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절반은 여자라고 한다. 세상의 성비(性比)는 우주의 섭리로 그렇게 맞춰지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때 남아선호사상(男兒選好思想) 등으로 여자는 남자보다 천시했다. 언제나 남자가 우선이었으니까. 그런데 전통시대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 장애인이다. 장애인은 여자들보다 더 천시했으니까.

장애인복지법 제2조 장애인의 정의에 “장애인”이란 신체적ㆍ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를 말한다.

어느 장애인 주차장. ⓒ이복남어느 장애인 주차장. ⓒ이복남

장애인은 10여 가지의 복지혜택이 있다. 그러나 장애인복지법에 의거하여 장애인 등록을 한 사람에게만 그 혜택을 받을 수가 있다. 장애인 등록을 한 사람은 그 혜택을 다 받을 수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혜택은 장애인이라는 조건 외에 해당이 되는 사람만 신청에 따라서 받을 수 있는 신청주의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한때 LPG 차량에 대한 지원이 있었으므로 너도나도 LPG 차량을 구입했다. 심지어는 장애인이 지인에게 명의를 빌려주어 문제가 된 적도 있었다. 지하철은 무료지만,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만 해당한다.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거나 지하철이 없는 시골 사람들에게는 아무 소용없는 혜택이다.

그런데 선택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남자는 성인이 되면 군대에 가야 한다. 국민의 4대 의무에 국방, 납세, 교육, 근로가 있다. 일하지 않는 백수를 제외하고 국방, 납세, 교육은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형사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대한민국 성인 남자는 누구나 책임져야 하는 국방의무에서 장애인 남자는 제외다. 이건 장애인 등록을 하고 안하고는 별 상관도 없다. 가끔 군대 가면 사람 된다는 이상한 믿음으로 발달장애인을 군대 보내는 부모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데 장애인이 군대에 안 가는 것처럼 여성도 군대에 안 간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역차별이라고 항의하기도 한다. 이스라엘 등 몇개국은 지금도 여성징병제를 하고 있다.

민법에서 상속 순위. ⓒ국세청민법에서 상속 순위. ⓒ국세청

장애인에게 주어지는 혜택 중에 유산상속이 있다. 장애인은 도시나 농촌을 가리지 않고 빈부귀천도 별 상관없다. 상속에는 장애인은 물론이고 여성에 대한 차별도 없다. 장애인에게는 오히려 혜택이 있다. 장애인이 유산을 상속받게 되면 상속세에서 기대수명 곱하기 천만 원을 공제받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남녀평등이라고 한다. 남아선호사상은 사라진 지 오래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직업에서도 장애인이나 남녀도 차별 없이 평등하다.

장애인이나 여성이나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 사람의 생로병사는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섭리라고 하지만, 친인척이나 지인의 죽음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이고 상처다. 그런데 장례식장에서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망한 고인은 부모는 물론이고 배우자나 자녀도 없는 1인 가족이었다.

그래서 장례식은 부고도 안 했고 조의금도 안 받고 친인척들만 조용히 치렀다. 그 친인척 중에 고인의 조카들이 있었는데 삼촌과 고모 그리고 외삼촌과 이모의 휴가가 다르다고 했다.

삼일장을 치렀는데 고인의 남동생 아들은 삼촌의 장례식에 2일간의 경조사 휴가를 사용할 수 있었으나 누나의 아들은 외삼촌의 장례에는 휴가가 불가하다하여 연가를 사용했다고 한다. 경조사 휴가를 사용한 조카는 삼촌임을 증명하는 호적등본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남녀가 평등한데 삼촌이나 고모의 장례식에서는 경조사 휴가가 있으나 외삼촌이나 이모의 장례식에는 왜 경조사 휴가가 없는 것일까?

그래서 관련 조항을 찾아보았는데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경조사 휴가일수표가 있었으나 삼촌과 고모, 외삼촌과 이모에 관한 규정은 없었다.

