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월화 드라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라는 연출, 극본 이윤정·홍문표로 극본과 연출이 같은 사람이다. 이는 주영현의 웹툰을 같은 제목으로 만든 드라마라고 한다. 물론 필자는 웹툰을 본 적이 없고, 그리고 웹툰과 드라마는 약간은 다를 수도 있으므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잘 모른다.
주인공 이여름(김설현 분)은 비장애인이다. 이여름은 세상만사가 귀찮아서 죽고 싶은 마음뿐이라 인생 파업을 선언하고 자발적 백수가 되었다. 비장애인도 그럴진대 장애인은 얼마나 많은 순간들이 인생 파업을 선언하고 싶었겠는가.

이여름은 지방대를 나와서 출판사에 취업했다. 취업하기가 얼마나 힘든 세상인가. 이여름은 선배들이 시키는 온갖 허드렛일을 군말 없이 해냈다. 그동안 혼자 사는 딸을 위해 반찬을 해 주시던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엄마가 죽었어도 산 사람은 살아야 했다. 거기다 6년이나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했다.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지하철을 탔는데, 옆 사람과 이어폰 줄이 엉켜서 내린 지하철 역사 창문으로 하얀 벚꽃 잎이 눈처럼 흩날리고 있었다. 내가 그동안 무엇을 위해 악착같이 달려왔는가. 이여름은 회사에 사표를 내고 가산을 정리했다.
그동안 사 모았던 옷이며 신발 등은 헐값으로 중고 시장에 내다 팔고 배낭 하나만 메고 길을 떠났다. 인생 파업을 선언하고 스스로 백수가 된 것이다. 길을 가다가 깨끗하고 반짝이는 너무나 아름다운 바다를 발견하고는 뛰어들었다. 나는 자유다. 세상이 온통 내 것이었다.
이여름은 그 바닷가에 살기로 했다. 안곡마을이었다. 눈에 띈 것이 안곡도서관이다.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는 안대범(임시완 분)을 만났다. 안대범은 부동산 중개소 주소를 적어 주었다. 부동산 중개소 곽두희(김학선 분) 소장은 이여름에게 당구장을 소개했다.

당구장 건물주는 배영호(유순웅 분)인데 아들 배성민(곽민규 분)은 황창수(오용 분)에게 팔기로 했으므로 안 된다고 했으나 곽두희 소장은 이여름에게 월세 5만 원이라고 했다. 배성민은 당구장에서 사람이 죽어서 20년 동안 비어 있었다고 했으나 이여름은 오히려 고맙다면서 계약했다.
이여름의 전 재산은 500여만 원인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최대한 버티기 위해 오랜 시간 빈 상태로 방치된 당구장을 월세 5만 원에 계약하고, 자신의 생활비를 하루 1만 원으로 타협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안곡마을에 왔으므로 이여름에게 정해진 일과는 없다. 도서관을 찾아 책을 읽고, 도서관에서 만나 제법 친숙해진 안대범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고등학생임에도 학교에 가지 않고 도서관으로 출근하는 김봄(신은수 분))과 친해져서 언니 동생이 된다.

강아지 한 마리가 이여름을 따라왔다. 측은지심으로 강아지를 돌보았으나 강아지는 송옥순 (박옥출 분)이 자기 강아지라며 돈을 내라고 했다. 이여름은 두 달 치 생활비에 버금가는 48만 원을 지불하고 강아지 겨울이와 함께 산다. 김봄이 가는 곳에는 그를 좋아하는 허재훈(방재민 분)이 따라오고 김봄의 할머니 정명숙(김혜정 분)은 이여름에게 북엇국을 끓여 주기도 한다.
김봄에게는 알코올중독자 아버지가 있었다. 술만 취하면 망나니가 되는데 어느 날 칼을 들고 설치다가 김봄이 칼에 찔렸다. 김봄은 병원에서 수술받았지만, 상해라고 하면 치료비는 200여만 원이고 자해라고 하면 치료비는 천만 원이 넘는다고 했다. 그러나 상해일 경우 아버지를 신고해야 했다.
김봄이 수술을 하게 되자 아버지가 배성민에게 재활원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아버지는 재활원으로 들어가고 김봄은 자신이 실수로 배를 찔렀다고 했다.
할머니는 돈이 없었다. 이여름은 수술비 마련을 위해서 동분서주했지만, 수술비를 마련할 길이 없었다. 이여름이 원무과에 가서 자신이 가진 전 재산을 내놓고 통사정을 했더니, 수술비는 이미 다 정산했고 누군지 알려 줄 수는 없다고 했다.

