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장애인 수동 휠체어(또는 접는 전동 휠체어)를 자가용 차량의 지붕의 박스에 넣고 다니는 장치가 자주 눈에 띈다. 차량 지붕의 보관장소란 의미로 오토박스라고도 하고, 차량의 지붕 위에 설치한 것이라는 의미로 체어 탑퍼라고도 한다.
하지만 오토박스와 체어 탑퍼는 휠체어를 보관한다는 기능은 같지만 기술적으로나 방식에서 좀 다르다. 체어 탑퍼는 사과가 반으로 쪼개어지듯이 반으로 나누어져 반이 운전석 옆 차량 밖 휠체어를 둔 곳의 위의 위치로 이동한다. 접은 휠체어 손잡이에 고리를 걸면 위로 이동시켜 박스 안으로 넣은 다음, 휠체어를 90도 회전을 하여 휠체어를 눕혀서 반으로 나누어진 부분이 문이 닫히듯이 다시 합쳐지는 방식이다. 차량 지붕에 루프랙을 설치하고 루프박스를 씌운 것으로 크레인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이러한 제품은 창림모아츠나 에스피앤유사가 주로 판매하고 있다.
오토박스는 휠체어 보관장소인 박스 전체가 옆으로 90도 회전(슬라이딩)한다. 체어 탑퍼처럼 박스가 사과가 나누어지듯이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라 박스가 통째로 회전을 하여 휠체어의 위의 위치로 이동하는 것이다. 주판매 회사는 라이드웍스, 코리아모빌리티, 무궁화오토 등이 있다.
오토박스이든 체어 탑퍼든 종종 고장으로 인해 장애인이 곤란을 겪은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오토박스나 체어 탑퍼는 리모컨으로 작동시킨다. 고장이 나면 전문 수리업체에서 출장하여 수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수리가 빨리 이루어지지 않으면 큰 문제가 발생한다.
고장 중 휠체어를 싣기 전에 고장이 나면 이동의 일정을 변경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내릴 때 고장이 나면 훨씬 난감한 사태가 벌어진다. 휠체어를 내리지 못하니 차 안에서 수리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꼼짝도 못하고 기다려야 한다.
한 장애인은 제주도 관광을 갔다가 이러한 고장으로 하루를 허비했다고 하는데, 이 정도면 다행이라고 해야 할 정도다. 한 장애인은 도로를 주행하다가 접촉사고가 났는데, 충격으로 인하여 체어 탑퍼가 작동되지 않았다.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가해 차량과 시비를 가리기도 힘들었다. 리모컨으로 작동이 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만약 화재가 났다면 휠체어를 내리지 못해 탈출할 방법이 없었을 것이고, 차량이 다 탈 때까지 차 안에서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아찔한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차가 폭발하는 데 휠체어를 꺼내지 못해 장애인이 함께 폭발하는 끔찍한 장면을 상상해 보라.
편리를 위해 현관문을 전자식 자동문으로 교체하기로 했다고 하자. 그런데 전기가 나가면 절대로 열 수가 없는 문이라면 자동문이 고장이 나지 않더라도 가끔은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기다리거나 때로는 외박을 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특히 재난으로 인해 탈출을 해야 하는 비상상황에서 전기가 나가면 절대로 문을 열 수 없다면 이러한 자동문은 절대 설치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자동도 좋지만 안전이 더 중요할 것이다. 최소한 전기가 나갔을 경우, 전원을 끄면 수동으로 쉽게 문을 열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외부에서 전기만 끊으면 얼마든지 쉽게 문이 열려서 침입이 가능한 문이어서는 안 된다.
휠체어 장애인 차량용 휠체어 수납 장치는 수동으로 어떠한 조작도 허용하지 않는다. 단지 전문가가 박스를 해체하고 휠체어를 물고 있는 핀을 뽑으면 수동으로 휠체어를 분리하여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 스스로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휠체어 사용 장애인은 이용하지 못하지만 다른 교통약자들을 위해 계단 대신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한다고 가정해 보자. 건물 내에 다른 계단이 또 하나 있다면 하나는 비상계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 하나는 에스컬레이터 설치를 위해 공사하는 동안 다른 계단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건물에 계단 하나만 있다면 에스컬레이터 공사를 하면 계단이 없어지게 된다. 계단 폭이 넓어서 일부만 에스컬레이터로 할 수도 있으나, 좁아서 완전히 에스컬레이터로 변경해야 한다면 공사기간 동안은 아무도 건물을 사용할 수 없다.
그리고 에스컬레이터가 고장이 나서 작동을 멈추면 수리는 이용자가 없는 야간 시간대를 이용해서 하고, 낮에는 에스컬레이터를 계단으로 사용할 것이다. 에스컬레이터는 다행히도 멈추면 계단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오토박스나 체어 탑퍼는 멈추면 다른 대안이 전혀 없다. 리모컨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지붕 위의 휠체어를 내릴 방법이 없다. 리모컨의 배터리가 나가거나 자동차 배터리가 나가면 오토박스나 체어 탑퍼와 같은 휠체어 리프트는 작동을 멈춘다. 자동차 배터리 전원을 사용하기 때문에 배터리가 나가면 사용할 수 없다.
자동차에 비상사태가 발생하여 탈출을 해야 하는 경우는 휠체어 리프트가 고장이 나면 장애인은 탈출할 방법이 사라지게 된다. 이런 경우를 오도 가도 못한다고 한다. 집에 도착하고도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자동차와 한 몸이 되어 운명을 같이 해야 한다. 휠체어를 고리에 거는 순간부터 내 운명을 수납장치에 맡기는 셈이다.
이것은 제품의 하자로 보아야 한다. 고장이 났을 경우 수동으로 휠체어를 조작할 방안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자동문에서 전원을 끄고 문을 열 수 있듯이 수동으로 휠체어를 내릴 방법이 있어야 한다.
차량용 휠체어 리프트 기술규격이나 표준사양에 이러한 방안을 포함하여야 하고, 엄격한 시험을 통해 이러한 안전기능을 검증해야 한다. 오토박스나 체어 탑퍼의 제조사들은 이러한 대체 방안의 기술을 개발하여 제품에 적용하고 이미 판매된 제품들에 대해서도 추가적 리콜 작업을 해 주어야 한다.
장애인 차량에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하는 것은 주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장애인 근로자를 위해 설치비를 지원하고 있다. 500∽700만원 정도의 제품 구입에서 안전 문제가 전혀 고려되어 있지 않다. 공공기금에서 지원된 기술이 장애인이 편리 하자고 한 기술인데, 어떤 상황에서는 장애인을 궁지에 몰고 안전의 사각지대를 조장하기도 하고, 목숨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한다면 이러한 지원을 해 주고 있는 공단이 나서서 안전에 대한 기술개발과 해결책을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장애인보조공학기술을 연구하고 보급하고 있는 여러기관들이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제품이 보급되는 것을 지원하고 허용하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놀랄 일이다. 편리함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위급 상황은 그 확률이 낮다고 하자. 그렇더라도 장애인을 위한 기술이 장애인을 오히려 힘들게 하거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면 새로운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해결을 위한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차량 안의 공간을 넓게 사용하기 위해, 휠체어 탑재가 편리하기 때문에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차량용 휠체어 수납장치는 고장으로 인하여 리모컨으로 조작이 되지 않을 경우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휠체어를 내릴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허점은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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