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복지센터 민원실 복지창구. ©박종태행정복지센터 민원실 복지창구. ©박종태

내 가구는 4인 가족이다. 그리고 나를 제외한 3명의 가족은 모두 등록장애인이며 각기 다른 유형의 장애를 가지고 있다.

내 어머니(현 70대 후반)는 당신이 어린 시절 알 수 없는 열병을 앓은 이후 한쪽 눈을 실명한 시각장애인(경증)이며, 내 형(현 40대 후반)은 1980년대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조현병(과거 ‘정신분열병’)이 발병한 정신장애인(중증)이고, 내 아버지(현 80대 초반)는 4년 전 청력이 떨어져서 보청기를 착용하게 된 청각장애인(경증)이다.

또한 내 누나는 (10년 전쯤 사망했지만) 암이 뇌로 전이된 뇌병변장애인(중증)이었다.

누나를 포함한 가족 4명의 장애인은 모두 장애 유형이 다르지만, 공통점도 있다. 바로 두경부 쪽과 관련된 장애라는 것이다.

이처럼 나를 제외한 모든 가족이 장애인이다 보니 이런 일도 있었다.

아버지가 청력장애 판정을 받아 장애인등록을 한 후 장애인자동차표지 뒷면에 해당 내용을 추가하기 위해서 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했을 때였다.

“한 집에 장애인이 3명이나 되네요. 이런 가구는 처음 봤어요!” 담당 복지공무원의 반응이었다.

그 공무원은 장애인 통행료 감면을 위한 하이패스 단말기에 딸린 지문인식기에 총 3명의 지문을 전산 등록하는 것도 처음이었는지 관련 중앙기관에 문의 전화까지 해서 도움을 받은 후에야 간신히 등록을 마쳤다.

자동차표지 뒷면에 씌인 가족 3명의 장애유형. ©김영희자동차표지 뒷면에 씌인 가족 3명의 장애유형. ©김영희

그 반응을 보니 나도 ‘한 가구에 장애인이 3명 이상인 경우가 어느 정도나 될까?’ 궁금해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니, 장애인가구 중 가구 내 총 장애인 수가 3인 이상인 비율은 불과 0.8%였다. 더구나 이 수치에는 비혈연 가구원(장애인 그룹홈 등)까지 포함된 조사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 집은 전체 장애인 가구 중에서도 극소수에 해당하는 가구였다. 담당 복지공무원이 놀랄만했다.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 보고서의 장애인가구 중 가구 내 총 장애인 수 조사표.  ©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 보고서의 장애인가구 중 가구 내 총 장애인 수 조사표.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런 상황이다 보니 오롯이 나 혼자 가장 역할을 하면서 노인이자 장애인인 부모님과 정신장애를 가진 형을 돌봐야 하고, 장애 관련에 관심을 많이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형이 가진 정신장애의 경우는 신체장애와 달리 장애 당사자가 스스로 권익옹호 활동을 하기 힘든 면이 있다. 그래서 2020년부터는 (사)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에서 활동해오고 있다.

정신장애 분야는 크게 의료·복지·사회안전 분야와 관련되어 있다.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인터넷복지카페의 운영진 활동 이력도 있고, 실제 정신질환과 연관된 강력 사건도 겪었던 내가 나름 정신장애 쪽 활동하기에 적절하다고 자부한다.

이어지는 칼럼에서는 주로 정신장애와 관련된 글을 쓰겠지만, 이처럼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들과 같이 사는 가족으로서 느낀 관련 법과 제도에 대한 글도 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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