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장애인복지법] 제2조에 명시된 장애인의 정의에서 "장애인이란 신체적ㆍ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를 말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 같은 정의에 따라 현재는 15가지 유형으로 구분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이 장애인이라고 하면 지체장애인을 떠올리고 거기다가 휠체어를 타거나 목발을 짚은 지체장애인을 연상하게 된다. 다른 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아 장애인의 국제적인 심벌마크도 휠체어 장애인이다. 나라마다 조금씩 모양을 달리하기도 하지만.
휠체어를 이용하여 어디를 가려면 접근로의 턱 높이는 2cm 이하여야 휠체어가 접근할 수가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곳곳이 장애물이고 2cm 이상의 계단이 버티고 있어 장애인의 접근을 아예 막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약칭: 장애인등편의법) 제정으로 대부분 공공기관에서는 장애인편의시설을 설치하므로 이제는 장애인도 마음 놓고 집을 나설 수가 있다. 물론 아직도 곳곳에 장애물이 버티고 있기는 하지만.
얼마 전 제주도 만장굴에 다녀왔다. 만장굴을 다녀온 것이 아니라 만장굴 입구만 구경하고 왔다. 만장굴 입장료는 성인이 4,000원인데 중증장애인(1~3급)은 보호자까지 무료이고 경증장애인(4~6급)은 본인만 무료다. 갈 수 없는 동굴나라에 입장료는 면제라니, 어찌 보면 그림의 떡이지만 장애인이 지체장애인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제주 말로 ‘아주 깊다’라는 의미에서 ‘만쟁이거머리굴’로 불려온 만장굴은 약 10만 년 전~30만 년 전에 생성되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제주도는 180만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1958년에야 당시 김녕초등학교 교사였던 부종휴 씨에 의해 발견되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만장굴은 1962년 12월 3일 김녕사굴과 함께 천연기념물 제98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총길이 8,928m, 폭 2~23m, 천장 높이 2~30m이다.
전 세계에는 많은 용암동굴이 분포하지만, 만장굴과 같이 수십만 년 전에 형성된 동굴로서 내부의 형태와 지형이 잘 보존된 용암동굴은 드물어 학술적, 보전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한다.

장애인은 만장굴을 직접 들어가 볼 수는 없지만, 입구 쪽에 만장굴 홍보관이 있어 그림으로나마 만장굴을 구경할 수는 있었다.
만장굴은 세계자연유산이라고 하는데 이런 세계유산도 장애인은 그림으로밖에는 볼 수 없다는 것이구나.
문화재청으로 문의를 했다.
“혹시 제주도 만장굴 같은 세계유산은 장애인 편의시설을 안 해도 된다는 조항이 있을까요?”
“그런 조항은 없고 관리처에서 문의가 오면 심의를 할 수는 있습니다.”

만장굴의 관리처는 제주특별자치도인데 제주도에는 따로 문의해 보지는 않았다. 만장굴 입구에서 문화 해설사에게 문의했는데 세계유산은 훼손할 수가 없으므로 편의시설 설치는 사실상 어렵다고 했었다.
만장굴이 세계유산이라고 했다. 만장굴은 1962년 12월 3일 김녕사굴과 함께 천연기념물 제98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은 언제 지정된 것일까?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다시 한번 찾아보았다. 2007년 6월 27일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세계자연유산 목록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많은 화산이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되어 있으나 제주도가 화산 분출과정을 잘 나타내고 있고, 특히 성산일출봉은 바다에서 분출된 화산의 전형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사례이며, 용암동굴은 석회 종유석이 화려한 경관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뛰어난 보편적 가치가 있다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권고를 받아들여 제주도의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하였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서-

2010년 10월 3일 그리스에서 열린 세계지질공원 운영위원회에서 제주도를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하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하였다. 지질공원은 유네스코의 협력하에 지질 다양성을 보전하면서 지역사회 발전을 도모하는 제도로서, 2004년 설립된 세계지질공원네트워크에 전 세계 24개국 77곳이 가입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2011년 11월 12일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되었다. 제주도와 함께 발표된 세계 7대 자연경관은 브라질 아마존, 베트남 하롱베이, 아르헨티나 이구아수 폭포, 인도네시아의 코모도 국립공원, 필리핀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강, 남아프리카공화국 테이블 마운틴 등이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 전화로 문의했다. 제주도 만장굴 같은 곳은 세계유산이라 자연경관을 훼손할 수 없어 장애인은 관람함도 불가한데 혹시나 세계유산 중에 장애인이 갈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담당자도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창덕궁의 매표소 같은 일부분만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다고 했다. 문화재를 볼 수 없는데 매표소 편의시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만장굴 홍보관도 들어가는 입구에는 양쪽에 경사로가 있었고 화장실 등은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다. 홍보관 왼쪽에는 커다란 동백나무가 빨간색이 아니고 분홍색 꽃이 만발해 있었다.

[장애인편의증진법]은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이 시설 등을 편리하게 이용하고,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공원,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 등에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에는 모든 국민의 문화 향유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모든 동굴에도 장애인이 갈 수 있어야겠지만, 정작 [장애인등편의법]에도 동굴에 관한 규정은 없다. 우리나라에는 곳곳에 동굴이 많다. 그러나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자연경관을 훼손시킬 수가 없다고 하므로 장애인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그나마 만장굴에는 홍보관이 있어서 다행이지만.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장애인이 갈 수 있는 동굴이 몇 군데 있다. 자연경관이 아니라 인공동굴이다.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광명동굴이나 울산시 울주군에 있는 자수정동굴은 자연경관이 아니라 폐광이 된 인공동굴이라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갖춘 것 같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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