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잘 모를 수 있지만 서울 한복판 명동에 인권의 메카 국가인권위원회가 있다. 나도 심사를 받기 전에는 몰랐다. 길치인 나로서는 시내 운전은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유발해서 장애인 콜택시로 방문했다. 역시 복잡한 시내는 멀미 난다.
처음 방문하는 곳이라 건물 주위로 돌면서 탐색하듯 입구를 찾았다. 긴 경사로를 따라 주차장 쪽으로 돌다 마주친 어마 무시하게 큰 안내 표시에 긴장이 풀렸다. 입구에 멈춰서 잠시 표시를 보며 의아했다. 휠체어 사인 밑에 '전용 출입문'이라고 적혀 있다.
여긴 휠체어 사용자만 들고 나는 문인가? 휠체어 사인을 넓게 해석해 보행 혹은 이동 약자까지 포함한다고 해도 그들만 사용하라면 너무 비효율적이지 않은가.
국어사전 정의를 보자면,
전용(專用), 명사
1 남과 공동으로 쓰지 아니하고 혼자서만 씀.
2 특정한 부류의 사람만이 씀.
3 특정한 목적으로 일정한 부문에만 한하여 씀.
어쨌든 특정한 사람이든 목적이든 공동으로 쓰지 않는다는 건 확실하다. 이렇게 공공시설물에는 장애인과 관련된 부분에 배려와 시혜적인 관점이 자연스러운지 납득이 안 된다.
고속도로나 공공건물 혹은 백화점 같은 대형 건물에 자동문이 설치된 다목적 화장실 앞에 장애인 화장실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는 걸 자주 본다. 이는 휠체어 이용자'만' 혹은 장애인 전용이 아니다. 유아와 동반하거나 보행이 불편해 북적대고 좁은 화장실을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다목적 공간이다.
다목적 화장실을 장애인 화장실로 표시하거나, 장애인 전용 출입문으로 표시해서 장애인'만'의 공간처럼 인식되는 게 과연 장애인에게 도움이 되는 처사일까. 휠체어 사인은 이동 혹은 보행 장애를 의미하는 포괄적인 의미이지 휠체어 사용자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런 면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있는 건물의 출입구라면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간이어야 하고 그 출입구가 어떤 특정 대상만을 위한 곳이 되어서는 안 되지 않을까?
굳이 전용이라는 문구를 사용해서 특별한 배려의 시선을 만들 필요 없이 그저 휠체어 사인만으로도 그곳이 휠체어 이용자가 드나들기 편한 출입문이라는 의미 전달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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