공무원 휴가일수. ⓒ법제처공무원 휴가일수. ⓒ법제처

그날 장례식에 온 조카 중에 공무원이 있었는데 공무원도 삼촌이나 외삼촌의 사망 경조사 휴가가 복무규정에는 없었지만, 하루는 휴가를 사용할 수 있었고 이틀은 연가를 썼다고 했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도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준해서 휴가일수를 정하고 있다고 한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등 일반 회사에서도 삼촌이나 고모의 사망에 1~2일의 휴가를 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이왕이면 외삼촌과 이모의 사망에도 1~2일의 경조사 휴가를 주었으면 좋겠다.

예전처럼 형제들이 많지 않아서 하나 아니면 둘인데 삼촌이나 고모, 외삼촌이나 이모를 따지지 않고 똑같이 휴가를 주었으면 좋겠다. 조카들이 상가에서 밤을 지새우게 되므로.

국가공무원이나 교사들은 그렇다 치고 학생의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그래서 찾아보니 학생들의 경조사 출결사항에서 본인의 형제, 자매 및 배우자의 사망에는 3일이고, 부모의 형제, 자매나 배우자의 사망에는 1일의 휴가가 있었다.

본인의 형제, 자매나 부모의 형제, 자매의 사망에도 경조사 휴가가 있다는 것은 고맙고 반가운 일이지만, 학생이라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이 미성년이다. 그런데 본인의 형제, 자매나 배우자의 사망에는 휴가가 3일이고, 부모의 형제, 자매 빛 배우자의 사망에는 휴가가 1일이라는 것은 누구를 위해 만든 조항일까.

학생의 경조사 출결사항. ⓒ**학교학생의 경조사 출결사항. ⓒ**학교

부모의 형제, 자매라면 삼촌과 고모, 외삼촌과 이모인데 만약 고인에게 자녀가 없다면 당연히 조카인 본인이 상가를 지켜야 할 텐데 1일은 너무한 게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에서 관습으로 내려오는 친인척이란 그야말로 사돈의 팔촌이 다 친인척이다. 그러나 [민법]에서는 [제767조(친족의 정의) 배우자, 혈족 및 인척을 친족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여기서 친족이란 배우자, 그리고 혈족(血族)과 인척(姻戚)이다. 배우자는 성인이 되어 결혼한 상대이다. 그렇게 결혼해서 낳은 자녀 또는 어머니 아버지가 혈족이다. 인척이란 그 배우자의 혈족이다. 배우자로 있을 때는 친족에 속하지만 헤어지면 남남이 되고 말지만, 부부는 헤어지더라도 부모·자식은 영원히 혈족으로 남게 된다.

요즘 세상의 절반은 여자이고 모든 것에서 남녀평등이라지만, 아직도 부계친족제도(父系親族制度)를 고집하는 남성들이 이 법을 만든 것인지 [민법]에서 친족을 보면 정말 어이가 없다.

민법에서 친족의 범위. ⓒ법제처민법에서 친족의 범위. ⓒ법제처

[민법] 제777조(친족의 범위) 친족관계로 인한 법률상 효력은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자에 미친다.

1. 8촌 이내의 혈족

2. 4촌 이내의 인척

3. 배우자

왜 아직도 혈족은 8촌 이내이고 인척은 4촌 이내인가. 다 같은 [민법]인데 제1000조(상속의 순위)에서는 남녀 차별이 없는데 제777조 친족의 범위에서는 남녀가 유별하다니. 그리고 공무원 복무규정에는 없지만, 삼촌과 고모, 외삼촌과 이모의 경조사 휴가에도 차이가 난다는 것은 정말 아닌 것 같다.

이건 참고사항인데 경조사 휴가 일수에서 오후 6시 이후에 돌아가시면 다음 날부터 적용하고, 중간에 토, 일요일이 있으면 토, 일요일은 제외한다. 부모나 조부모 사망의 경우 휴가가 5일인데 금요일에 돌아가셨다면 휴가가 5일이므로 다음 주 화요일까지인데 중간에 토, 일요일이 있으면 목요일까지 2일의 경조사 휴가를 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한 지인이 7일간의 여름휴가 기간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조부모의 경조사 휴가는 5일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관계기관에 문의를 했더니 법(조항)은 내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므로 7일에다 5일을 더 보태서 휴가를 할 수 있다고 하더란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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