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시각장애인 점자블록의 미비점이 자주 회자 되는 것 같다.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설치된 점자블록의 파손 및 마모 등의 유지보수 미비 및 부족으로 제기능을 못하는 경우에 대한 불만이 그 첫 번째이고, 다음으로는 점자블록의 미끄러움으로 인해 시각장애인 뿐만 아니라, 다른 장애 유형의 장애당사자 뿐만 아니라 보행에 제한점을 지니는 노약자 등의 보행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다. 이 문제는 점자블록의 재질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점자블록의 파손 및 마모 등의 유지보수 미비 및 부족 문제는 해당 지자체의 지속적인 상태 점검과 즉각적인 유지 보수 실시 등의 능동적인 행정이 필요하나 그 실제는 실망스러운 수준임이 부정할 수 없는 실정이다.
점자블록의 미끄러운 재질 개선에 대한 문제 또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던 문제인데, 점자블록의 주된 재질인 플라스틱은 근원적으로 마찰에 의해 마모를 동반할 수 없는 특성을 지닌다. 그래서 점자블록 설치 초기에 국가규격에서 요구하는 마찰계수를 충족한다 하더라도, 그 이용에 따라 마모와 색상의 탈색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상대적으로 건물 등 실내에 설치된 장애인 점자블록 보다 도로 등 실외에 설치된 점자블록의 마모 파손 등의 결함이 심각하다. 이는 당연한 결과로, 장애인 편의시설의 상태는 각 장애인단체에서 매년 실시하는 실태조사에서 자주 지적사항으로 거론되나 그 개선은 미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러한 점자블록의 대안으로 생각되는 것이 바로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시각장애인용 지팡이 이하, ‘스마트 케인’의 활용이다.
‘스마트 케인’에 대한 연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오고 있다. 그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지난 2000년대 초반 프랑스 Paris-Sud/Orsay 대학의 Rene Farcy 교수는 레이저 거리 측정기능을 탑재한 스마트 케인을 개발하여 상용화하였는데, 그 기능은 소리와 진동으로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또한 말레시아 대학의 마흐무드 모그하베미 교수는 2개의 물체감지센서를 탑재한 스마트 케인을 개발하였는데, 이를 시각장애인에게 혁명이라고까지 불리었던 아이폰과 연동시키는 진동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을 선택한 바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로베르토 만두치 교수팀은 레이저 포인터와 디지털카메라에 컴퓨터 프로세서를 결합한 형태로 가상 전자지팡이를 개발, 이용자 주변의 공간정보를 인식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이용자의 편의를 도모하였다.
영국에서는 ‘울트라 캐인’이라는 상품명의 전자지팡이를 판매하기도 하였으며, 비교적 최근인 2020년에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디에고 로엘이 창업한 회사 '스트랩 테크놀로지(Strap Technologies)'가 주목을 받고 있다. 스트랩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기존 발명품들과 다른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길안내 장치를 개발했다.
스트랩이 채택한 기술은 바로 자율주행 자동차의 핵심 기술인 '라이다(LiDAR)'이다. 라이다는 레이저를 쏜 뒤 반사되는 신호를 받아 3차원 사물의 형상 데이터를 추출하는 기술을 일컫는다. 벽 너머의 보이지 않는 것까지 포착하고 사람의 눈이나 카메라가 포착할 수 없는 것까지 인지할 수 있기 때문에 자울주행 차량의 안전을 담보하는 가장 중요한 기술로 꼽히고 있다.
라이다 기술을 적용한 스트랩 길안내 장치는 시각장애인의 가슴에 착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무게는 200g 정도로 액션캠 고프로의 두 배 정도 된다. 내장된 배터리는 완충 후 72시간 사용이 가능하다고 전하고 있다.
스트랩이 길을 안내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사용자가 움직이면 라이다 센서가 작동하기 시작하고, 센서와 카메라가 전방 상황을 감지해 3D 지도를 만들어낸다. 이 지도를 기반으로 계단, 방지턱, 문, 기타 사물 등이 나타나면 사용자에게 실시간 알려준다.
알림은 하네스 연결 부위에 있는 진동패드 4곳의 다양한 패턴의 진동으로 알려준다. 그래서 사용자는 다양한 패턴의 진동을 미리 익혀둘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전방에 계단이 있을 경우 "(4곳에서 모두) 윙, 윙, 윙, 뚝, 뚝", 전방에 장애물이 있을 경우 "(왼쪽 스트랩만) 위~~잉" 하고 울린다.
자동차 내비게이션 처럼 가장 안전한 경로를 자동으로 찾아 안내해 주는 기능도 있다. 사용자가 목적지를 설정하고 길 안내 버튼을 누르면 센서가 전방 상황을 인식해 바닥에 가상의 직선을 그리고 그 위로 사용자를 안내한다. 직전 경로를 벗어나면 진동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사용자는 걷는데 집중하기만 하면 된다.
시각장애인 바로 앞에 있는 위험만을 알려주는 스마트 케인과 스마트 글래스와 달리 스트랩은 다양한 장애물들을 미리 파악하고 알려줄 뿐만 아니라 가장 안전한 길을 찾아 안내해 준다는 점에서 한 단계 진보한 혁신 제품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첨단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교통과 보행환경에 변화의 바람을 가져오고 있는데, 시각장애인에게도 해당하는데, 최근 시각장애인들은 외출을 위해 보행 보조기기뿐만 아니라 ‘1인 1 스마트폰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생활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탑재되는 음성인식 기능을 이용하면 음성 명령만으로 스마트폰의 주요 기능을 모두 제어할 수 있고 전화를 걸거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물론 인터넷 검색까지 도움을 주는 우리에게 이미 잘 알려진 기능 이외에, 앞서 살펴본 주변인지 기능과 위험감지 및 경고전파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 케인’의 시대가 관련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인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스마트 케인’이 보편화 된다면, 앞서 염려를 더했던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의 설치, 유지보수, 그리고 점자블록에서 유발되는 미끄럼 유발, 낙상 등 각종 안전사고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고, 시각장애인이 가고자 하는 목표 건물의 위치, 거리, 버스정류장 및 지하철 역사 등의 교통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줌으로써 시각장애인의 이동과 접근성 확보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다만 이러한 기술과 환경의 구축은 많은 노력과 시간을 요하는 것으로 현재의 시각장애인 점자블록의 설치와 유지보수 등의 체계적인 관리가 요구되는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노력이 필수 불가결이다.
*이 글은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 김경식 이사가 보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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