안곡도서관 사서 안대범은 천재 물리학자였다. 그의 양자역학 이론을 인정하지 않는 교수와 틀어져서 안곡으로 왔었다. 세계물리학회에서 안대범의 이론을 인정하자 교수가 안대범을 찾아왔으나 안대범은 안곡이 좋다고 싫다 했었다. 그런데 이여름이 김봄의 치료비 마련에 애를 쓰는 것을 보자 안대범은 교수에게 천만 원을 빌렸다.
안대범이 어릴 때 부모님은 그 당구장을 운영했다. 안대범의 누나 선아는 수학 천재라 아버지는 누나만 예뻐하고 안대범을 구박했다. 어느 날 누나가 당구장에서 죽었다. 형사들이 집요하게 안대범을 추궁하자 아버지를 봤다고 했다. 그 말에 어머니는 자살하고 아버지는 어찌 되었을까?
그동안 안대범을 돌봐 준 것은 누나 친구 조지영(박예영 분)이었다. 조지영은 안대범을 좋아하는데 안대범은 어디선가 흘러온 이여름에게 마음을 뺏기고 있었다. 7급 공무원이 된 조지영은 안대범에게 이여름과 헤어지고 대학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김봄이 퇴원한 이후 할머니 정명숙은 이여름에게 한글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아무도 모르게. 재활원에 들어간 아들이 편지를 보내왔는데 이여름에게 읽어달라 했고 글을 배워서 아들한테 직접 편지를 쓰고 싶다고 했다.

이여름이 사는 당구장 벽에 누군가가 빨간 스프레이로 낙서를 했다. 선아 당구장 너 죽어 등 이상한 낙서였는데 누가 그랬는지 아무도 몰랐다. 부동산 곽두희 소장 아들 곽무철(박지훈 분)이 경찰인데 CCTV를 달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여름이 범인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이여름이 옥상에서 맞닥뜨린 사람이 있었고 강아지 겨울이 때문에 풀려났다. 이여름이 경찰서로 가려 하자 송옥순이 매달렸다. 제발 신고하지 말아요. 우리 아들이에요. 그 아들이 황근호(김요한 분)였다. 우리 아들이 덩치는 저래도 다섯 살밖에 안 되었어요. 황근호는 5살 정신연령을 가지고 있는 자폐아였다.
이여름은 할머니를 바래다주면서 황근호를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 할머니는 네 마음 가는 데로 하라고 했다. 할머니는 한글을 가르쳐주는 이여름이 고마워서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할머니 정명숙은 물론이고 김봄이나 동생 김하늘도 이여름을 반겼다. 이여름도 할머니를 좋아했기에 할머니의 손자가 되기로 하고 그날 밤은 할머니 곁에서 김봄과 같이 잤다.

안대범이 다니던 대학교 대숲에는 이상한 글이 올라왔다. 교수가 안대범의 이론을 천만 원을 주고 샀다고 했다. 조지영이 안대범에게 이제는 어쩔 수 없으니 서울 가서 해명하라고 했다. 조지영은 이여름에게 안대범은 서울로 갈 거니까 떠나라고 했었다. 이여름도 그러겠다고 했으나 이여름은 안곡마을 그리고 안대범을 떠나고 싶지 않아서 안대범에게 잘 다녀오라고 했다.
안대범이 교수에게 양자역학 이론을 산 게 아니라 교수님과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면서 양자역학을 풀어나가다가 막혔다. 그때 이여름에게서 영화 보러 가자는 문자가 왔다. 얼마 전 이여름은 안대범과 영화를 보러 갔으나 아직 개봉 전이라 못 봤던 영화였다.
이여름은 예쁜 옷으로 치장하고 안대범과 같이 영화를 봤다. 안대범은 영화는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나 안대범이 서울로 가야 한다기에 이여름이 터미널까지 안대범을 배웅해주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누군가 후다닥 당구장에서 뛰쳐나갔다.

