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사람이 죽으면 이름 외에 남기는 것이 또 하나 있으니 바로 재산이다, 사람이 죽으면 재산이 많건 적건 저승으로 가져갈 수는 없으므로 유산으로 남길 수밖에 없다.

사람이 죽으면 남은 사람 중에서 그 사람의 재산을 상속해야 하는데 상속인이란 법정상속인과 대습상속인이 있다. 민법에서는 상속이 개시되면 유언 등에 의한 지정상속분을 제외하고 피상속인의 유산은 배우자,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자매, 4촌 이내의 방계혈족 즉 3촌과 4촌에게 상속권을 부여하고 있다.

유산 상속에 대해서는 지난 가을에 글을 쓴 적 있다. "사람이 죽으면 재산을 남긴다." <에이블뉴스 2022.10.21. >

지인이 준 우리나라 호랑이 지도. ⓒ이복남지인이 준 우리나라 호랑이 지도. ⓒ이복남

그런데 재산을 상속받기 전에 재산 총액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야 하므로 대표 상속인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피상속인의 금융자산을 취합해야 한다. 요즘은 행정복지센터에서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신청한 후 금융감독원에 들어가면 사망자 즉 피상속인의 금융자산을 한꺼번에 다 볼 수 있다.

필자의 동생 A 씨가 사망했다. A 씨는 부모도 없고 배우자나 자녀도 없이 혼자 살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죽음이기에 별다른 부고도 없이 조의금도 받지 않고 형제들끼리 조촐하게 장례를 치렀다. A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슬픔과 고통 가운데서도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다른 형제들은 멀리 있으므로 필자가 대표 상속인으로 행정복지센터에 사망신고와 함께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신청해야 했다.

누군가 사망하면 남은 재산과 빚은 법정상속인에게 상속된다. 이럴 때 상속인은 상속재산의 규모를 고려해서 상속할 것인가, 한정승인을 할 것인가, 상속 포기를 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물려받을 재산보다 빚이 더 많다면 상속 포기를 해야 한다.

상속재산이란 토지나 건물 등 부동산은 물론 예금, 보험금, 퇴직금 및 주식, 자동차, 골동품 등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모든 물건을 말한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의하면 A 씨의 재산이란 상해보험, 국민연금, 그리고 은행의 정기예금 및 보험이 있었다. 만약 사채 같은 것을 사용했다면 금융감독원 자료에는 안 나타나므로 모를 수도 있겠지만, 예금이 있는 사람이 설마 사채를 사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상속세. ⓒ국세청상속세. ⓒ국세청

필자는 대표 상속인으로서 A 씨의 재산을 정리해서 형제자매들에게 똑같이 배분했다. 형제자매의 상속재산은 모두가 1대 1이므로. 사인은 심장사라고 했는데 심장마비는 상해가 아니라고 해서 상해보험은 없었다. 국민연금에도 배우자와 자녀 외에 형제자매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상속재산을 유산으로 배분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상속세이다. 상속세(相續稅)는 국세의 일종으로 말 그대로 누군가가 사망했을 때 받는 상속재산에 대한 세금이다.

상속세 납부 기한은 상속개시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월 이내에 피상속인(사망자)의 거주지 지역 세무서에 납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상속세는 어떻게 계산해서 얼마를 내야 할까?

아무리 찾아봐도 잘 알 수가 없어서 국세청에 전화로 문의했다. 전화로 문의를 한 것이 아니라 문의를 하려고 전화를 했다. 국세청은 국번 없이 126번이다.

국세청으로 전화를 하니 주민등록번호를 대라고 했다. 무슨 보이스피싱도 아니고 국세청에서 웬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한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국세청에 문의할 때는 자신이 내야 할 세금이 얼마 정도 되는지 알고 싶어서인데 주민등록번호를 대라니, 신상정보가 그대로 노출된다면 누가 감히 국세청에 문의를 하겠는가? 아무래도 찜찜해서 일단 전화를 끊었다. 물론 사람이 아니고 ARS이므로.

