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지체장애인 A씨는 현대자동차를 구입했다. 딜러에게 물었더니 차량을 구입해 개조할 경우 추가 비용이 많이 들고, 여러 가지 차량 내부 배선이 복잡해 개조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다고 하였다. 그리고 개조 차량의 경우 차량 화재 등 차량 하자로 인한 배상의 문제가 발생하면 화재 원인이 자동차 회사의 잘못인지, 차주의 개조나 이용에서의 문제인지 판단을 하여야 하는데, 차주의 문제임을 차주가 증명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차를 구입해 운행한 사람이 자신이 한 것이 아닌 남의 행위에 대하여 잘못을 증명해야 한다니 참으로 자신 없는 일이다. 잘못은 문제를 일으킨 자에게 있고 그가 가장 잘 알 것인데, 배상을 받으려면 타인의 행위에 대한 잘못을 증명해야 한다고 하니 겁이 났다.
현대자동차에서 출고시에 미리 장애인 개조차량으로 만들어서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고도 하니 그렇게 하는 편이 가장 좋겠다고 여겨 개조 비용을 추가, 차를 구입했다. 하지 장애가 있어 핸들에 핸드 컨트롤러를 추가한 것이다.
요즘 차량은 참으로 여러 가지 기능들이 많다. 차를 조정하기 위해 사용설명서 책을 암기해야 할 정도다. 당장 운전에 필수적인 기능만 익히고, 차츰 기능들을 숙지하기로 하고 먼저 차량을 운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번 겨울은 삼한사온이 사라지고, 매우 지긋지긋하게 추웠다. 핸들을 잡고 있는 손이 너무 시렸다. 핸들의 열선 스위치를 아무리 찾아봐도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없었다. 사용설명서를 뒤적이고, 차량 내부를 샅샅이 찾아봐도 그런 스위치는 발견되지 않았다. 보통은 운전 조작반의 좌측 끝에 스위치가 있기 마련이다.
A씨는 딜러에게 왜 열선이 없느냐고 문의하였다. 딜러는 그런 것에 대하여는 아는 바가 없었다. 많은 고생을 하여 본사 담당자를 겨우 찾아 열선에 대해 물어 보았더니 장애인 개조차량은 열선을 넣지 않는다고 하였다.
사람이 전화를 받아주던 시대에서 자동응답 시스템이니 인공지능 대화니 하는 것들은 편리하기 위한 것들일 것인데, 전화를 받는 이들을 위해 편리할지 몰라도 고객에게는 참으로 불편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며, 전화기를 들고 대기하거나 복잡한 선택메뉴를 방황해야 하는 것이 불편을 넘어 화가 날 지경이었다.
현대자동차는 내부 규정을 내세우며 양발 장애인의 개조 차량에는 열선을 넣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하였다. 그런 내부 규정을 차량 구입 당시에 설명해 주거나 규정집을 제공한 것도 아닌데, 자체적으로 만든 규정을 왜 소비자는 무조건 수용해야 하는지 저항감이 들었다. 지인인 딜러에게 영향을 미칠까봐 강력하게 항의를 할 수도 없었다.
내부 규정을 따른다고 하더라도 A씨는 한쪽 다리에 소아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을 뿐, 양발 장애인이 아닌데 현대자동차에서 소비자의 신체조건을 조사하여 규정에 맞게 양발 장애인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처리한 것인지를 물었더니, 장애인 개조차량을 구입하면 양발 장애인이 아니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핸드 컨트롤러를 사용하는 장애인은 핸들을 잡을 일이 전혀 없다고 여기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생각은 편견이고 장애인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핸드 컨트롤러가 있어 편리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손을 사용할 수 있는 하지 장애인이 핸들을 잡을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크루즈 기능이라고 하여 핸들만 잡고 있으면 마치 항공의 자동항법처럼 일정 속도를 유지하면서 차선을 따라가는 기능이 있어 핸들을 잡아야 하는데, 잡을 수가 없게 되어 있는 것이다. 잡을 수가 없다는 것은 너무나 추운 겨울이라 핸들이 차가워서 잡지 못한다는 말이다. 정말 장애인이 핸들을 잡을 일이 없다면 핸들도 빼버리고 장애인에게 판매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핸들이 있다면 비장애인에게 열선이 필요한 것은 장애인에게도 필요할 것이다.
세계적 굴지의 대기업이 이 정도로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심이 없다면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행위가 장애인을 울리고 좌절감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만약 장애인에게 열선이 필요 없다면 장애인에게 스스로 선택하게 하고, 열선을 제외하면 자동차 구입 가격에서 열선의 비용을 제외하고 가격을 낮추어야 할 것이다.
돈은 다 받아놓고 장애인이라고 하여 일부 부품을 빼먹은 것이 설마 대기업이 장애인을 우습게 여기거나 비용을 빼먹을 기회로 삼은 것은 아닐 것이다. 핸드 컨트롤러가 있으니 핸들은 잡지 않을 것이라는 당사자의 입장이 아닌 마음대로 판단한 인식 부족이라 생각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비용은 다 받아놓고 열선을 뺀 것은 무척 억울한 일이었다.
새로이 열선을 설치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문제가 있다. 배선도 그렇고, 스위치를 달 수 있는 조정판의 스위치 설치 위치도 없다. 그리고 비용도 든다. 이는 분명 리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되었다.
거금을 들여 구입한 동산이 사랑스러워야 하는데, 애정이 식어버린 것 같았다. 마치 장애인에게는 장애인차량이 아니라 장애차량을 팔고 있는 것 같았다. 제조사나 판매사는 소비자가 가장 사랑할 수 있는 물건을 팔아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물품은 그 제조사를 사랑하지 않게 만든다. 경쟁력을 스스로 포기하고 일시적 이익 취득에 급급한 기업들의 말로를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굴러가는 기계가 아닌 사람을 돕는 안전하고 편리한 자동차를 팔아야 한다. 가장 좋은 자동차는 신기술을 적용한 것보다 사람을 이해하는 자동차일 것이다. 항시 사고의 위험이 있음에도 생활필수품이 되어버린 발과 같은 자동차, 특히 장애인에게는 신체의 일부로 이동을 돕는 필수적인 도구임에도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장애인 물품을 만들어 팔고 있으니 한국의 미래가 얼마나 장애인에게 잔혹할지 상상이 가서 두렵기까지 했다.
자산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자동차가 하자가 있으면 얼마나 속상한지를 공감하는 현대가 되기를 기도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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