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토일드라마 `일타 스캔들`(극본 양희승, 연출 유제원)은 강남에서 잘 나가는 일타 강사와 국가대표 반찬가게 열혈 사장의 치고받는 코믹 휴먼 드라마다.

일타 수학강사 최치열(정경호 분)은 수학에는 천재적이라 강의실에서는 끝없이 아드레날린을 분출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혼자라는 외로움과 공허함 등인지 밥을 먹지 못한다. 그래서 남자는 언제나 배가 고프다.

일타 강사 최치열은 불법이나 탈법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 바른생활 사나이다. 그런 최치열을 보좌하는 지동희(신재하 분) 실장이 최치열에게는 지극정성이다. 지동희 실장은 최치열을 위해서 인터넷을 뒤져 후기가 괜찮은 ‘국가대표 반찬가게’를 찾아 도시락을 사 왔다.

일타 스캔들. ⓒtvN일타 스캔들. ⓒtvN

최치열은 거의 밥을 먹지 못하므로 지동희 실장이 사 온 도시락을 먹어 보지 뭐, 그런데 밥이 넘어갔다. 그동안 최치열은 그 어떤 음식도 삼키지를 못했고 삼켰다 하면 그대로 토해내곤 했다.

남행선(전도연 분)은 딸 같은 조카 남해이(노윤서 분)와 아들 같은 동생 남재우(오의식 분) 그리고 친구 김영주(이봉련 분)와 ‘국가대표 반찬가게’를 운영한다.

남재우는 아침마다 공원을 가로질러 카페에 들러 아르바이트생 권진경 씨가 구워주는 바싹한 와플과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누나의 반찬가게서 캐셔를 보는 게 하루 일과다.

그러던 남재우가 어느 날 배가 아프다고 했다. 남행선은 놀라서 남재우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최치열이 입은 호랑이 그림 재킷. ⓒtvN최치열이 입은 호랑이 그림 재킷. ⓒtvN

최치열은 어떤 여학생 스토커 때문에 골치가 아파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나왔다. 지동희 실장이 차를 가지러 간 사이에 남재우가 최치열의 사진을 찍었다.

최치열은 사진에 노이로제가 걸릴 판인데 남재우가 사진을 찍는 것을 보고는 사진만 지우고 줄 테니 휴대폰을 내놓으라고 했다. 남재우는 최치열이 하는 말을 잘 알아 듣지 못하자 최치열은 남재우의 휴대폰을 뺏어서 달아났고 남행선이 뒤쫓아갔다.

최치열은 간신히 화장실에서 휴대폰을 열어보니 온통 호랑이 사진뿐이었다. 최치열은 그날 호랑이 그림이 그려진 재킷을 입고 있었다. 최치열은 휴대폰을 돌려주려다가 떨어뜨렸고 새 휴대폰을 사다 주었으나 남행선은 남재우 때문인지 알지 못해서 안 받으려고 했다

남행선과 최치열은 서로가 오해했으나 오해를 풀 시간과 여유가 없었다. ‘말아톤’의 얼룩말처럼 오해를 풀어 주었으면 좋았으련만, 물론 작가가 그렇게 만들었을 테니 누굴 탓하랴.

남재우의 휴대폰을 뺏으려는 최치열. ⓒtvN남재우의 휴대폰을 뺏으려는 최치열. ⓒtvN

오래전 영화 ‘말아톤’에서 윤초원(조승우 분)은 얼룩말을 좋아했다. 지하철에서 얼룩말 무늬의 스커트를 입은 여자를 보고는 그 얼룩말 무늬를 만져보고 싶어 여자의 스커트를 만져보았다가 그 여자의 남친에게 귀싸대기를 얻어맞았다.

초원의 엄마(김미숙 분)가 달려와서 초원이를 끌어안으며 소리쳤다. “우리 아이는 장애가 있어요.” 가슴 뭉클해지는 눈물겨운 장면이었다. 초원이는 여자 엉덩이에는 관심이 없었고 단지 얼룩말에 관심이 있었을 뿐이다.

남재우도 일타 강사 최치열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단지 그가 입고 있던 재킷의 호랑이에 관심이 있었을 뿐인데, 다음을 위해서인지 이 장면은 별 설명 없이 그대로 넘어가고 말았다.

말아톤에서 얼룩말을 만져보는 초원이. ⓒ말아톤말아톤에서 얼룩말을 만져보는 초원이. ⓒ말아톤

최치열이 ‘국가대표 반찬가게’에 갔다가 사장이 남행선인 것을 알고는 질겁을 해서 다시는 안 간다고 했으나 그 집 반찬만 먹을 수가 있었기에 모자에 선글라스에 마스크 등으로 변장을 하고 갔다.

