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는 공원에서 치는 골프다. 장소가 그리 크지 않다는 말이다. 대부분의 파크골프장은 입장료가 무료이고 입장료를 받는 곳도 2~5천 원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런지 파크골프를 즐기는 인원은 급격하게 늘어나서 심지어는 동네 노인정에 사람이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이처럼 비장애인은 물론이고 장애인에게도 파크골프는 좋은 운동이자 재활이다. 파크골프도 일반 필드 골프와 마찬가지로 잔디밭에서 친다. 잔디를 밟고 즐겁게 걷는 것은 특히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에게는 정말 좋은 재활 운동인 것 같다.
그 추웠던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올해 입춘(立春)이 2월 4일이니 입춘이 지난 지도 한참 지났다. 잔디밭에서 치는 일종의 공놀이 파크골프가 봄이 오면 그 어찌 반갑지 않겠는가.

그런데 파크골프장은 봄이 오면 약간은 슬퍼진다. 왜냐하면 파크골프장은 봄이 오면 문을 닫기 때문이다. 파크골프장은 일반 필드 골프장처럼 따로 돈을 들여서 가꾸거나 하지는 않으므로 봄이 되어 새싹이 올라올 때는 밟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삼락생태공원 내에는 8개소의 파크골프장이 있는데 2월 20일부터 4월 19일까지 두 달은 문을 닫는다. 부산장애인파크골프협회(부산협회)에서도 파크골프장이 문을 닫기 전 월례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2월 18일 대회를 하기로 했는데 봄비가 내렸다. 파크골프는 야외에서 하는 행사라 비가 오면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부득이 2월 17일에 개최하기로 했다가 16일에 또 비가 오는 바람에 낙동강관리본부와 협의하여 파크골프장이 문을 닫는 2월 20일로 연기를 했다. 그러나 18일로 예정된 날짜가 20일로 연기가 되는 바람에 불참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부산협회 회원은 180여 명인데 오늘 대회에는 120여 명이 참석한 것 같다. 부산협회 김정포 회장은 비록 봄 휴장을 앞두고 열리는 대회지만 신년회 같은 대회라 협회 임원 그리고 각 클럽 회장 등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참가 선수들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이른 시간이지만 점심을 먼저 먹고 12시부터 시작했다. 파크골프는 4인 1조로 출발하는데 오늘은 개인전 36홀이었다. 여자 선수들은 A 코스에서 출발하고 남자 선수들은 B 코스에서 출발했다. 여자는 A-B-A-B 36홀이고, 남자는 B-A-B-A 36홀이었다.
A 코스에서 공을 치고 B 코스로 건너가려는데 이상하게 만든 사각형 같은 표시가 있었다. 무슨 양밥 같기도 한데 옆 사람에게 물어보았으나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다시 B 코스를 치고 A 코스로 오면서 다시 한번 이게 도대체 뭘까 했더니,

누군가가 “아 그거 나무 밑동이에요.” 커다란 버드나무가 작년 태풍에 쓰러져서 밑동을 잘랐는데 그루터기에 몇 사람이나 걸려서 넘어지는 바람에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주최 측에서 만든 거란다. 넘어지지 말라고.
삼장구장은 낙동강변 삼락동에 있는데 지명의 유래는 조선시대부터 낙동강변에 형성된 삼각주(三角洲)에서 유래한다고 했다. 사강빼수님의 유튜브에서 제오종 씨가 말하는 삼락(三樂)이란 첫째 파크골프 공을 치는 즐거움이고, 둘째 장애인이 집안에만 있다면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는데 삼락공원에 오면 많은 사람을 만나서 얘기할 수 있으니 좋고, 셋째 철 따라 피는 꽃들을 볼 수 있는 즐거움이라고 했다.

삼장구장 주변에는 낙동강 물이 흘러 들어오는 도랑이 여러 군데 있다. 봄이 온다지만 아직은 겨울이라 도랑에는 얼음이 얼었으나 겨울 햇살은 눈 부셨다.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바람은 점점 더 거세게 불어서 선수들은 옷깃을 여미고도 추위에 벌벌 떨었다. 바람이 어찌나 세게 불던지 제법 무거운 파크골프 공도 바람 따라 굴러갔다. 파크골프 공은 지름 6cm 정도의 합성수지로 만들었는데 무게는 80~95g 정도이다.
바람이 파크골프장을 훑고 지나가자 사람들은 좋은 점이 하나 있다고 했다. 뭔데뭔데? 선수들이 바람 불어 좋은 점이 뭔가 했더니 바람 때문에 공을 잘 못 쳤다고 바람 탓으로 돌리면 된다는 것이다. 선수들은 어이가 없어서 웃고 말았지만.

