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법은 과거 금치산, 한정치산 제도를 통해 법률행위 능력을 획일적으로 제안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것은 물론 잔존능력을 무시하고 부정적 낙인효과를 양산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우리 민법은 피성년후견인, 피한정후견인 제도 도입을 통해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 존중, 잔존능력의 발휘와 사회적 조화를 꾀하고자 했다.
그러나 현행 민법상 성년후견인, 피한정후견인 제도는 금치산, 한정치산자라는 명칭을 성년후견인, 피한정후견인으로만 바꾸었을 뿐, 다수의 법령에서 결격조항으로서 작용해왔다. 생각건대, 후견선고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자격이나 직무의 접근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지나친 권리제한 및 차별의 문제로서 입법 목적과 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후견제도로 인한 결격조항의 개정이 삭제로 힘들다면, 결격사유는 유지하되 반드시 사회적으로 배제당하지 않도록 개별적, 사안적으로 검토하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결격조항을 삭제한다면 타인의 생명과 신체, 재산 등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절대적 결격사유)과 아닌 부분(상대적 결격사유)을 나누고, 후자의 경우 결격조항을 우선 삭제하는 조치가 가능할 것으로 사려된다. 상대적 결격사유의 경우 직무수행에 대한 잔존능력이 존재하는지를 개별적으로 판단해 차별적이며 인권침해적인 법령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다수의 법이 자격을 취득하는데 시험과 교육, 훈련 등을 요구하므로 위와 같은 과정을 통과했다면 사무 능력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충분히 볼 수 있어 결격사유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판단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자가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주장하면서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면 사회적으로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지만, 능력 차이가 거의 없다는 판단 하에 후견인이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결격사유의 전반적인 정비 확대로 장애인 당사자가 함께 활동하고 성장해갈 수 있도록 면허나 자격 등이 취소되지 않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후견인이 피후견인을 대신해 휴업, 휴직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면 다른 안전장치로서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아가, 결격사유로 인해 즉시 곤궁한 처지에 처할 수 밖에 없는 경우를 고려한다면 사회적 신뢰도와 판단능력이 매우 높아야 할 만큼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면, 협회나 정부기관의 등록과 신뢰, 허가를 거쳐 직무의 일부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한다.
필자는 이러한 법령 정비가 대인관계, 소득관리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과 직업적 능력은 별개로 봄으로서 제한적으로나마 업무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하여 직업선택의 자유와 장애인의 권익을 보장, 신장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격사유는 공공복리의 증진과 질서유지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에 한정되어야 한다. 예컨대 일정한 자격에서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국민의 안전, 건강, 재산 등에 대해 중대한 영향을 주어 공익을 해할 경우,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될 경우, 이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는 작은 실수로도 생명, 신체 등 원상회복이 어렵거나 회복할 수 없을 만큼의 커다란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필요하므로 현행 결격조항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굿닥터 박시온 등 드라마 속 주인공이 현실에 존재함을 알고 있다. 장애를 가졌지만, 특별한 부분에서 비장애인을 뛰어넘는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장애인들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행복추구와 함께 자신의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주는 것,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법령과 제도를 통해 차별과 배제가 아닌 사회 참여와 조화롭게 어울려 사는 삶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향후 공익을 고려하면서도 장애인 당사자의 직업수행, 생계유지 등을 함께 고려하는 법령이 늘어나 보다 포용적인 사회를 만드는 법치행정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글은 이수영 정책과 입법연구소 의장이 보내온 글입니다. 이 의장은 주로 정부혁신과 적극행정, 과학기술정책과 평화통일, 법제 등을 주제로 강의, 평가, 자문을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통일부, 행정안전부, 법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병무청, 부산시, 부산교육청, 한국소비자원, 코이카, 남해해양경찰청 등의 정책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국제법, 인권, 환경 등의 분야에서도 다양한 연구 활동 및 수상 등을 통해 다방면의 청년 전문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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