그런데 남재우가 최치열을 보고는 “어디서 봤는데?” 누군지 몰라 하루 종일 고민이었다. “어디서 봤는데?” 결국 남행선에게 정체가 탄로 났으나 그가 일타 강사 최치열인 것을 알고는 남행선도 꼬리를 내렸다.

남해이는 공부를 잘했으나 엄마 같은 이모 남행선이 자기 때문에 고생하는 것을 알고는 한 번도 말하지 않았으나 남해이도 수학학원에 다니고 싶었다. 더구나 그 유명한 일타 강사 최치열이 있는 학원에…….

국가대표 반찬가게. ⓒtvN국가대표 반찬가게. ⓒtvN

남행선이 그 사실을 알고는 아침부터 달려가서 남해이를 그 학원에 등록시켰다. 학원에서는 올케어 반이라는 7명의 소수정예 반 선발 시험을 쳤는데 남해이도 합격했다. 그런데 엄마들이 남해이를 빼고 다른 사람을 넣었다. 남행선은 화가 났고, 최치열도 화가 나서 남해이에게 아무도 모르게 과외를 해 주겠다고 했다.

최치열은 불법이나 탈법을 싫어한다. 과외를 한다고 돈을 받는 것은 불법이기도 해서 받을 수 없고 그 대신 도시락을 해 달라고 했다. 물론 도시락값도 낼 것이고. 나중에 지동희가 절대로 안 된다고 했으나 최치열이 남해이는 공부를 하고 나는 밥을 먹고 서로 윈윈이고 일종의 재능기부라고 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남재우는 호랑이도 좋아하지만, 아침마다 공원을 가로질러 카페에 들러 알바생 권진경이 구워주는 바싹한 와플과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누나의 반찬가게에서 캐셔를 보는 게 하루 일과다.

이것이 남재우에게는 일종의 루틴(정해진 일상)이자 작은 행복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카페에 가 보니 권진경이 없었다. 알바시간을 저녁으로 옮겼다고 했다.

권진경에게 와플을 주문하는 남재우. ⓒtvN권진경에게 와플을 주문하는 남재우. ⓒtvN

남재우는 권진경이 옮긴 시간에 카페를 찾아가서 와플을 시켰다. 남재우는 와플을 받으면서 권진경 씨 손에 시럽이 묻어서 닦아주려고 하자, 권진경이 비명을 질렀다. 옆에 있던 권진경의 남친이 무슨 일이냐고 나섰다.

권진경은 매일 남재우가 같은 시간에 와서 와플을 사는 것을 보고 스토커라 생각해서 시간을 옮겼는데 남재우가 또 왔던 것이다. 권진경의 남친이 무슨 일이냐며 남재우의 멱살을 잡았다.

남행선에게 전화가 왔다. 남재우가 경찰서에 있다는 것이다. 남행선의 스쿠터에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최치열이 경찰서까지 데려다주었다. 남행선이 경찰서로 가보니 남재우는 수갑을 찬 채 유치장에 갇혀 있었다. 남행선은 남재우를 다독거렸다. “괜찮아 걱정 하지 마, 누나가 곧 꺼내 줄게”

남재우의 멱살을 잡은 권진경 남친. ⓒtvN남재우의 멱살을 잡은 권진경 남친. ⓒtvN

남행선은 권진경과 그녀의 남친에게 눈물로 호소했다. “제 동생 남재우는 아스퍼거라는 자폐스펙트럼인데 그게 일반적인 자폐랑은 좀 달라서 일상생활에는 문제가 없는데 대인 관계에 문제가 좀 있어요. 우리 재우가 권진경 씨 와플을 진짜 좋아했어요, 다른 알바 분들이 굽는 것보다 훨씬 바삭하고 맛있다고. 정말 죄송합니다. 오해하실 수 있어요. 충분히, 불쾌하실 수 있고요. 근데 진짜 나쁜 의도는 없어요.”

권진경 남자친구 : “그러니까 정상도 아닌 사람을 왜 돌아다니게 해요?”

남행선이 울면서 병원비와 세탁비는 다 드릴테니 고소만 취하해 달라고 머리를 조아렸다.

권진경이 울고 있는 남행선을 바라보니 신발도 짝짝이로 신고 있었다.

권진경 : “고소 취하할게요. 그 대신 앞으로는 우리 카페에 못 오게 해 주세요.”

