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내견 탄실이’(고정욱 저, 대교북스 주니어)의 저자는 눈을 감아야 보이는 세상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갈 길은 여러 가지여서 장애인은 좌절하지 말고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장애인은 어려움을 겪은 이들이기에 어린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스승이라고도 했다. 다른 감각으로 보는 세상이 있다는 것은 좋은 체험과 장애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좌절을 하지 않아 용기를 주는 스승이라는 것은 멸시나 동정보다는 나은 인식이지만, 장애인을 상처를 이긴 자나 고난을 극복한 자라는 인식은 좀 생각해 볼 문제가 남아 있다.
안내견 탄실이가 퍼피워킹을 마치고 안내견 훈련을 받는 과정을 동화 형식으로 들려준다. 퍼피워킹을 왜 하는지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 안내견이 되기 위해 불임시술을 받는 이야기, 훈련과정에서 앞으로 가야 하는 경우와 갈림길 등 멈추어야 하는 경우를 알려준다. 그리고 안내견은 식당에 들어갈 수 있음과 아직 인식이 부족함을 말해준다. 안내견에게 음식을 주거나 만져서는 안 됨도 알려준다. 장애인과 같이 상대의 입장을 보지 못하는 사람을 눈은 있어도 마음의 눈으로 보지 못한다고 표현한다.
안내견학교에서 시각장애인과 한 달 간 합숙훈련을 통해 주인을 알아보고 익숙해지는 과정을 통해 예나가 탄실이에게 고백하듯이 대화를 통해 자신이 녹내장으로 시각장애인이 되었고, 수술과 교통사고 등으로 몇 년 간 학교를 다니지 못한 사연을 독자들이 알게 한다.
안내견이 위험하여 갈 수 없는 길을 막아서는 경우, 고집을 피우고 가게 되면 사고가 나는 이야기를 통해 예나는 웅덩이에 넘어져 다치고, 탄실이는 예나를 도와줄 사람을 찾아 나섰다가 개장사에게 쫓기다가 다치게 되는데, 이 이야기를 하면서 탄실이를 통해 사람들은 남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아 희생과 봉사정신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안내견들의 희생과 봉사를 통해 사람들의 이기심을 꼬집는다.
예나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여 집을 나가고, 예나집은 수급자가 된다. 비좁은 단칸방에서 안내견과 있을 수 없어 탄실이를 안내견학교로 돌려보내려고 하던 차에 마라톤대회 참가 훈련을 위해 연수원에 가게 된다. 에나 아빠는 편지를 통해 장애도 극복하는데 이 어려움을 이겨내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마라톤대회의 끝까지 달리는 모습 역시 시련을 극복하는 모습이다.
집주인의 배려로 장독대 옆 방을 하나 얻어 탄실이와 살게 된 것과 도전을 통해 꿈을 가지게 되었다는 해피앤딩은 좋지만, 장애를 이겨내는 고난의 대상으로 본 것은 유감이다. 그리고 예나가 장애인 수당(장애수당을 잘못 표기한 것임)도 받게 되었다고 하는데 장애수당은 18세 이상 심하지 않은 장애인에게 주는 것이고, 예나의 장애면 장애인연금이 맞다.
‘안내견 탄실이, 네 꿈을 응원해’(고정욱 저, 대교북스주니어)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 이야기다. 시각장애 학생 예나가 학교 진로 축제 준비 대표를 맡아 잘하고자 하는 욕심에 준비원들에게 감독하고 지시하듯이 대한다.
아이들은 반발하고 예나는 반성을 한 후 멘토처럼 지원해주는 역할을 맡아 원만하게 축제 준비를 한다. 안내견 탄실이가 피부병 치료를 위해 안내견학교로 보내어지자 외국인 원어민 강사가 한국말을 잘하는 인기인이어서 특별강사로 초대 섭외를 하러 혼자 만나러 갔다가 넘어져 다친다. 하지만 평소 잘 아는 친절한 사회복지사가 특강을 하고 보조강사로 에나가 자신의 이야기를 발표하게 된다. 예나 아빠는 사회복지사와 친구의 아버지 변호사의 도움으로 개인회생 판결을 받아 가족은 평화를 되찾는다.
이 동화에서 장애인 인식개선이란 안내견에 대한 인식개선에 목적이 있다. 퍼피워크나 안내견학교, 먹을 것을 주는 등 과잉친절을 금한다거나, 식당 출입을 거부하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의 차별행위라는 것 등을 이야기 속에서 알려준다. 그리고 예나의 꿈 이야기를 통해 장애를 수용하고 꿈을 키워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장애인이 대표가 되어 일을 잘 마무리하는 모습을 행사의 또 다른 의미로 보고 에나를 대표로 정한 것이다.
