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CRPD 제2차·제3차 병합 국가심의 대한민국에 대한 최종견해 공식 영문 문서 첫 장 ⓒUN CRPDUN CRPD 제2차·제3차 병합 국가심의 대한민국에 대한 최종견해 공식 영문 문서 첫 장 ⓒUN CRPD

네, 실패했습니다. 우리는 유엔(UN)으로부터 장애인권리협약(CRPD) 국가 최종견해 몇 장만 받았을 뿐 대중들은 그 사실을 모릅니다. 우리는 이 국가 최종견해 자체가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게 한 책임이 있습니다.

2022년 가을에 UN으로부터 CRPD 국가 최종견해 자체는 내려왔지만, 대중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자체를 모릅니다. UN에서 발표된 것, 특히 안보리 결의안, 대북 제재 결의안이면 하늘같이 떠받드는 우리 정치권도 언론도 같은 UN에서 발표된 것임에도 전혀 모릅니다.

솔직히 CRPD 국가 최종견해 미이행에 따른 국제 제재안건이라도 올라와야 정신을 차릴 족속들일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일부를 비준하지 않았던 정부가 부랴부랴 비준했던 것은 국내 여론이 아닌, 대한민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의 부속 조항에 대한민국의 ILO 협약 완전 비준이 있었고, 그것을 이행하지 않자 EU에서 압력을 넣어 통상마찰을 우려한 정부가 부랴부랴 비준했던 전력이 있었습니다.

마치 성적이 저조한 학생들이 성적표가 부모에게 들키지 않을까 하면서 성적표를 싹싹 숨기는 듯한 태도나 다름없습니다. 문제는 그 성적표가 다 공개되어도 아는 사람만 아는 무슨 비밀 성적표인 양 작동하는 것입니다. 최소한 생활기록부나 학교 성적표보다도 못한 성적표 공개 태도입니다. 왜냐면 생활기록부나 학교 성적표는 요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내 자녀 바로 알기’ 서비스를 통해 학생들이 성적표를 숨겨도 부모는 이제 다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학생들이 성적표를 숨겨도 이제 몰래 살펴보고 야단을 치면 되는 일입니다.

물론 UN 인터넷 자료실을 찾아보면 찾을 수 있지만, 아쉽게도 한국어 번역본은 UN에서 제공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즉, 영어 독해를 엄청해야 찾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어 번역본은 대체로 민간에서 번역했고 대중들은 찾아보기 어려우니 일단 대중이 국가 최종견해의 실제 내용을 제대로 알 턱이 있겠습니까?

그나마 국가인권위원회는 쉬운 읽기 버전으로 국가 최종견해 내용을 요약한 온라인 자료를 제작해서 다행이기는 합니다만, 이러한 것으로는 역부족입니다. 대중적인 TV 광고 등을 전개하는 등 국가 최종견해 자체가 나왔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해야 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책임도 있습니다.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언론들이 무슨 동맹을 맺었는지, 어떠한 매체도 CRPD 국가 최종견해의 주요 내용에 대해 단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CRPD 관련 기사를 검색하면 오히려 에이블뉴스 기사가 더 많이 나올 지경입니다. 선택의정서 비준조차도 제대로 보도되지 않아서, 경향신문의 단 1건의 보도 이외에는 전혀 선택의정서 비준 사실 자체가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와중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우선순위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지금 탈시설을 주장하려면 그 주장의 근간이 되는 CRPD 국가 최종견해 등을 먼저 홍보하는 등 기본 논리를 대중들에게 심겨주는 작업을 먼저 해야 하는데, 그러한 대중 설득은 생략한 채 재빨리 탈시설 논의로 곧바로 쳐들어가니 이것이 결국 뒷받침되는 것은 자기들만 알고 정작 바뀌어야 할 대중들에게는 전혀 탈시설 권고안이니 CRPD 국가 최종견해이니 뭐니를 잘 설명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장애계는 당분간 다른 투쟁을 해야 할 것입니다. CRPD 국가 최종견해를 대중적으로 홍보하여 장애인 정책과 인식의 기본 방향점을 CRPD 국가 최종견해과 본 협약 원칙에 맞게끔 수정하는 투쟁을 먼저 전개해야 합니다. 탈시설 이런 것은 그 뒤에 자연히 따라오는 문제이지 전제조건 없이 투쟁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대중들은 전혀 CRPD 국가 최종견해의 주요 지적사항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습니다. 장애계가 앞으로 이 국가 최종견해의 대중적인 홍보 등을 통해 한국 장애인 정책의 현실과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한 이 사안들에 대해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게 할 필요도 있고, 그 외에도 언론계에도 CRPD 국가 최종견해의 주요 지적사항 등에 대하여 자주 보도하고, 대중들이 장애인 정책의 현실을 국제사회가 평가한 성적표임을 깨닫게 하게끔 유도하는 전략도 장기적으로 필요할 것입니다.

탈시설은 중요하지만 그 전에 탈시설 가이드라인 등 대외적인 전제조건을 대중들에게도 잘 알려져야 안정적인 투쟁을 할 수 있습니다.

대중들이 국제사회는 탈시설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는 주장에 기반을 둔 장애계의 지적을 잘 모르는 이유가 바로 국제사회의 지적을 언론이 보도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그것이 알려지지 않게끔 하는 장애계의 은폐라면 은폐도 문제라고 할 것입니다.

당분간은 장애인 관련 투쟁을 잠시 중지하고, 일단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각오하면서 UN CRPD 국가 최종견해와 탈시설 가이드라인 등 국제사회의 지적 사안을 대중들에게 알리며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지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강경한 태도가 역설적으로 장애계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우려가 있습니다. 이러다가는 장애인의 권리에 앞서 대중들은 책임을 요구할 것입니다. 현실은 책임지고 싶어도 책임지는 일 하나 하려는 것도 막아 세우는, 거의 대중들이 원하는 장애인에 대한 태도는 ‘조용히 쾌적하다는 시설에 가서 살아’ 이런 수준이라는 현실을 깨닫고, 탈시설화 등의 이슈를 대중 이슈로 전환하는 국제사회의 지적 사안을 대중들에게 전파하는 것이 당분간의 예산 확보보다 더 급한 사안이라고 할 것입니다.

지금은 장애계의 명분을 대중들에게 알리면서 조용히 시간을 기다리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당분간 선택합시다. UN CRPD 국가 최종견해 등을 홍보하는 등 대중들이 국제사회에서 날아온 처참한 장애인 정책 및 인식 성적표를 ‘국가적 수치(羞恥)’로 깨닫고 오는 2031년 1월에 있을 제4차~제6차 병합심의에서는 최대한 지적 사안 덜 듣게끔 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지금 장애계에 필요한 것은 당장하고 있는 투쟁이 아니라, 내일의 투쟁을 위한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입니다. 당분간은 국제사회가 보내온 성적표를 대중들에게 알리면서, 장애 운동의 명분을 찾을 시간입니다. 예산을 당장 끌어오기 전에 대중들을 바꿔놔야 그 뒤가 편안해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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