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장애인은 ‘재활’이라는 단어에 매우 친숙하고 민감하다. 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척수손상 초기에 적절한 재활치료(훈련)를 받지 못하고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는 재활 난민이 되고, 장기 입원을 해도 사회복귀 준비가 안 되어 지역사회보다 병원이 더 친숙한 사회적 입원을 선택하기도 하고, 준비가 안 된 채로 퇴원하여 좌절 속에서 또 다른 칩거를 하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보아 왔다.

그래서 중도 장애인인 척수장애인들은 손상 초기의 의료상인 처치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보다 지역사회에서 살기 위한 실질적인 재활훈련이 더 필요하다고 오랜 기간 주장을 해왔다. 필자도 여러 선진국가를 견학 다니면서 (사회)재활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꼈다. 한국에는 왜 이런 시스템이 없을까 한탄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재활 난민 문제가 불거지자 2006년부터 경인의료재활센터병원을 시작으로 권역재활병원을 선정하여 공공재활의료의 활성화를 도모하였고 법적 근거, 운영난 등으로 문제가 있었으나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척수장애인의 재활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만족스럽다고 할 수는 없다.

이런 부대낌 속에 2015년 12월 29일 제정된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건강권법) 제18조를 근거로 재활의료기관 사업이 시작된다. 재활의료기관은 재활의료 전달 체계를 통해 적기에 적절한 재활치료를 제공하여 환자 기능의 회복으로 장애를 최소화하고 조기 사회복귀를 목적으로 한다.

2017년 시작된 시범사업을 거쳐 2020년 3월부터 3년간 1기 사업을 지나 올해 3월부터 2기 사업(53개 재활의료기관)을 시작하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2020년 1월 20일에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후에 대한민국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혼란을 겪게 됐고 이 시기가 1기 사업 기간(2020.3~2023.2)과 맞아 떨어진다.

원래의 목적대로 원활히 진행되지 않았다. 상급병원에서 대상 환자의 유입도 원활치 않았고 지역사회와 원활한 교류를 통해 사회복귀훈련이 되어야 하는데 철저한 예방을 위해 철저히 외부와 차단되어 봉쇄에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시간은 오래되었지만, 그동안 전문 인력, 병상수, 재활 대상환자 및 질환, 수가 등 수많은 논의가 필요했고 오늘에 이르렀다.

그래서 아직은 재활의료기관이 중도 장애인의 재활을 책임지고 잘해주리라는 것에 의구심이 들고 있다. 2021년 국감 때 최혜영 의원이 사업 시행 초기라는 점과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지역사회 연계 활동 실적이 너무 부진한 것을 지적한 적이 있다.

재활의료기관은 재활의 의미를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재활이라는 개념이 의료상의 재활뿐만 아니라 심리적, 사회적, 가족 등 종합적인 재활이 필요하다. 병원 밖에서 어떻게 생활할지도 같이 고민하고 해결해줄 의지와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재활의료기관으로서의 역량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그냥 의료기관이다.

재활의료기관에는 중추신경계와 근골격계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그 환자 중에는 집중적인 외과적 치료만으로 회복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척수장애인처럼 중도에 장애인이 되어 심리적인 불안과 휠체어를 사용하여 생활해야 하는 다중적인 문제를 가진 환자의 경우에는 의료적인 치료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심리치료와 실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훈련을 병원과 지역을 넘나들며 해야 하는데 이를 전문적으로 잘할 수 있는 재활의료기관은 많지가 않다. 이를 위해 수가를 만들었지만, 의료관계자나 당사자들도 만족을 못 하는 상태이다. 모든 재활의료기관이 척수장애인을 다 보듬어 줄 수가 없다면 재활의료기관 내에서 척수특화 또는 척수전문으로 지정하여 지원과 투자를 해야 한다.

재활병원의 새 지평을 연 일본 ‘센리재활병원’은 벤치마킹할 요소가 많이 있다. 결국은 지역사회로 나갈 환자들을 위한 훈련소라고 한다면 지금의 의료기관과는 다르게 운영될 것이다. 외과적 치료 중심에서 사회복귀 중심으로 개방형 재활병원 지향을 원한다. 병원은 종점이 아니다. 진정한 종점은 지역사회이다.

또 하나의 욕심이 있다면 재활의료기관에 장애인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기를 희망한다. 동료상담가, 장애인 재활코치 등 다양한 직군이 생겨야 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새로운 직군을 창출하고 지원해야 한다. 장애인이 일하는 재활의료기관 그리고 환자들은 열심히 일하는 장애인을 보고 동기부여가 되어 사회복귀를 촉진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어쩌면 재활의료기관 사업은 지금부터이다. 제2기는 회복기 재활병원의 역할과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볼 수 있는 진검의 시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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