자체가 어려운 중증신체장애인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러한 편협한 사고방식은 우리 사회가 빈곤과 빈곤층을 바라보는 인식이기도 하다. 비슷한 시기에 어느 방송국의 유튜브 계정이 자동차 광고 영상에 “형?! 실물 머야?! 가난해 보이잖아”라는 댓글을 달았다가 누리꾼들에게 발각된 일이 있었다. 아주 가끔씩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라도, “돈 없으면 연애하지 말라”라거나 “돈 없으면 애 낳지 말라”라는 말이 흔히 돌곤 한다.

부족한 위생관념이 당연히 여겨지는 것처럼, 정신장애인 중 많은 사람들이 빈곤하게 살아가고 있다. ‘2021년 정신장애인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월평균 가구소득은 361.7만 원인데 반해, 장애인 가구는 242.1만 원이다. 그런데 정신장애인 가구는 무려 180.4만 원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장애 유형 중에서 가장 낮다. 같은 해 정신장애인의 의료급여 수급자 비율은 55.6%로 역시 전체 장애 유형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이다. 정신장애인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은 또 있다. 공공임대주택 거주 비율 역시 16%로 가장 높았다.

또한 ‘비만’에 대한 살인적인 사회적 시선도 당사자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단풍손’이라는 말을 아는가? 짧고 통통한 손을 단풍잎에 비유한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을 비하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SNS에 단풍손을 검색하면 한 남자 연예인이 반지를 낀 사진에 “단풍손이 어디서 반지를 끼느냐”라고 비난하거나, “단풍손은 죽어라”라고 비난하는 글이 보인다.

이러한 비난들은 외모지상주의에 기반하여 비만 특성을 모욕거리로 삼는 것으로, 일반적으로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를 논하는 이유는 정신적 장애인 역시 비만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2018년 국립재활원의 통계에 따르면,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비만율이 9% 가량 높다고 한다.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에서도 정신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의 비만율이 높다. 해외 연구(Havercamp & Scott, 2015)에서도 장애인이 비만할 가능성이 비장애인의 1.6배, 정신적 장애인은 1.3배 높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잘 씻지 않는 사람, 가난한 사람, 비만한 사람을 모욕하는 것은 정신적 장애인들 전체에 대한 큰 폭력이다. 혹자는 잘 씻지 않고, 가난하고, 비만한 (특권계층이라고 생각되는) ‘남자’만 욕하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한다.

그러나 정신적 장애를 갖게 되는 것과, 취약계층이 되는 것, 결과적으로 잘 씻지 않고, 가난하고, 비만한 사람이 되는 것은 성별과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다시 말해, 잘 씻지 않고, 가난하고, 비만한 남자를 비난하면 잘 씻지 않고, 가난하고, 비만한 여자와 장애인을 비난하는 것과 다름이 없게 된다. 실제로 그 글들을 보고 상처받는 사람도 그러한 여성과 장애인이다.

당신이 비난해야 할 것은 매너를 지키지 않고 여성과 소수자, 장애인에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특권계층이지, 여성, 장애인, 취약계층의 특성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공격적인 시선보다는 자신과 다른 존재와 공존하기 위한 포용적인 관점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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