이여름이 이층 당구장으로 올라가 보니 벽에는 온통 빨간 낙서투성이고 할머니 정명숙이 죽어 있었다. 김봄이 오고 김하늘도 왔고 배성민은 조지영에게 연락했다. 경찰이 와서 황근호를 체포했다. 구급차에 할머니를 싣고 가족들은 같이 타라고 했다. 김봄 김하늘 그리고 이여름도 같이 타고 안곡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119구급차에는 살아있는 사람만 이송한다. 정명숙 할머니는 이미 사망했으므로 구급차에 시신은 싣지 않는다.
정명숙 할머니의 아들 김정훈이 장례식장에 왔다가 이여름에게 뺨을 갈겼다. 너 때문에 우리 엄마가 죽었어. 정명숙 할머니는 이여름이 좋아하는 반찬을 해 와서 한글 선생님 이여름을 기다리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이여름은 장례식장에도 못 들어가고 밖에서 밤을 새웠다. 황근호의 아빠 황창수와 엄마 송옥순이 왔으나 김정훈이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며 한바탕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장의차가 떠났다. 죽음이란 내가 운전하는 버스에 부모님도 친구도 잠깐 만난 사람들도 타고 있지만, 언젠가는 모두 다 내린다. 헤어지는 것도 별일 아니라고. 이여름은 할머니의 장의차를 보면서 엄마가 할머니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할머니의 장례식이 끝나고 이여름이 당구장으로 돌아왔을 때 송옥순이 기다리고 있었다. 송옥순은 이여름이 해 줄 게 있다고 자기 집으로 억지로 끌고 갔다. 송옥순이 이여름 앞에 내민 것은 탄원서였다.
“우리 애는 절대 그럴 애가 아니에요. 우리 근호가 사실은 선아를 좋아했는데 선아가 그렇게 되자 여름 씨 당신도 당할까 봐 도망가라고 경고하려는 것이에요. 제발 탄원서 한 장 장만 써 주세요.”
송옥순은 이여름에게 매달렸다. “아줌마 참 이기적이네요. 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이여름은 할머니를 죽인 범인이 황근호라고 믿고 있었으므로 송옥순을 뿌리치고 나왔다.
설마 정명숙 할머니를 황근호가 죽인 건 아니겠지. 황근호가 아니라면 할머니는 누가 죽였을까?
“내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나는 더 이상 잃을 게 없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고 자신감은 바닥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봄이, 할머니, 재훈이 그리고 안대범을 만나서 웃을 수 있었고 하루하루 재활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여기를 안 왔다면 할머니도 돌아가시지 않을 것이고 대범 씨에게 그런 일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이곳에 오지 말았어야 했다.”
이여름은 다시 배낭을 챙겨서 당구장을 나섰다.

가끔 발달장애아 부모들이 “우리 아이는 천사”라고 한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쁘다고 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사랑스러운 자녀를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남이 볼 때는 예쁜 구석 하나 없는데, 부모가 볼 때는 최고로 예뻐 보인다. 그래서 자식이 마냥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해서 자식의 허물을 잘못 볼 수도 있다.
이 드라마에서 황근호는 다섯 살 정신연령을 가진 자폐아다. 황근호가 천사는 아닐지라도 할머니를 죽인 살인범은 아닐 것 같다. 설마 작가가 발달장애인을 살인범으로 만들겠는가. 그렇다면 할머니를 죽인 범인은 과연 누굴까, 그리고 20년 전에 선아를 죽인 범인은 또 누굴까.
안곡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당구장을 나온 이여름이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황근호를 찾아갔다.
황근호가 들어오자 이여름이 소리쳤다.
이여름: “왜 그랬니? 왜 그랬어? 할머니가 너한테 잘해주셨는데 왜 그랬냐고?”
황근호는 이여름을 몰라보고 잠시 어리둥절했다. 그러다가 “할머니? 아, 할머니 할머니”
황근호는 자신의 머리를 양손으로 치면서 이여름에게 도망가라고 부르짖었다.

