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칼럼에서 이야기했듯이, 미국에 혼자 이민 간 동생이 좋은 사람을 만나 미국 뉴욕에서 결혼식을 했다. 그 결혼식을 위해 뉴욕에만 5일 정도 머물러야 했다.
하지만 휠체어 여행가인 나는 달랑 5일만 있다가 돌아오기에 너무 아까웠다. 게다가 그 5일도 여행이 아니라 결혼식을 위해 보내는 시간이니까, 나는 여행을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왕이면 미국까지 갔으니 거기서 가기 쉬운 곳, 한국에서는 가기 힘든 곳을 가보고 싶었다.
멕시코 칸쿤은 1년 전에 우리 가족이 다녀오기도 했고, 이미 관광객들이 너무 많은 곳이었다. 동생에게 물어보니 여유로운 휴양을 선호하는 미국인들은 쿠바나 도미니카공화국으로 간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정보를 좀 찾아보았다.
쿠바는 아직 공산국가여서 인프라도 별로 안 좋은 것 같았고, 가족여행으로는 느낌이 별로였다. 반면 도미니카공화국은 올인클루시브 리조트들도 꽤 있고, 멕시코와는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았다. 끌리는 대로 도미니카공화국으로 여행지를 결정하고, 뉴욕에서 가는 항공권과 리조트를 예약했다.

나는 여행을 계획하면서 숙소를 정할 때, 전혀 휠체어가 갈 수 없는 곳은 예약하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고급이고 무조건 현대화된 시설이나 여건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돈이 많아서 여행을 다니는 것도 아니고, 늘 아끼고 돈을 모아서 여행을 간다. 그래서 최대한 저렴한 숙소부터 검색하면서 그나마 휠체어가 갈 수 있는 곳으로 예약을 한다.
숙소의 고급 시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보다 나는 알려지지 않아서 관광객이 별로 없는 여행지를 선호한다. 내가 좋아하는 곳은 말 그대로 관광지가 아니라 여행지이다. 관광지에는 우선 사람이 너무 많고 복잡하다. 또한 현지인들보다 관광객이 많기 때문에 상술이 난무하거나 바가지를 씌우는 일이 허다하다.
반면 여행지는 관광객이 아닌 소수의 여행자만이 여행한다. 그래서 그 나라의 현지인들은 자주 접하지 못한 새로운 이방인들에게 인심을 베풀어 주는 경우가 많다. 잘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의 현지인들은 훨씬 순수하고 인간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여행하는 동안 그 나라 현지인들과의 소통이 더 정감이 있고 즐거웠기 때문에, 여행 후에 따뜻하고 행복한 기억, 추억이 많이 남는다.
도미니카의 올인클루시브 리조트는 물론 아주 비싼 곳도 많겠지만, 멕시코 칸쿤보다는 저렴했다. 아무래도 시설은 좀 안 좋은 듯했다. 그렇지만 나는 이미 관광객이 들끓는 멕시코 칸쿤보다는 시설이 약간 열악해도 저렴하고 관광객이 없는 도미니카공화국이 더 마음에 들 것 같았다.
도미니카공화국의 휴양지로 많이 알려진 곳은 푼타카나와 푸에르토플라타가 있었다. 우리 가족은 조금 더 알려지지 않고 저렴한 푸에르토플라타에 가기로 했다. 어쨌든 낯선 곳, 도미니카공화국의 푸에르토플라타에 드디어 도착했다. 크지 않은 공항에 도착해서 보니, 공항의 느낌이 우리나라 80년대 시절의 건물 같았다.

우버 택시를 타려고 공항 밖으로 나왔는데, 우리 가족을 보는 무수한 시선이 느껴졌다. 그 나라에서는 거의 보기 힘든 동양인을, 동물원 원숭이 보는 듯한 시선으로 모든 사람이 다 쳐다봤다. 우리가 일주일을 머무르는 동안 우리도 우리 가족 외에는 동양인을 한번도 못 봤으니, 그런 시선이 당연했다.
올인클루시브 리조트에 도착해서 보니, 1년 전 멕시코 올인클루시브 리조트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시설이 낡았다. 레포츠 시설이라고는 수영장 하나밖에는 없었다. 심지어 와이파이도 로비에서만 가능해서 한국에서 가져온 포켓와이파이가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또, 식당도 달랑 2개였는데, 하나는 뷔페식 식당이고, 하나는 멕시코 식당이었다. 사실 음식의 맛도 멕시코와 비교하면 영 떨어지긴 했다. 하지만 그런들 어떠하랴~ 그 안에서 즐길 수 있는 건 즐기며 재밌게 보내면 되는 것이 여행이 아닐까 생각한다.

