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장애인도서관 정보누리터 내에는 대면 낭독실이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혼자서 해결하기 힘든 검색, 서류 정리, 민원 처리들을 이곳에서 했다. 또 낭독을 받고 심지어는 논문 정리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가 시작됐고, 대면 낭독실은 굳게 닫혔다. 중증장애인과 자원봉사자들의 만남은 있을 수 없게 됐다.
참으로 긴 시간이었다. 마침내 올해 1월 10일 필자의 휴대폰에 “대면 낭독실이 재개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문자 메시지로 날아들었다. 나는 즉시 정보누리터로 전화했고, 기대는 큰 실망으로 바뀌었다. 예전에는 중증장애인이 고속터미널역, 서초역, 교대역에 도착해 전화하면,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택시로 이동지원 서비스를 해줬다. 모든 낭독이나 서류 정리가 끝나면, 다시 해당 역으로 안내해줬다. 정말 편하고 감사한 제도였다. 하지만 이 제도는 완전히 없어졌다.
필자가 국립장애인도서관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이중지원이라 안 된다는 것이었다. 장애인활동지원도 있고 복지콜도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언뜻 듣기에는 그럴싸한 말일 수 있고, 잘 모르는 이는 그런가보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용하는 중증장애인과 낭독봉사자라면 금방 어패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활동지원의 경우, 절대적 시간이 부족하고 일부 장애인은 그 외 여타 문제로 활동지원을 이용하지 못한다. 활동지원사 대부분 연령이 높아 현실적으로 컴퓨터를 통한 서류 정리 등이 불가하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자원봉사자와의 이용시간이 3시간에서 2시간으로 단축되고, 주말에는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야간 서비스 역시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서비스라면 굳이 힘들게 장애인도서관에 가 이용할 필요가 없다. 고작 2시간 서비스를 받기 위해 가는 이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필자 주위에 과거 서비스를 받던 사람들은 모두 화가 나 있다. 예전보다 서비스가 더 좋아져야 할 텐데 이제는 서비스가 축소됐으니 도서관 방문을 꺼려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이용자 실적도 줄어들 것이 뻔하다. 장애인도서관 정보누리터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도서관 측에 묻고 싶다.
아마도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중증장애인의 편에 서서 무엇이 힘들고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서 잘 챙겨도 부족할 텐데, 있는 제도마저 모조리 없애버리는 그 태도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국립장애인도서관 관장 역시 시각장애인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뻔히 벌어지는데도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기존의 서비스를 원상 복구해 예전처럼 중증장애인의 사랑을 받는 장애인도서관 정보누리터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일까. 이러한 서비스가 계속된다면, 장애인도서관 정보누리터 대면 낭독은 유명무실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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