참가 선수들이 얼마 되지 않아도 홀마다 기다려야 하므로 바람도 보고 하늘도 보고 주변을 둘러볼 수도 있었다. 바람은 거세게 파크골프장을 휘몰아쳤지만, 하늘은 맑고 깨끗해서 건드리면 쨍하고 깨질 듯이 투명했다. 파크골프장 서쪽은 김해 공항이다. 그래서 수시로 비행기가 뜨고 내린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일인지 비행기 한 대가 낮게 떠서 파크골프장 주변을 빙빙 돌고 있었다. 무슨 일일까.
삼장구장에는 얼마 전에 야외 테이블 의자를 몇 군데 설치했다. 여름이면 파라솔도 설치할 수 있는 의자다. 차례를 기다리느라고 의자에 앉아서 무심코 테이블을 보니 원목 테이블과 의자인데 나무에 옹이가 엄청 많았다.

무슨 나무일까. 궁금한 건 못 참아, 낙동강관리본부에 문의를 해 봤으나 잘 모른다고 했다. 지인 중에 조경사가 있어서 문의했다. 나무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알아보겠다고 사진을 보내라고 했다. 몇 시간 후에 전화가 왔는데 전나무라고 했다. 고맙습니다.
파크골프는 기본이 18홀에 66타이다. 타수가 적을수록 우승하므로 파이팅을 외칠 때도 손을 위로 하는 게 아니라 아래로 내린다. 타수 적게 치라고. 오늘은 AB 코스를 두 번씩 도는 36홀이므로 기본타수가 132타인데 우승하려면 기본타수보다는 적게 쳐야 한다고 했다.

기본타수보다 적게 치는 선수들은 거의 다 정해져 있다. 우승은 남녀 각 5위까지만 시상한다 했으므로 2배수를 한다 해도 20위가 넘어가는 선수들은 그야말로 들러리에 불과하다.
그래서 66타 기본타수가 넘어가는 선수들은 공은 치지만 재미가 없다면서 투덜댔다. 이왕 친선게임인데 좀 재미있게 하지, 파크골프 공을 치면서 재미라니 어떻게? 개인 스트로크가 아니라 단체로 포섬을 하면 재미라도 있다고 했다. 모인 선수들이 이구동성으로 포섬이면 좋겠다고 했다. 파크골프를 못 치는 사람들의 희망 사항인가.

모든 경기는 끝났다. 바람은 점점 더 거세게 몰아쳐서 선수들은 추위에 벌벌 떨었다. 우승 순위에 들 만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짐을 챙겼다. 주최 측에서 우승에 든 남녀 각 5명의 이름을 불러서 시상했다.
4인 1조로 나가는 선수들에게 기록원(심판)은 따로 없이 4인 중에서 한 사람이 기록했다. 우승한 선수들에게는 영광이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우승한 선수들의 타수를 미심쩍어했다. 그렇다고 기록원(심판)을 따로 둘 수도 없고 영원한 숙제인 것 같다. 그러나 다른 선수들이 포섬경기에서는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했다.

파크골프는 매너게임이다. 모자 장갑 운동화 등 복장을 갖추고 게임의 기본 규칙을 예의 바르게 실천해야 한다. 그런데 게임의 규칙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아서 다른 사람들의 짜증을 유발하는 것 같다.
제일 많은 불만이 게임 중에 떠든다는 것이다. 파크골프도 고도의 집중을 요하므로 게임 중에는 떠들면 안 된다. 둘째는 파크골프는 홀에서 먼 공부터 쳐야 하는데 순서를 안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뒤에서 치려고 준비하는데 앞에서 먼저 쳐 버리면 준비하던 뒷사람은 맥이 빠진다. 셋째는 앞에 공이 있으면 마크로 표시를 해야 하는데 마크를 놓은 방법을 모르는 사람도 있다. 마크 놓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 자기도 알고 있다고 퉁명스럽다.

이번 대회에도 두 번 세 번 치다가 공이 홀에 안 들어가니까 공을 집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공을 손으로 집으면 2벌타다. 그러나 심판(기록원)이 따로 없으니 그냥 모른 체 넘어가는 것 같다. 각 클럽 회장들은 회원들에게 게임의 기본 규칙을 숙지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바람은 불고 해는 지고, 2023년의 봄은 왔다. 그러나 2월 20일부터 4월 19일까지는 파크골프장은 문을 닫는다. 그동안 날마다 파크골프장에서 살던 사람들은 긴긴 봄날의 두 달을 어떻게 견딜 것인가.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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