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밥 1공기. ⓒWikimedia Commons쌀밥 1공기. ⓒWikimedia Commons

요즘 본의 아니게 ‘쌀밥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사실 살기 위해서 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작년 가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요즘 통원하고 있는 중앙대병원에서 정신과 진찰을 받다가 채혈검사에서 의외의 중성지방 수치가 극단적으로 높게 나오면서, 결국 정신과 의사의 조치로 내분비내과 협진이 결정되어 작년 가을 처음으로 내분비내과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특별 진찰 끝에 나온 결론은 ‘고지혈증’으로 밝혀졌습니다. 다만 당뇨까지는 악화하지 않았는데, 이는 혈당 수치가 간신히 위험 경계선을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졸지에 영양 상담을 받게 되었습니다. 영양 지도를 하는 전문가가 식사 방법 등에 대해서 언급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의사가 가장 강력히 지시한 것은 쌀밥, 라면, 빵 등의 식사량을 감축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소위 ‘탄수화물’계열 식품을 줄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영양 지도에 따르면, 기존의 밥을 먹던 것이 1공기라 칠 경우 최소 3분의 1공기는 줄여서 먹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것을 잘 따르기로 하고 회사 점심 식당에서도 밥을 적게 푸고, 집에서도 밥을 기존대로 푸면 알아서 밥을 줄이는 등의 노력을 했습니다. 집에서도 어머니께서 이것을 알고 난 뒤 제가 먹을 밥을 적게 푸는 등 식사량 감축을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단지 아버지께서는 제가 먹을 밥을 조금 많이 푸는 버릇만은 못 고쳤지만요.

그러면서 30일 치를 까먹고 복용하지 않았지만, 병원에서 처방한 고지혈증 대응 약물도 같이 복용하는 등 중성지방 낮추기를 노력했고, 결국 지난 1월 제2차 진단에서 중성지방 수치가 매우 큰 폭으로 줄어드는 기적을 맛보았습니다. 과거 완전 공복 기준 600 정도의 수치에서 240 정도인가의 수치로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더 노력하면 이 중성지방 수치를 의학적으로 정상수치라고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더 내려갈 전망입니다. 참고로 중성지방 수치는 150 정도 수치까지 낮아져야 정상이며 저는 과일 및 채소 섭취량은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점도 한가지 알려드립니다. 그러고도 수치가 대폭 개선된 것입니다.

병원에서 처방한 약물을 30일 치, 즉 3개월 중 1개월 분량을 안 먹었다는 점에서 쌀밥 등을 줄여 먹는 노력을 한 것의 결과가 중성지방의 대폭 감소로 끝났다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인 것이 매우 큰 효과를 봤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는 4월에 제3차 진단이 예정되어있는데, 그때에는 꼭 중성지방 수치를 더 낮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때에는 중성지방 수치가 이제 위험 수준 경계선 밑으로 내려가 의학적으로 정상수치가 될 수 있는 수준까지 조정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어쨌든 이 고지혈증 등은 극복되어야 하는 질병인 것은 맞으니까요.

결국, 이 문제는 먹는 것에서 비롯된 문제입니다.

많은 장애인 가정에서 식비 예산 부족이나 잘못된 영양 인식 등으로 쌀밥, 라면 등을 과다하게 섭취하는 일이 많습니다. 게다가 장애인에게 제대로 된 영양교육 자체가 부족한 탓인지 올바른 영양 인식을 하는 장애인은 적습니다.

제가 속한 estas의 경우에도 회원 상당수가 과체중 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겉으로도 과체중이 드러난 경우도 있고, 몇몇 회원들의 보고에서도 체중이 꽤 많이 나온다고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그랬다죠. 요즘의 비만 및 과체중은 부유함의 상징이 아니라 가난함의 상징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이 비만 및 과체중은 영양 문제에 있어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대부분 건강식이라고 알려진 식품의 단점은 장애인들이 구매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장애인이 구매하려고 하면 인터넷 접근성이 낮거나, 영양 정보가 알려지지 않거나, 그것을 구매하기에는 비싸거나 하는 등의 문제가 있고, 건강식품이라는 명목으로 판매되는 것 상당수는 실제로는 영양에 도움이 안 되며 장애인의 판단력을 거꾸로 악용하여 강제 구매하게 하는 등 부적절한 태도가 있습니다.

특히 자폐인들에게는 그것도 산 넘어 산의 문제인데, 바로 자폐인 특유의 감각 문제와 영양 문제를 조화시킨 식품은 각자마다 다르다는 점입니다. 건강에 좋다고 먹이려고 해도 그것에 감각 문제가 붙어있으면 그것은 대단히 큰 문제가 됩니다. 건강을 챙기려고 하면 감각이 문제이고, 감각을 지키자니 자칫 영양 문제가 우려될 수 있는 지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폐인에게는 식품 딜레마가 있습니다. 자폐인들이 선호하는 식품은 자칫 영양 불균형 등의 우려가 있고, 영양을 집중하면 대신 감각 문제로 거부감이 드는 사례도 있습니다. 제 사정에 빗대면 쌀밥의 감각이 좋아도 영양에서는 문제가 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저는 감각 문제로 수산물 자체를 먹기 어려워하는 성향이 대단히 짙은 편입니다.

자폐인들의 영원한 딜레마일 것입니다. 영양을 생각하느냐, 감각을 생각하느냐. 이 자폐인의 식품 선택에서 영양과 감각 사이의 딜레마는 앞으로도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이 문제의 답은 각자만이 알고 있을 뿐입니다. 명확한 룰도 심판도 없는 이런 독특한 대립에서, 과연 자폐인 각자가 영양과 감각 사이에서 좋은 식품 선택을 하는 것은 과연 성공적일까요? 저도 솔직히 이 문제에 대한 답변은 못 하겠습니다. 이것은 아직도 답이 없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쌀밥과의 전쟁’을 치르는 와중에, 감각과 영양 둘 다 고민해야 하는 것이 딜레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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