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장애인 인식개선교육 강사가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우주인은 우리와 다르게 생기고 능력도 다를 수 있다고 하면서 사실 우리 사이도 서로 다르다고 했다. 어느 반이나 악동이 한 명 쯤 있어 수업이 끝나고 그 반의 장애인은 우주인이란 별명이 붙었다. 동화 단어 하나하나가 매우 예민하게 또는 엉뚱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함께 달리는 바퀴’(노랑풍선 저, 크레용하우스)는 현석이가 다니는 유치원 반에 새 친구 준이가 휠체어를 타고 새 친구로 왔다. 지호는 실내에서 자건거를 탄 것이라 하고, 아이들이 신기해 하자, 준이는 휠체어라는 걷지 못해서 사용하는 의자라고 말해준다.
낯설고 서먹서먹하여 다가가기 어려워하지만 준이는 그림도 잘 그리고, 노래도 잘한다고 엄마에게 말하자 엄마가 친하게 지내라고 말해준다. 용기를 내어 친구가 되기에 휠체어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준이가 잘하는 것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휠체어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호감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장점을 가진 것이라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휠체어는 내 다리’(프란츠 요제프 후아이니크 저, 주니어김영사)에서 휠체어를 타는 마르키트는 자기 할 일과 엄마 심부름을 잘하는 아이다. 아이들이 신체 조건으로 놀리는 것이 잘못임을 말하고, 자신에게 호기심을 가지고 묻는 아이에게 그의 엄마가 그런 건 묻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 것도, 사람들의 지나친 시선도, 불쌍하다는 말도 부담이다. 횡단보도에서 도움을 받는 이야기, 턱이 높은 문제, 마트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지나치게 도와주는 이야기, 자신은 같은 사람이라고 여기지만 사람들은 별난 아이라 하는 이야기,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 당당하게 장애인이라고 말하는 법을 친구에게서 듣고 서로 어울리는 이야기가 마트에 가서 엄마 심부름을 하는 이야기 속에 담아 놓았다.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에서 다룰 요소들을 모아서 간단한 심부름 속에 녹여 놓은 이야기를 같은 작가가 쓴 ‘내 친구는 시각장애인이예요’ 역시 장애 유형만 다를 뿐, 간단하면서도 깔끔하게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이상의 책들은 그림책으로 수업시간에 책을 같이 보면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다만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들은 이 책으로 수업을 한 적이 있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다. 여기까지가 유치원과 초등 1학년을 위한 책이라면 지금부터는 초등2, 4학년 정도의 어린이를 위한 책들로 넘어가 보자.
‘까치발 소년’(김리하 저, 한울림스페셜)은 자폐성 장애 지훈과 여동생 지유 사이의 갈등을 그린 동화다. 상동행동(박수치기)과 눈 맞추지 않기, 말 따라하기 등의 특징을 잘 드러내면서 등굣길의 수도공사로 등교를 하지 않은 이야기(변화된 환경의 적응의 어러움), 친구들의 놀림과 장난이 폭력으로 이어지는 과정, 그리고 까치발을 하면 더 잘 보이는 것처럼 까치발 마음으로 서로 이해하기를 바라는 교사의 지도가 장애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다큐처럼 느껴진다.
에디슨이 3천 번의 실패 끝에 전구를 발명한 것을 3천 번의 불을 밝힐 수 없는 법을 발명한 것이라 하는 대목은 용기를 나타내는 것이지만, 장애를 엄청난 고난과 부담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한다. 세상이 변하지 않으면 우리가 변하면 된다는 말은 장애를 수용하는 태도를 잘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카이와 그레타’(유타 님피우스 저, 한울림스페셜)는 알코올 중독자이자 가정 폭력을 일삼는 아빠를 둔 카이가 발달장애아 그레타가 전학을 와서 도우미를 맡으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카이는 아빠의 영향으로 껄렁한 아이 스벤과 어울리게 되는데 스벤은 그레타를 골탕먹일 것을 재촉한다. 그레타를 도우며 정을 느낀 카이는 스벤이 만들어 놓은 그레타를 해칠 기회를 거절하고 스벤을 공격하여 그레타를 구한다. 당당한 행동을 한 카이는 그날 용기를 내어 아빠에게 정면으로 대들다가 폭력을 당하게 되는데, 옆집에 사는 그레타가 구하러 온다. 복지사의 도움으로 새로운 삶을 준비한다.
이 동화에서 작가는 그레타를 느린 행동과 엉뚱한 행동으로 표현한다. 엉뚱한 행동은 카이에게만 보여주고 다른 아이에게는 느린 행동만 보여준다. 장애를 이해하는 데에 충분하지 않다. 교사가 카이와 그레타를 연결할 때에 불우한 가정임을 알지 못했지만, 결국 아동폭력 가정과 장애가정을 연결하는 것은 모두를 불행처럼 느끼게 할 수 있다. 동병상련이 친해지는 포인트라면 감수성을 살리기에는 불충분하다. 그리고 장애아의 모습을 뚱보와 덜 성장한 몸으로 표현한 것 역시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할 수 있다.
도우미를 맡아 수업에 충실하지 못한 것을 교사들이 양해해 주는 모습은 장애 친구를 위해 희생하는 모습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그리고 주인공 카이의 집안 이야기가 더 비중이 커서 장애이야기인지, 폭력가정이야기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그래도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에게 주어지는 키미-지겔상에 선정되었다.
