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결산]-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 시위

2022년 임인년(壬寅年), 올 한해도 장애계는 크고 작은 이슈들로 다사다난한 해를 보냈다.

새 정부가 들어서는 해였던 만큼, 장애계는 더 나은 미래와 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해 처절한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장애인들은 1년간 지하철을 타며 특별교통수단 및 장애인평생교육 지원과 장애인 탈시설,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보장 등 장애인들의 요구를 정부와 사회에 알렸다.

또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진행하고, 555명의 부모가 머리를 깎는 등 대규모 삭발을 전개하기도 했다.

에이블뉴스는 올해 '가장 많이 읽은 기사'를 토대로 한해를 결산하는 특집을 진행한다. 다섯 번째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 시위'다.

지난해 12월 3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오전 출근길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부터 공덕역까지 “교통약자법을 개정하라”고 투쟁을 펼쳤다.ⓒ에이블뉴스DB지난해 12월 3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오전 출근길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부터 공덕역까지 “교통약자법을 개정하라”고 투쟁을 펼쳤다.ⓒ에이블뉴스DB

지난해 12월 3일 오이도역,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장애인권리 보장을 외치며 지하철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252일의 ‘지하철선전전’과 141일, 177명의 ‘삭발 투쟁’, 47차례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까지. 1년 넘게 이어온 지하철 투쟁을 통해 이들은 장애인들이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실질적인 장애인권리보장 예산을 요구했습니다.

지하철에서 시작하고, 투쟁을 이어왔기에 많은 사람은 이 투쟁을 장애인 이동권만을 위한 투쟁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서울시 지하철 엘리베이터 94% 설치, 서울시 저상버스 69% 도입, 일반버스 대·폐차 시 저상버스 도입을 의무화하는 법안 통과가 됐으니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으냐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전국 저상버스 도입률은 30% 수준에 불과하고 장애인콜택시는 서울 등 4곳을 제외한 모든 광역권에서 법정 대수를 충족하지 못하며, 차량 운전원의 수도 부족한 상황 등 장애인 이동권 현실은 열악하기만 해, 장애인이 자유롭게 이동하기에 세상은 여전히 느리고 당사자들은 기다려야만 합니다.

교육과 노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체성인의 평생학습 참여율 43.4%에 비해 실제 장애인의 평생교육 참가율은 고작 0.2%~1.6%이며, 장애학생의 비진학·미취업 비율은 40%에 육박합니다.

'시민 여러분! 장애인도 시민으로 살게 해주십시오!' 피켓을 든 중증장애인 활동가.ⓒ에이블뉴스DB'시민 여러분! 장애인도 시민으로 살게 해주십시오!' 피켓을 든 중증장애인 활동가.ⓒ에이블뉴스DB

이러한 삶을, 현실을 바꾸고자 활동지원 2조 9000억 원으로 증액,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국비 지원,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운영비 지원 시범사업 총 134억 원 반영,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5000개 보장 등 총 1조 3,044억 원 예산 증액을 요구했던 것입니다.

“너희 때문에 1년에 몇 번을 지각하는 거야.”, “왜 시민들 발을 묶어. 우리를 볼모로 잡는 거야 뭐야.”, “너희 장애인이 누구 세금으로 먹고 사는 줄 알아!” 길어지는 투쟁에 사람들은 지치고 사회의 시선은 더욱 냉랭해졌습니다.

“수백만 승객이 특정 단체 인질이 되지 않도록.”, “지구 끝까지 찾아가 사법처리하겠다.”, “장애인들의 요구까지 이렇게 들어주면 나라가 망한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추경호 기획재정부장관 등 정치인들과 정부 인사들의 비판도 거셌습니다.

반면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희처럼 응원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더욱 힘내서 원하시는 바를 이루시길 바랍니다.”,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힘내세요”라며 지지와 응원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사회의 날 선 시선과 비판에도 이들은 투쟁을 멈추지 않았고, 잠시나마 희망을 보기도 했습니다.

보건복지위원회 활동지원 수가 1만 7,000원 인상, 탈시설 장애인 활동지원 추가 시간 240시간 반영, 국토교통위원회 장애인 이동권 예산 총 973억여 원 증액,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근로지원인을 1만 명에서 1만 2,000명 확대 및 정부안 대비 256.4억 원 증액 등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심사하는 국회 상임위원회의 예산에 전장연이 요구해 온 예산의 절반 수준이 반영된 것입니다.

2일 ‘세계장애인의 날 2일 차 결의대회’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투쟁을 외치고 있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출처 : 에이블뉴스(http://www.ablenews.co.kr)지난 2일 ‘세계장애인의 날 2일 차 결의대회’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투쟁을 외치고 있다.ⓒ에이블뉴스DB

하지만 12월 24일 국회를 통과한 2023년도 최종 예산에는 이들이 1년간 요구한 장애인권리보장 예산 1조 3,044억 원 중 0.8%에 불과한 106억 8,400만 원만이 반영됐고, 1년간의 외침은 결국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또 최근 전장연 지하철 투쟁에 대응해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무정차 통과 조치를 실시하고 있으며, 법원은 전장연이 열차 운행을 5분 초과해 지연시키는 시위를 할 경우 1회당 500만 원을 서울교통공사에 지급하도록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마음은 꺾이지 않았습니다. 예산과 지원의 부족으로 인한 장애인의 고단한 삶과 참담한 죽음은 대부분 사람이 접하는 영상 몇 분, 기사 몇 줄짜리의 소식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친구의, 가족의 인생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새로운 한 해를 축하할 2023년 1월 2일, 전장연은 다시 지하철 투쟁을 재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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