필자는 유치장에서 수갑을 차고 있는 남재우를 보고 아무래도 이상해서 경찰에 있는 지인에게 전화를 했다. “유치장에서도 수갑을 채우나요?” “자살 등 특별히 자해의 위험이 있으면 모를까 유치장에서는 수갑을 안 채웁니다.” “드라마에서는 유치장에서 수갑을 채우던데요?”

그건 드라마니까 그렇다 치고 현실이라면 과잉 대응이자 인권침해로 고소감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유치장에 갇힌 남재우를 면회하는 남행선. ⓒtvN유치장에 갇힌 남재우를 면회하는 남행선. ⓒtvN

최치열도 임용고사만 안 쳤지, 사범대학을 나온 수학 교사다. 최치열이 경찰서까지 남행선을 데려다주었는데 남재우가 수갑을 차고 유치장에 갇혀 있는 것을 보았다면 이건 과잉 대응이고 인권침해라고 경찰에게 따졌으면 좋았을 것을. 누구냐고 물으면 뭐라고 해야 할까. 남해이 선생이라고 하면 될텐데.

그리고 또 하나 권진경의 남친이 정상도 아닌 사람을 왜 돌아다니게 하느냐고 했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장애인에 대한 인식인지도 모른다.

요즘은 학교는 물론이고 기업이나 단체 등에서도 장애인 인식 교육이 의무사항이다. 카페에서도 직원 교육을 했을 텐데, 안 했다면 직무 유기고 했음에도 권진경과 남자친구가 잘 몰랐다면 직원 교육 시간에 졸았거나 딴 짓을 했거나.

권진경에게 울면서 사죄하는 남행선을 바라보는 최치열. ⓒtvN권진경에게 울면서 사죄하는 남행선을 바라보는 최치열. ⓒtvN

권진경의 남친이 남재우의 멱살을 잡고 막말을 한 것에 대해 다음 날이라도 카페 사장이 남행선과 남재우를 찾아와 직원들의 실수를 정중히 사과하고, 권진경도 남재우가 스토커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니 카페에 와플을 먹으러 다시 오라고 해야 했다.

드라마에서 남행선이 아스퍼거에 대해서는 대체로 설명을 잘해 준 것 같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1944년, 오스트리아의 소아과 의사였던 한스 아스페르거에 의해 최초로 정의되었다고 한다. 아스퍼거는 의사소통이나 언어능력에 지연을 보이지 않는 특징을 보이고 있으나 대인 관계 등에서는 서툴다. 아스퍼거는 자폐 스펙트럼에 속하지만, 공식 진단명에서는 제외되었다고 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고래. ⓒENA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고래. ⓒENA

자폐(自閉)라는 용어도 부정적인 의미가 강해서 변경하려 하는 것 같지만 아직은 마땅한 용어가 없는 것 같다. 아무튼 아스퍼거는 자폐 스펙트럼의 일종이고 자폐나 지적이나 다 발달장애인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일타 스캔들’에 나오는 남재우는 호랑이와 와플에 꽂혀있고, ‘말아톤’에서 윤초원은 얼룩말에 꽂혀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는 고래를 좋아했다.

발달장애인이 자기가 관심 가는 어떤 것에 열정을 가지고 그것에 소확행을 느낀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래서 드라마에서 발달장애인의 일상을 알게 해 주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너무 부정적으로는 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장애는 고쳐지는 환자가 아니라 고착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장애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름이다. 우리 사회는 수많은 다양인이 존재하듯이 발달장애도 신경다양인일뿐이다.

국가대표 반찬가게의 입구 계단. ⓒtvN국가대표 반찬가게의 입구 계단. ⓒtvN

‘일타 스캔들’ 에서 주인공을 맡은 전도연이나 정경호도 연기를 잘했지만, 아스퍼거 장애인 남재우를 맡은 오의식도 연기를 잘한 것 같다. 드라마나 영화에 장애인 연기를 하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자문을 받겠지만, 연기 이후에라도 다양한 방법(후원, 재능기부 등)으로 관련 단체나 기관 사람들과 유대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많은 장애인의 요구를 다 들어 줄 수는 없겠지만,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발달장애인 역할을 했던 오정세는 그를 만나고 싶어 했던 발달장애인 배범준 씨와 놀이공원에 같이 놀러 가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드라마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편의시설의 불편함이다. 국가대표 반찬가게도 몇 개의 계단 위에 있다. 왜 굳이 국가대표 반찬가게를 계단 위에 두는가 말이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국가대표 반찬가게를 이용할 수가 없다.

우리가 보는 드라마는 대체로 촬영이 다 끝난 후에 보게 되므로 여기서 뭐라고 한들 그게 고쳐질 리가 없다. 다음에라도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실수는 끝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덕분에 필자 같은 사람에게 기사 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지만.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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