‘옥상 위를 부탁해’(고정욱 저, 크레용하우스)는 극단 ‘휠’의 연극으로 소개되기도 한 작품이다. 고정욱 작가는 휠체어 장애인 당사자이다.
축구선수가 꿈인 민석이, 성격 좋은 정빈, 동화작가가 꿈인 은지, 친구를 괴롭히는 명철이가 날아간 축구공을 찾아 옥상으로 가서 작가의 꿈을 가진 장애인 누나를 만난다. 누나는 아빠가 옥상 옥탑방에 업어 놓고 돈을 벌러 가서 연락이 끊긴 상태다. 아이들이 지하철 입구에서 모금을 시도하는데 이를 본 출판사 장애인 사장이 누나 시집을 내도록 하면서 시설로 가려던 문제가 해결된다.
이 동화에서도 사랑을 받지 못한 부부싸움이 잦은 명철이는 친구를 괴롭히는 인물로 나온다. 장애는 누나가 화분에 심어놓은 홀씨를 통해 ‘세상에 잡초는 없다’고 소중함을 설명하지만, 문제는 문제아를 만든다는 규칙은 고정관념을 심을 수 있다. 작가는 장애인이라서 돕는 것이 아니라 능력을 보고 꿈을 산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공감하고 도와주는 것을 부탁하는 작가의 말처럼 도움의 대상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뒤통수 좀 삐딱하면 어때’(김경화 저, 한솔수북)는 동시집이다. 작가가 아들과 세 명의 미술실의 발달장애 친구를 위해 동시를 썼다. 작가는 자폐성 장애가 세상과의 단절이 아니라 자기만의 속도와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만난다고 믿는다.
성찬이형, 주민이형, 재우형에게 동시를 몸짓을 동원해 가며 설명하고 그림을 그리게 하였고, 동시들은 발달장애 친구들의 세상을 들여다보며 쓴 시인데, 제대로 보지 못했겠지만 친구들이 모른 척 눈 감아 주었을 것이라 겸손하게 말한다.
‘판다에게’(김성찬 그림, 간결하게 그리는 특징이 있음)에서는 흑곰인 척 너구리인 척 정체를 밝히라고 한다. 이는 자폐성 장애의 세계에 대해 비밀을 알고 싶다는 이야기다. ‘나무늘보’(안재우 그림, 과감하고 화려한 색상이 특징임)에서는 느려야 속속 풍경을 다 보고, 늘어지게 자야 맘껏 꿈꿀 수 있다고 말한다.
‘초보운전’(성찬 그림, 얼굴 표정을 항상 즐겁게 그리는 특징이 있다)에서는 나를 데려다 주려고 태우려고 겁나지만 운전을 하는 엄마의 마음을 담았다. ‘팔을 뻗으면’(안재우 그림)에서는 팔을 뻗으면 모두 닿을 것같은 연결고리를 꿈꾼다. ‘우천지연’(이주민 그림)에서는 야구 경기 중에 비가 내려 그치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표현하며 힘든 세상과의 싸음에서의 휴식을 이야기한다.
‘커서 뭐 될래?’에서는 더 성장하지 않는 저신장 장애인에게 세상이 강요하는 질문으로 눈 홀기지 않고 한숨 쉬지 않고 물으면 답할 텐데라고 표현한다. ‘겁쟁이’(이주민 그림)에서는 태권도는 싸우기 싫어서이고, 축구는 밀치기 싫어서이지 겁쟁이라서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고 표현한다. 자폐성 장애인의 세상이 결코 겁쟁이라서가 아니란 말이다.
‘아빠, 휠체어를 밀어주세요’(구드룬 멥스 저, 한울림스페셜)는 휠체어를 타는 마야가 미혼모 엄마와 살고 있는데, 아빠와 여행을 떠나 겪는 이야기다.
리조트로 가서 아이에게 미안함을 보상하려고 했지만, 길을 잘못 들어 오두막에서 며칠을 묵게 된다. 가끔 선물을 보내 주기는 했지만 아빠와 단둘이 보낸 시간은 없었던 마야는 오두막에서 처음에는 아빠에게 퉁명스러웠고, 서로 다투고 한다. 하지만 생존해야 하는 문제로 자연스럽게 가족으로 서로 대하는 방법을 알아가고,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물에 빠진 마야를 구한 아빠는 마야를 치료해주고 돌봐주었고, 마야는 자신의 이름으로 부르던 마우지가 아빠가 끔찍하게 사랑하던 고양이임을 알게 된다. 선물처럼 나타난 고양이를 통해 알게 된 것이다.
아빠가 엄마를 만나 사랑했지만 임신 후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았던 아빠가 엄마 곁을 떠났지만, 의무감으로 마야를 가끔 만났던 아빠는 마야를 휠체어를 밀어주는 법을 배우고, 딸을 사랑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동화를 소재로 인식개선 교육을 한다면, 장애에 대한 이해나 차별, 공감을 동화 속에서 찾기는 어렵다. 다만 서로 어떻게 마음을 열었는지를 질문하거나 설명하면서 우리도 한 가족이 될 수 있음을 깨우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마야가 퉁명스런 명령조의 말이 아빠에게는 화나는 말이었지만, 서로 친해지자 서로 웃을 수 있는 이유도 아이들이 발견하게 해야 할 것이다. 당당하게 아빠와 맞서며 대등한 입장에서 말해도 되는 이유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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