그러나 유산을 받았으니 상속세를 내야 할 텐데 어떻게 해야 하지, 며칠 후에 다시 국세청으로 전화를 했고 하는 수 없이 주민등록번호를 치고 상속세 상담을 하려고 했다. 몇 번이나 키패드를 치고 또 치고 해서 겨우 상속세 담당자와 연결이 되었다.

“우리는 잘 모릅니다.”

“그럼 어떻게 해요?”

“세무사나 회계사하고 상담해 보십시오.”

상속세 납부 기한. ⓒ국세청상속세 납부 기한. ⓒ국세청

그게 다였다. 주변에서 얼마 전에 부모님이 돌아가신 몇몇 사람들에게 문의해 봤더니 아파트 등을 상속받아 형제들이 나누었지만, 상속세를 냈는지 안 냈는지도 잘 모른다고 했다.

A 씨 사망 후에 유산상속으로 몇 가지 문의를 했던 **법무사에게 문의했더니 ○○세무사를 소개해 주었다.

○○세무사를 만났다. A 씨의 사망으로 인한 장례비용, A 씨의 공과금, 10년 치의 거래통장 내역, 은행입출금 내역과 사망보험금 내역 등과 영수증 자료를 준비해 오라고 했다. 10년 치 거래 내역 중에서 증여재산이 없다고 가정하면 2년 치 내역만 뽑아 오라고 했다. A 씨는 부모나 배우자 자녀도 없었고, 그리고 갑자기 심장마비로 사망했기에 생전에 증여재산 같은 것은 없었던 것 같다.

장례비용 중에서도 사체 검안비, 시신 운구비, 빈소 사진, 장의차 사례비 등 영수증이 없거나 영수증을 제대로 챙기지 않아 다시 영수증을 받기도 어려운 비용이 제법 있었다. 예금이나 보험 등의 내역은 대표 상속인을 증명하는 증명서가 있어야 했다. 어떤 은행에서는 이런 일은 처음인 듯 서류를 제출하고도 한참이나 지나서야 관련 서류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이면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공과금은 일반전화, 휴대전화, 전기요금, 수도요금, 텔레비전과 인터넷 수신료, 재산세(건물 및 토지) 등 준비해야 할 서류가 제법 많았고 한꺼번에 일괄해서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공과금은 상속대리인임을 일일이 확인해야 했고 더구나 A 씨가 사망한 지 몇 달이나 지난 후라 아무도 없는 빈집에서 관련 영수증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이 다 알고 있겠지만, 전화도 한 번에 연결되는 것이 아니고 ARS로 전화를 하면 몇 번을 누르세요, 또 몇 번을 누르세요, 하는 과정을 여러 번 거치고 그러다가 전화가 끊어져서 다시 하고, 기가 막히고 짜증도 나고 정말 어이가 없었다.

더구나 텔레비전과 인터넷 케이블방송 요금은 그동안 회사가 바뀌는 바람에 와이파이와 셋톱박스 등 장비를 반납하고 내역서를 받기가 정말 힘들었다,

장애인 인적공제. ⓒ국세청장애인 인적공제. ⓒ국세청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기업이나 단체에 전화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몇 번을 누르세요, 또 몇 번을 누르세요, 하는 것 좀 제발 안 했으면 좋겠다. 어쩔 수 없더라도 0번을 누르면 상담원에게 연결된다고 다들 알고 있지만 그게 안 지켜지는 경우도 많다. 공공기관이나 기업과 단체에 ARS 말고 사람이 있으면 안 될까? 장애인에게 일자리 창출도 할 수 있을 텐데.

그동안 몇 달 동안이나 밀린 공과금을 납부하고 공과금 내역과 영수증을 챙기기가 정말 쉽지 않았다. 이 같은 공과금이라면 국세청에서 한꺼번에 조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왜 개인에게 하라고 할까?

