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카타르월드컵 가나전, 포르투갈전, 포르투갈과 스위스의 16강전을 즐길 당시 카타르 날씨는 낮에 상당히 덥고 습했다가, 해가 지면 선선해지는 등 일교차가 상당했다. 그래서 시원한 곳이나 건물 안을 찾아다니려고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경기장 안에선 쾌적하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었는데, 좌석 바로 밑의 에어컨 때문에 가능했다. 바깥의 더운 공기는 찬 공기에 비해 밀도가 낮기에, 차가운 공기는 경기장 아래에 갇히고, 더운 공기를 경기장 입구를 넘어선 영역까지 흐르도록 했기에 쾌적하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었던 거다. 에어컨을 풀로 가동했으니 탄소 배출이 증가했을 것으로 예측되기도 한다.
그런데 카타르월드컵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 건설로 경기장 조명, 냉방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하고, 대회 종료 시 경기장 좌석 일부를 개발도상국에 기부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등 탄소 배출 경감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경기장 주변 등에 심은 나무와 관목, 잔디밭이 흡수할 것이라 하며 조직위는 ‘탄소중립 대회’, ‘친환경 대회’를 주장하는 근거들을 내놓았다.
이 주장을 생각해보면 그럴듯하다. 하지만 국토 대부분이 사막인 카타르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식수가 부족하고 경기장마다 물 1만 리터가 소모된단다. 그런데 해수담수화 시설에서 에너지 집약적 공정으로 물이 생산되며, 물 생산 시설엔 화석연료가 쓰인단다. 담수를 뽑아낸 후 염수는 염도가 더해질 것이며, 이게 해양으로 버려지면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는 거다.
이 물로 공원이나 경기장 주변에 있는 나무와 풀이 잘 자란다고 한들, 나무, 풀의 성장을 위한 담수가 위에서 말한 화석연료 사용 시설에서 만들어졌기에 결과적으론 공해다. 이렇게 해서 자란 나무와 숲이 설령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는다 한들, 사막기후에서 이들이 지속적으로 생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공해는 계속되니 이것만 봐도 카타르 측의 나무와 잔디밭 심기 등의 행위가 탄소중립, 친환경 차원에서 보면 생색내기에 불과하게 되는 거다.
게다가 카타르의 숙박 부족으로 인해 사우디, 아랍에미레이트 등 이웃 국가에서 숙박을 잡고 카타르로 여행하는 거만 해도 환경오염은 상당하다. 또한, 경기장도 해외에서 수입된 첨단화된 자재로 만들어졌기에 탄소 집약적 시설이라 조직위가 말하는 탄소중립은 허구란 지적도 상당하다.

그러니까 이번 카타르월드컵은 그린워싱(Greenwashing)의 대회라는 거다. 그린워싱이란 기업이 실제로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광고 등을 통해 친환경적 이미지를 내세우는 걸 말한다. 이 단어는 비단 카타르월드컵에 해당되는 얘기만은 아니다.
‘에코백’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2007년 영국의 패션 디자이너와 환경단체와 함께 ‘에코백’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한 번 쓰고 버려지는 비닐봉지의 대체품이 에코백이란 의미를 담은 ‘나는 플라스틱 가방이 아니야(I’m not a Plastic Bag)’란 문구로 에코백을 디자인했다고 한다.
그런데 에코백은 전 세계로 퍼진 이후, 수많은 에코백이 만들어지고 버려지면서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았단다. 에코백 소재인 면을 생산·가공할 시 비닐봉지와 비교했을 때 더 많은 자원과 에너지가 투입된단다. 고밀도 폴리에틸렌 비닐봉지와 비교하면 131번 재사용, 저밀도 폴리에틸렌 비닐봉지와 비교 시 7,100번을 재사용해야 해야 친환경 효과가 있다고 하니, 에코백을 친환경이라 주장하는 건 그린워싱이라고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건 당연하다.
이렇게 친환경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면서,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거니 광고를 하는 측이 생색내는 느낌마저 든다. 그런데 장애인 관련 정책의 경우는 어떨까?