리조트는 약간 실망이었지만, 도미니카공화국 여행은 다른 멋진 게 기다리고 있었다. 밖으로 조금만 나가니 푸르른 바다와 멋진 해변이 있었 다. 우버 택시를 타고 30분 정도 가니 낯선 나라의 쇼핑몰도 구경할 수 있었다. 리조트 안에서 놀 게 없으면, 다른 멋진 걸 찾으면 되니까, 인생은 새옹지마인 거다! 멕시코 칸쿤에서는 리조트밖에 보지 못한 여행이었지만, 도미니카는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던 여행이 되었다.
특히 도미니카에서 제일 흥미롭고 좋았던 건, 오션월드였다. 검색하다가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 한국에서 예매를 해왔다. 돌고래 쇼, 바다사자 쇼, 앵무새 먹이 주기, 워터파크 등 모든 게 어우러져 있는 복합 놀이시설인 것 같았다.
한국, 일본, 대만, 미국, 캐나다 등의 워터파크나 놀이공원을 많이 가봤었기 때문에, 크게 기대를 많이 안 해서 오히려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돌고래 쇼, 바다사자 쇼는 여태까지 봤던 중 최고였다. 앵무새 쇼도 아주 멋졌고, 앵무새 먹이 주기는 환상적이었다. 아이들 머리 위에 앵무새가 3~4마리 앉고, 먹이가 있는 손에는 더 많이 앉아서 앵무새와 교감을 하는 것이다.
특히 최고였던 것은, 물속에서 돌고래와 함께 교감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남편과 아이들이 먼저 돌고래에 대한 에티켓, 주의사항을 듣고 기다리고 있으면, 돌고래에게 먹이를 직접 주는 것이다. 게다가 돌고래를 안아보고 뽀뽀도 할 수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너무 비쌌다. 그런데 도미니카에서는 크게 비싸지도 않았고, 다른 곳보다 훨씬 많은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작년의 멕시코 칸쿤 여행, 이번의 도미니카 여행은 똑같은 올인클루시브였다. 하지만 도미니카는 멕시코에 비해 정말 시설과 여건이 열악한 편이었다. 물론 비용의 차이와 나라의 인프라나 여러 상황이 다르니 내가 느낀 두 나라의 리조트는 천지 차이였다.
멕시코 칸쿤은 꽤 오래전부터 미국인들의 휴양지로 각광을 받았다. 몇 년 전부터는 우리나라 신혼여행지로도 많이 알려져서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그렇다 보니 최고급 호텔, 리조트부터 일반 게스트하우스까지 숙소의 수가 당연히 엄청 많고, 관광지였지 여행지는 아닌 곳이다.
내가 묵었던 곳은 중급 리조트였음에도 불구하고 세련되고 다양한 시설을 보유하고 있었다. 리조트 안의 가게나 상점들은 비싸기 그지없었고 바가지도 좀 심했다. 그곳의 직원들 중 단 한 명도 인심을 베풀어 준 사람은 없었으며, 가게나 상점에서도 덤이라는 건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런데 도미니카공화국 푸에르토플라타에서는 여행하는 사람이 우리 가족밖에 없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디를 가나 관광객을 거의 보지 못했다. 동양인이라 쳐다보는 시선이기도 했지만, 여행자도 그 나라 사람들에게는 신기한 존재인 것 같았다.

이곳의 쇼핑몰 상점이나 가게에서 물, 음료수 같은 걸 사 먹는 것도 관광지 물가가 아니라, 현지인과 같은 가격이었다. 리조트 안의 직원들도 2~3일 지나서 친해지니까, 우리 애들과 놀아주기도 하고 순박하고 인정있게 다가왔다. 물론 음식이며 음료며 다 공짜이지만, 우리 가족이 먹으러 가면 제공되는 것 외에 다른 음식도 덤으로 많이 챙겨주었다.
오션월드를 갔을 때도 관광객이 별로 없으니, 그곳의 직원들이 우리 애들을 데리고 더 많은 체험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우리 가족은 그곳을 정말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게다가 우리 애들은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친구들도 사귈 수 있었다. 정말 도미니카의 정을 많이 느끼고 왔다.

같은 올인클루시브라 해도 나라, 시간, 상황, 비용 등에 따라 이렇게 다른 여행이 될 수 있다. 나는 그래서 여행이 너무 좋다. 이게 좋으면 좋은 대로, 안 좋으면 안 좋은 대로 그냥 그대로 즐기면 된다. 그리고 안 좋으면 다른 것을 찾아서 좋은 걸로 하면 된다.
나는 멕시코도 너무 좋았지만, 도미니카의 올인클루시브가 훨씬 더 좋았다. 럭셔리한 시설의 멕시코 칸쿤보다 도미니카는 아주 열악한 시설과 여건임에도 따뜻한 추억을 더 많이 만들 수 있었다. 계산적이지 않고 때묻지 않은 순박함을 가진 사람들도 좋았다. 또한 시설의 열악함 뒤에 더 멋진 자연과 그 자연과의 교감이 있던 낯선 나라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우리 가족은 커다란 행복을 찾아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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