○○세무사가 요청한 서류를 몇 날 며칠이 걸려 겨우 준비해서 세무사를 다시 만나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상속세를 내기 위해서는 상속재산에서 장례식에 지출된 비용과 공과금을 공제한 후 나머지 금액에서 상속세를 계산하여 세무서에 자진 신고하여 납부한다고 했다.

상속세에는 일정부분을 공제하는데, 기본공제 2억 원이고 배우자 공제 5억 원, 그리고 상속자 중에서 장애인이 있으면 1천만 원 곱하기 기대수명만큼 공제한다고 했다. 기대수명은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22년 현재 남자는 81.2세고 여자는 87.0세였다.

장래 기대수명/전국. ⓒ통계청장래 기대수명/전국. ⓒ통계청

○○세무사가 그동안 필자가 준비한 서류를 취합해서 상속세 관련 서류를 만들어 세무서에 신고했다. 상속세는 사망자 A 씨의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라고 되어 있지만, 요즘은 대부분이 홈택스(www.hometax.go.kr)로 신고하므로 별 상관이 없었다.

○○세무사가 상속세 신고를 하고 필자에게 상속세 신고 내역을 알려 주었다. 필자가 상속세 신고 내역에 따라 상속세를 납부하고 세무사 사례비도 지급했다. 관할 세무서 상속세 담당자가 자진 납부한 상속세 신고 내역을 검토해 보고 타당하다고 생각되면 그대로 진행이 되고 만약 부실기재 등으로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다시 보완하라는 연락이 올 거니까 그때는 자기(세무사)에게 연락하라고 했다.

필자는 상속세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하므로 ○○세무사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 상속세를 납부하고 나서 이 글을 쓰려고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상속세 관련 부분을 다시 찾아보니 상속재산에 따라서 상속세 세율이 달랐다. 즉 누진세가 붙어 있었던 것이다.

누진세는 5등급으로 분류되어 있었는데 1억 이하는 10%이고, 5억 원 이하 20%, 10억 원 이하는 30%, 30억 원 이하는 40%, 30억 원을 초과하면 50%라고 했다.

언젠가 언론에서 상속세를 없애자는 글을 본 적 있다. 이미 소득세 등 개별 세금을 다 냈는데 무엇 때문에 상속세를 또 내야 하는가. 어떤 기업은 상속세를 내려면 주식을 다 팔아야 하므로 회사가 통째로 남의 손에 넘어갈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조상 대대로 대물림 하는 기업이 별로 없다고도 했다.

상속세 세율. ⓒ국세청상속세 세율. ⓒ국세청

어떤 사람들은 부모에게 집과 땅을 물려받았지만 당장 상속세를 낼 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집이나 땅을 팔아야 하는데 금방 팔리지 않으므로 상속세를 내기 위해서는 빚을 져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또 하나 부모들은 장애인 자녀들에게 한 푼이라도 더 물려주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저축한다. 그래서 평소에도 “내가 죽으면 내 재산은 다 **에게 주거라”하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막상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특별히 유언장을 작성하지 않는 한 형제들 간에 다툼이 벌어지고, 많은 재산은 상속세로 다 날아가기도 한다.

부모가 장애인 자녀에게 유산이 상속되기를 바란다면 살아생전에 유언장을 작성해야 한다. 민법에서는 유언방식에 대하여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와 구수증서 등 유언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으나 편리하고 안전한 공정증서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장애인 자녀가 아니라 해도 높은 세율의 상속세 부과는 어느 정도 이상의 자산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사업 의욕과 근로의욕을 감퇴시키는 등 부작용이 더 커서 일부 경제학자들도 상속세 폐지를 주장한다고 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복지국가 스웨덴은 상속세가 폐지되었고 노르웨이, 호주, 뉴질랜드, 중국, 러시아 등은 상속세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일본이나 독일은 ‘유산취득세’를 시행하고 있어서 우리나라하고는 좀 다르다고 하는데 상속세 관련 전문가는 아니라서 자세한 것은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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