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재활원 재활연구소에서 ‘테마가 있는 장애인 건강보건통계(2023년:발달장애인 편)’이라는 주제로 ‘2023년 장애인 건강보건통계 컨퍼런스’를 지난 22일 개최하였다. 장애인 건강보건통계는 2019년 8월 국가통계로 지정되어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여 장애인 건강증진 및 보건의료 정책 수립을 위한 근거자료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
2012년도 자료부터 분석을 시작한 장애인건강보건통계는 건강에 취약한 장애인들의 현실을 통계로 증명하고 있다. 초기에 연구자들이 겹겹이 있는 어려움 들을 하나하나 해결하면서 시작된 통계임을 알기에 장애인 당사자로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아직은 통계 결과가 일차원적인 나열식이지만 다양한 각도로 분석하는 과정에서 참신한 결과들이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
국립재활원은 매년 다양한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건강검진통계에 비춰진 장애인의 건강(2022), 장애인 건강!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2021), 통계로 살펴본 장애인 건강 이슈(2019) 등 주제는 다르지만, 통계자료 분석을 통해 비장애인과의 비교, 장애 유형과의 비교로 장애인 건강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아쉬운 점은 결과분석에 따른 개선 실행에 속도가 더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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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의 보도자료로 발표된 2020년 장애인 건강보건통계(2021년 장애인 사망원인 포함) 요약을 보면 다음과 같다.
- 건강검진 수검률 … 일반건강검진·구강검진·암검진 전년대비 감소
- 건강검진 판정 결과 … 비 비해 정상비율은 낮고, 유질환 비율은 높아
- 다빈도질환 … 장애 관련 질환뿐 아니라, 주요 만성질환 상위 분포
- 동반질환 … 2명 중 1명이 고혈압, 4명 중 1명이 당뇨병에 시달려
- 정신과적 질환 … 치매는 이 비장애인에 비해 무려 7배 이상 차이
- 의료이용 …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입·내원, 입원, 외래 이용 모두 높아
- 의료비 … 우리나라 인구의 5.1% 은 전체 진료비의 연간 17.4% 지출
- 사망현황 … 조사망률 전체인구에 비해 5배 이상 더 높아
몇 년 전 이러한 발표를 듣고 보았을 때는 아주 놀라웠고 경이롭기까지 했었다. 이래서 장애인들이 건강에 취약하고 힘들어 하는구나 했다. 체감했던 것을 수치로 보여주니 확실한 증거가 생겼다고 좋아했고, 지금은 힘들지만, 이 통계를 바탕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정책들이 나오면 장애인들의 건강이 좋아지겠구나! 기대를 많이 했다.
하지만 수년째 유사한 결과를 보는 것에 피로감을 느낀다. 장애인실태조사 등을 비롯해 유사한 성격의 통계 모두 마찬가지이다. 현실을 반영하는 것은 좋은데 같아 보이는 결과에 진전은 없고 답답하다. 통계가 반영된 결과들은 인색하다. 통계 따로 정책 따로이다.
통계 자체를 헐뜯는 것은 아니다. 통계를 만들어 내는 과정을 잘 알기에 그 노고에 진정한 감사를 드리지만 해가 갈수록 기대감이 꺾이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통계란 과학적인 자료의 수집, 정리, 분석 및 평가를 통해 현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미래에 대한 추정 및 예측을 하는 활동이라고 한다.
현상은 파악했지만, 그 후속 조치가 명확하지 않아 속상하다. 물론 매년 작은 변화는 있겠고 관계기관에서도 노력은 한다고 하겠지만 비장애인과 건강 격차가 현저히 줄어들었거나 장애인 자신도 좋아지고 있다는 체감은 적다.
같은 시기에 장애인건강권법이 제정되고 이후 재활의료기관, 장애친화건강검진기관, 장애인구강진료센터, 장애인지역보건의료센터, 장애인 건강주치의제도 등의 제도와 서비스들이 나오곤 있지만 이런 조치들이 통계를 기반으로 과학적으로 체계적으로 실행하는 것인지에는 갸우뚱한다. 바라건대 이 사업을 통해 발생 된 데이터들이 장애인 건강보건통계와 어떻게 반영되고 환류되는 과정도 보여주기를 바란다.
파편적으로 흩어진 장애인건강과 관련된 계획들을 묶고 집중화할 필요가 있다.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23~2027)에도 건강권과 관련된 계획이 있지만 종합적이라는 볼 수 없다. 하루빨리 장애인 건강권법 제6조에 의한 장애인 건강보건관리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실행에 속도를 내야 한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세계보건기구(WHO)의 헌장에는 “건강이란 질병이나 단지 허약한 상태가 아닐 뿐만 아니라 육체적·정신적 및 사회적인 완전한 안녕 상태를 말한다.”라고 정의되어 있다. 즉 장애인의 건강은 의료적인 문제뿐 아니라 장애인의 삶과 관련된 모든 것, 즉 교육, 근로, 보조기기, 이동, 소득, 주거 등과 밀접하게 연결되고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통계의 역할은 충실했다. 정책을 통해 실행 방향과 속도에 고민해야 한다. 통계는 정책(제도)을 생산하고 다시 반영된 통계가 더 발전된 정책으로 선순환되어야 장애인들의 균형 잡힌 삶을 기대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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