그런데 사회복지사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는 사람이라고 하여 서비스 수급자를 대상화한 것이라든가, 잡종 개는 소외되고 무시되어서 인정받지 못해서 사회복지사가 시골잡종개를 돌본다는 이야기에서 사람들의 차별과 차별받는 대상을 돌보거나 편이 되어주는 것을 의미 있는 행동으로 보여준다. 이 논리라면 아이들은 순종은 귀하고 귀하게 여기지 않은 잡종을 돌보는 것은 복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사배자(사회배려자)란 단어가 더 견고한 차별이 되고 있어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예나가 눈이 보이지 않아 탄실이의 피부병을 잘 돌보지 못하는 이야기는 가족도 있을 것이고, 긁는 소리도 들을 것인데 장애를 부정적으로 해석한 면이라 여겨진다. 예나가 중학생 나이인데 초등학교 5학년이라 리더십이 있는 것인지, 장애인이 하면 더 멋있어서 성공담을 위해 예나를 대표로 한 것인지, 예나의 능력이 필요한 것인지는 해석하기 애매하다.
동화 중간중간에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는데, 점자를 배워두면 여러 가지 학습수단의 선택권이 넓어진다는 이야기는 얼핏 들으면 선택의 여지가 넓어지는 것 같지만, 안내견이 필요할 정도면 선택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오디오북과 점자책이 같은 콘텐츠가 동시에 공급되어 선택할 문제라고 오해할 수 있다. 나이가 좀 많다고 초등학생이 사회복지사 관련 오디오북을 듣는다는 이야기는 초등학생이 복지학 강의를 벌써 듣는 것 같아 비현실적으로 들린다. 그리고 어려운 영어 용어나 탄실이가 예나의 스승처럼 모든 이야기 상대가 되어주는 전지적 만능 대화자로 표현되는 것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흥미를 잃을 수 있을 것이다.
초등학생들이 안내견에 대해 관심이 높아 좋은 소재이기는 하다. 인식개선보다 꿈은 변할 수 있으나 꿈이라는 목표를 가져야 모든 행동이 가치로운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강조되다보면, 선입견 없이 다양한 직업탐색을 하는 데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나가 내려다 보는 멘토 역할로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상호 존중하면서 역할을 나누는 모습으로 표현되었다면 하는 점과 원어민 강사가 특별강사로 오고 예나가 복지사의 꿈을 영어로 발표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지인의 소개로 만나러 갔던 인기인 영어강사는 뒤에 전혀 언급이 없다. 이 책은 ‘안내견 탄실이’ 2탄으로 20년만에 탄실이 이야기를 다시 쓴 것이다.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고정욱 저, 대교북스주니어)는 실제 인물 이희아를 모델로 한 장애를 이겨내고 꿈과 희망을 나누어주는 이야기다. 장애인 인식개선보다는 장애인도 이렇게 훌륭하게 살고 있으니 희망과 꿈을 가지고 살라는 인성교육에 더 적합한 이야기다. 장애인 스타나 영웅 이야기이니 말이다. 이는 평범한 장애인의 삶을 초라하게 만든다.
그러나 막상 동화는 성공담이나 노력에 대한 찬사로 그치지 않는다. 희아가 특수학교에 다니다가 통합교육을 위해 일반학교로 전학을 왔으며, 희아 아버지는 상이용사로 휠체어를 타는 척수 장애인이 되었고, 간호사 엄마와 결혼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결혼이 엄마의 희생으로 표현된 것은 아쉽다.
학교 반 아이들의 싸움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 날아온 화분을 맞아 희아는 입원하게 되고, 다치게 한 재호 아버지가 희아가 피아노를 치는 것을 보고 패달 보조기를 외국에서 사다 주었다. 희아는 척수장애인이라 임신을 포기했던 엄마에게 우연히 임신이 되는데 임신 사실을 모르고 감기약을 먹고 결국 희아를 장애아로 낳았다고 한다.
손에 힘을 기르기 위해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 희아는 피아노 솜씨로 장애인돕기 연주를 하다가 실수를 하여 낙담하고 있다가 재호 아빠가 예술의 전당에서 한 손으로 피아노를 치는 라울 소사 연주를 보고 다시 용기를 내어 피아노를 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장애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호기심, 시선이 장애인에게는 부담이 되며, 장애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 않는 것이 부끄럽다는 이야기로 동화는 마무리된다.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는 이 동화로 강의를 한다면 희아의 학교생활이라든가, 주위의 지지가 필요함을 더 강조하는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준비하면 좋겠다.
‘아주 특별한 우리 형’(고정욱 저, 오늘책)과 탄실이 시리즈는 차일드365에서 저학년용이라고 분류했지만, 출판사에서는 감수성을 기르는 고학년용으로 분류하고 있다. ‘아주 특별한 우리 형’은 모든 사람은 행복할 권리가 있으며, 행복은 스스로 찾는 것이라고 하면서 독자들에게 행복을 찾기를 희망하고 있다. 작가는 뇌성마비 장애인 안종혁 프로그래머, 최지영 사업가, 김범준 운동가를 모델로 하고 있으며, 장애를 극복한 것이 아니라 장애를 가지고 열심히 살기에 존경을 하며,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이야기를 한다고 전한다. 이 동화는 작가의 초기 작품이다.