얼마 전, ‘장애인연금 월 최대 40만 3180원 지급’이란 기사를 봤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은 장애인연금 인상이 장애인의 소득보장과 생활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전년도 기초급여액(30만 7500원) 대비 1만 5680원 인상된 32만 3180원으로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장애로 인한 부가급여까지 합쳐 최대 40만 3180원을 지급한다는 거다.
물가상승률만 반영된 자연증가분이니 이전과 다를 바 없는 거다. 게다가 장애인이 노인이고 기초생활수급을 받는 경우엔 기초연금을 받는 만큼 생계급여가 깎이는 문제점은 고쳐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40만 3180원은 2023년 최저임금인 2,010,580원에 턱없이 부족하기에, 인간다운 삶을 살기엔 택도 없다.
결국, 찔끔 인상한 장애인연금이기에 장애인이 삶 변화를 실제로 체감할 리는 거의 만무하다. 요즘과 같이 도시가스요금 및 전기요금이 폭등하고 소비자물가가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선 오히려 이전보다 삶이 팍팍해질 여지가 농후하다. 그런 상황에서 장애인정책국장이 장애인연금 인상이 장애인의 소득보장과 생활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란다는 말은 생색내기인 셈이다.
2년 전 정부는 국립재활원에 코로나 치료와 활동지원을 제공하는 23병상 제공을 코로나 19(COVID 19) 관련 정책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장애특성으로 인해 감염률 높은 뇌병변장애인, 신장장애인, 호흡기장애인 등과 취약한 정보 접근성으로 인해 역시 감염되기 쉬운 자폐·정신 장애인 등 장애인과 관련 장애인활동지원사를 접종 우선순위에서 미고려하는 등 정부 정책은 많은 비판을 받았었다.
정부에서 K-방역의 우수성을 소개했지만, 이 우수성이 장애인에게 체감되기는커녕 코로나 대유행 시국에 장애인은 오히려 차별을 받았다. 코호트 격리로 인한 신아원 집단감염사태가 벌어진 것 등이 그 예가 된다고 본다. 당시 정부의 23병상 제공조치 등은 장애인에게는 생색내기 정책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또한, 중증장애아동 가족의 돌봄부담 경감을 위해 작년 연말까지 ‘장애아가족 양육지원 사업’의 정부 돌봄 시간을 연간 840시간에서 960시간으로 한시적으로 확대했다는 보건복지부 발표를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이걸 환산하면 하루당 약 2.3시간에서 2.6시간으로 0.3시간 정도 찔끔 확대한 것이요, 보통 부모들이 요구하는 평균 지원시간 8시간에는 턱없이 모자르다. 장애인과 그 가족의 욕구를 무시한 건 마찬가지라, 결국 생색내기 지원이라는 장애계의 질타를 피할 수 없다.

2년 전엔 장애인편의시설 의무설치 바닥면적 기준을 50㎡로 강화한다는 소식이 보건복지부에서 있었다. 겉에서 보면 장애인편의시설 설치대상이 늘어나니 장애인들이 다닐 수 있는 곳이 상당히 많아져 장애인 접근권, 이동권이 강화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하지만 바닥면적 기준 50㎡라는 기준은 2022년 1월부터 적용되는 기준이라 이전에 건축된 건물은 적용대상이 아니다(실제는 2022년 5월 2일부터 적용).
더구나, 편의점만 해도 바닥면적 50㎡ 이상의 건물은 약 20%에 되지 않으니, 조삼모사에 가깝다는 건 말 안 해도 휠체어 이용인이라면 다 알 거다. 장애인의 접근권, 이동권을 위한 소상공인 관련 편의시설 설치예산을 지원하는 실질적 행위는 하나도 안 하면서, 바닥면적 기준을 50㎡로 강화한다는 보건복지부 발표 역시 생색내기이다. 장애인 접근권, 이동권은 거의 변화 없이 말이다.
이게 사실은 전부 장애인의 욕구, 선호, 의지를 존중하고, 장애인의 참여를 활발히 하게끔 하는 장애의 인권적 모델에 기반한 정책, 법, 제도 등이 부재해 생기는 일들이라고 단정적으로 계속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내가 이 정도 지원했으니 감사한 줄 알라는 식의 생색내기 정책이다. 사실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은 시혜와 동정이 아닌 권리다. 하지만 고위층들과 기득권층은 이걸 권리가 아닌 시혜로 생각하고 있다.
장애인의 욕구와 삶의 질, 의지 등이 존중되는 그런 삶이 이들에겐 별로 못마땅한가 보다. 장애인을 지배하며, 개돼지로 여기며 차별하고 싶은가보다. 하지만 그런 당신들의 생각에 장애인들은 가만히 있지 않고 저항할 거다. 장애인이기 이전에 사람이요, 존엄성 있는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몸부림이니까. 생색내기 정책이 아닌 장애인 삶의 질에 변화를 체감할 만한 실질적 정책으로 장애인도 존엄성 있는 한 인간으로 사회에서 함께 어울려 살 수 있길 바라며 말이다.
생색내기용 장애인 정책, 이제는 그만 보고 싶다. 제발 그따위 정책 멈추고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진심으로 듣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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