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5일 토요일,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CMI) 1층 서성환홀에서 2023년 대한척수학회 제20차 정기학술대회가 열렸다. 대한척수학회는 우리나라 척수손상 치료 분야의 발전을 위해 재활의학과, 비뇨의학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전문의들이 모여 2000년 4월에 발기인 대회와 2004년 2월 개최한 창립총회 및 학술대회 이후 20여 년의 연륜이 있는 학회이다.
20여 년 동안 척수환자를 위해 4개 과의 전문의뿐만 아니라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 등 척수장애와 관련된 분들이 척수손상에 대해 연구하고 고민을 해 온 것에 감사를 드린다. 척수협회 사무총장직을 하면서 2014년에 개최된 제11차 대회부터 참여했으니 10년을 참가해 개인적으로도 보람을 느낀다.

처음 이 학술대회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척수장애인들의 장기 입원과 준비되지 않는 사회복귀 부족에 대한 아쉬움을 의료진들을 만나서 토로하고 협조를 구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이제는 의료적 재활뿐만 아니라 심리·사회적 재활 등 종합적인 재활이 척수장애인에게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산하여 간다는 느낌을 체감하고 있다.
올해의 프로그램은 신경 및 근골격 관리, 척수손상 및 노화, 최신 이슈(Neurological and Musculoskeletal Care, Spinal Cord Injury and Aging, Up-to date Issues) 등의 세션과 관심 있는 주제(ISNCSCI 평가도구, 사지마비 환자에서 일상생활 동작 훈련, 호흡평가, 상지 보조기기, 척수손상환자의 사회복귀, 배뇨일지를 기반으로 한 자가도뇨 교육 및 관리방법 실무)들에 대한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특별히 행사장 로비에서는 척수장애인 ‘구필화가’ 임경식 작가님의 미니 개인전이 열려 작가와 대화도 하고 작품도 감상하는 뜻깊은 시간도 가졌다.
의료진을 중심으로 하는 학술대회이고 주로 의학용어로 진행되는 행사여서 100%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PPT화면과 배포된 자료를 통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 개인적으로 몇 가지 관심 있는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①척수장애의 골다공증
기립과 보행이 여의찮은 척수장애 특성상 골다공증은 필연적인 후유증으로 다가올 수가 있는데 이에 대한 예방과 검진에 대한 강의는 개인적으로 깊게 다가왔다. 근육전기자극장치(FES)와 Body Vibration(신체 진동기)의 활용과 다양한 검진 장비에 대한 설명은 도움이 되었다. 현재 장애 유형별 장애인건강검진 항목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데 척수장애인에게 골다공증 검사를 추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②욕창의 평가 및 비수술적 관리
척수장애인에게 필연적인 욕창을 예방하고 평가하고 관리하는 방법은 수없이 반복해도 좋은 강의이다. 이런 강의는 척수장애인들을 위해 동영상으로 제작되어 배포되었으면 한다. 결국 최선의 방법은 예방인데 예방을 위한 보조기기나 생활 습관 개선 등의 후속 강의가 이어지기를 바란다.

③척수손상환자의 디스트레스와 자살 위험도 평가 및 관련 요인 분석
발표된 결과에 대해 대체로 수긍하는 편이나 국립재활원에 입원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여서 손상 이후 지역사회에서 살고 있는 보통의 척수장애인에게 대입하기에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장애 수용과 사회복귀 훈련은 필수적인 요소이다.
④척수장애인의 정책 이슈와 나아가야 하는 방향
장애인건강권법 제정 이후 활성화된 재활의료기관의 사회적 재활을 위한 대안을 국내와 해외의 사례를 통해 발표하였다. 척수협회의 일상홈 프로그램과 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의 역할에 대한 사례를 보여주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재활의료기관 중에서 척수손상 재활에 특화된 기관을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를 하며 지역사회에서 이를 수행할 수 있는 민간기관을 양성하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다. 그리고 장애인건강주치의 제도를 척수장애인들이 기피하는 현실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병원급인 재활의료기관에서 주장애 주치의로 참여하는 것도 설득력이 있었다.
기타 프로그램으로 비디오 요역동학 검사, 척수장애인 노화에 따른 방광 문제와 의료합병증, 통증치료, 원격진료, 척수 손상에 대한 재생 치료 등도 관심이 있었다. 마치 종합선물 세트를 받은 느낌이다. 보조회의장에서 열린 워크숍은 직접 참여는 하지는 못했지만, 청중들로 만석이 된 그 열의에 척수장애인 당사자로서 감사한 일이다.
봄에는 학술대회 형식으로 조금은 학구적인 분위기이지만 가을에는 리뷰코스라는 형식으로 조금 더 알기 쉽게 현장 중심으로 행사가 개최되는데 이곳에도 관심을 두기를 바란다.
주말에 하루 종일 진행이 되고 유료로 진행되는 행사에 참여한다는 것은 열정과 관심 이외의 것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가장 아쉬운 것은 척수장애인 당사자의 참여가 매우 저조하다는 것이다. 장애인 당사자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는 지식을 쌓고 의료진과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장이 될 것이다. 척수협회에서도 적극적인 홍보와 독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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