종민이 어머니는 종민이의 형 종식이를 낳을 때 난산을 하여 뇌성마비 장애인이 되었다. 친척 할머니는 수녀를 은퇴하고 시골에서 종식이를 돌보다가 돌아가셨고, 종식이는 종민이의 집으로 오게 되었다. 할머니의 입을 빌려 장애인은 하느님이 쓸모가 있어 이 세상에 내보낸 것이며, 모두 소중하다고 말한다.
사람은 각자 자기의 십자가가 있어 장애도 십자가라 말한다. 평생 짊어져야 할 짐이고 운명이다. 겨울 추위가 매서울수록 보리가 잘 자라듯 장애는 이겨낼 대상이라고 말한다. 아파트 관리원은 이웃에게 피해주는 일 없게 해 달라고 부탁하고, 장애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좀 불편한 것이라고 엄마가 말하지만 종민이는 형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방황하는데, 종민이 친구들은 종식이가 컴퓨터를 잘하는 것을 알고 친하게 된다.
형이 장애를 극복하고 훌륭하다며 친구들은 형 종식이에게 관심이 높아지고, 부모님도 형에게 더 관심을 가지자, 종민이는 빗나가가 시작하고 결국 가출까지 한다. 돌아온 종민이는 장애인이 되고 싶어서 된 건 아니므로 형의 잘못은 아니라고 여긴다.
형과 산책을 나와서 형이 모든 물건에 신기해하자 종민이는 평소 자신은 무심코 지나치며 행복을 잘 모르고 있었다고 느낀다. 꽃동네의 얻어먹을 수만 있어도 행복하다는 말을 생각하며 장애인도 자주 보게 되면 신기하게 보는 시선이 나아질 것이라 여기고 장애인주차장에 대한 인식개선 이야기도 소개한다. 꽃동네의 표어는 후원을 위해 효과적일 수는 있으나, 자선의 대상처럼 여겨진다.
종식이가 컴퓨터 통신으로 방송국에 수기공모를 하여 당선되고, 사람들은 호킹박사 같다고 말한다. 종식이는 장애인을 평범한 친구처럼 여겨달라고 말한다. 종식이는 컴퓨터 자판을 쉽게 쓸 수 있는 자유키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상은 자기보다 높은 곳으로, 현실은 자기보다 낮은 곳으로 향하여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알라고 말한다.
장애인정보화교육 강사로 활동도 하고, 프로그램을 누구나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공개하기도 한다. 종식이 통신으로 사귀던 영란이에게서 심한 장애인임이 드러나자 헤어지게 되고, 형은 화가 나서 혼자 휠체어를 굴리다가 다치게 되는데, 종민이가 이를 막으려다 더 많이 다치게 된다. 이로 인해 형과 가족애를 확인하고 형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동화는 끝난다. 슈퍼 장애인 호킹의 위인 등장이나, 낮은 것을 보고 행복을 느끼라는 말 등에서 평범한 장애인의 인식개선이 아니라는 점과 장애인을 보고 자신은 건강한 것을 행복으로 발견하라는 말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아주 특별한 우리 형2’(고정욱 저, 대교북스주니어)는 1권을 발표한 지 20년 후 발표된 작품이다. 종민이 친구가 종식이를 형이라 하면 될 것을 장애인형이라고 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 종식이는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 교육을 받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을 사명으로 여긴다. 인식개선 강의에서 장애인이란 손상이나 기능저하된 사람이란 정의는 부족한 설명이다.
종민이는 왕따를 받게 되는데, 약자를 괴롭히는 것은 차별과 편견이라 말한다. 저상버스를 소개하며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함을 이야기한다.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가 되어 종민이 학교를 방문한 종식이는 장애인과 공감하고 함께 느낀다고 생각하고 강의를 들어달라고 한다.
장애인은 10%의 확률로 누구나 될 수 있다고 한다. 컴퓨터 음성으로 강의가 가능하지만 언어장애가 있다는 말에 강의 섭외가 되지 않자, 종민이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유튜버가 되고 세상을 바꾸려고 장애인이 되었다고 깨닫는다.
이런 개념과 종식이가 갑자기 대단한 인권주의자가 되는 것은 과정에 대한 설명이 없어 급진적이다. 차별은 폭력으로 저항해서는 절대 바꿀 수 없다며, 주위 사람들과 유튜브 방송을 하여 매우 활발한 활동을 하게 된다. 장애인구가 10%인데 무시하기에는 너무 많고 세상을 바꾸기에는 너무 적은 수라고 말한다.
종식이 18세로 설정되어 있는데,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를 하는 것이 조금 어색하다. 물론 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세 살 정도 더 많은 나이로 설정했다면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싶다. 1편에서 장애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수용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었다면, 2편에서는 차별과 편견, 편의시설 등 환경적 문제를 다루고 유튜브와 같은 신직종을 통한 인식개선 활동의 이야기를 담았다. 예비적 장애인의 개념이나 장애인구보다는 사회적 배려가 아닌 권리적 접근과 가치존중을 좀더 구체적으로 언급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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