이여름은 터미널로 갔으나 차마 안곡마을을 떠날 수가 없었다.
조지영이 안대범에게 전화를 했었다. 네가 없는 동안 이여름에게 큰일이 있었고 그래서 이여름이 안곡마을 떠났다고. 안대범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당구장으로 달려왔으나 이미 이여름은 떠나고 없었다.
안대범이 절망하여 서성거릴 때 저만치 이여름이 보여서 달려갔다. 안대범은 이여름을 자기 집으로 데려가서 같이 밤을 새웠다.
이여름은 황근호 면회 갔을 때 눈이 나빠서 자기도 몰라보던데 당구장에 어떻게 낙서했는지 이상하다고 했다. 날이 밝자 이여름과 안대범은 당구장으로 갔다. 그 당구장에서 안대범은 누나의 죽음을 보았고 어머니도 죽음을 맞았다. 안대범은 두 사람의 죽음에 괴로워했다.
이여름과 안대범은 황근호 부모를 찾아갔다. 아빠 황창수는 아들이 지독한 근시라서 안경이 없으면 사물을 제대로 못 본다고 했다. 엄마 송옥순은 우리 아들은 절대로 그럴 애가 아니며 더구나 황근호는 창녀니, 뭐니 그런 어려운 말은 모른다고 했다.

황근호 방에는 오래전부터 했다는 낙서가 있었는데 암호 같은 그림 문자였다. 이여름과 안대범은 황근호가 쓴 낙서를 보고 암호 해독에 골몰했다.
검은 후드 티를 입고 당구장 문에 낙서하는 사람이 있었다. 너는 누구냐, 곽두희가 괴한을 쫓아갔다. 괴한은 골목을 달렸다. 곽두희도 괴한을 쫓아갔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막다른 골목에서 괴한은 곽두희에게 잡혔다. 후드 티를 입은 괴한은 이여름이었다.
곽두희: “당구장 아가씨가 어떻게?”
이여름: “낙서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했어요. 당신 아들이 그랬지? 근호 씨가 다 봤대요. 아저씨 아들이 살인자라는 거 사람들이 다 알게 될 거야.”
곽두희: “아가씨가 잘못 알았어. 봄이 할머니는 우리 아들이 아니라 내가 죽인 거야.”
이여름은 녹음을 했고, 곽두희가 달려들자 전기 충격기를 내밀었다. 곽두희가 쓰러지자 이여름은 달렸다. 경찰서로.

당구장 문에 낙서하던 검은 후드티를 입은 또 한 사람이 있었다. 경찰 곽무철이 그 사람을 쫓아갔다. 그 사람은 당구장 안으로 들어갔다. 곽무철이 다가가 보니 후드티를 넘긴 사람은 안대범이었다.
안곡중학교 곽무철, 너지? 우리 누나를 죽인 사람이.
그날 안대범 누나 선아가 죽던 날 중학생 곽무철은 당구장에서 선아와 싸웠다. 곽무철이 선아의 공부를 방해했고, 선아는 수학 천재였으므로 공부도 못하는 게 자신에게 대든다고 곽무철을 놀리자 화가 난 곽무철이 선아를 밀쳤는데 선아는 뇌진탕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그 모습을 문틈으로 보고 있던 황근호는 너무 놀라서 말문이 막혔다. 그날 황근호가 본 것은 곽무철이었으나 말문이 막힌 황근호의 낙서는 안곡중학교 표식과 곽무철이라는 이름의 자음과 모음이었다.
이여름과 안대범이 경찰서에서 곽두희와 곽무철을 고발했을 때 믿기지 않는 경찰은 무고죄로 역공을 당할 수도 있다고 했다. 황근호에게 발달장애인 전문 선생이 안대범이 녹화한 영상을 보여주면서 차근차근 설명하자 그제야 황근호의 말문이 열렸다. 황근호는 곽두희와 곽무철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는 드라마다. 드라마는 작가가 써준 대본에 따라서 배우들이 연기를 할 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연기를 보면서 울고 웃고 때로는 분노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 끝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도 발달장애인이다. 발달장애는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를 통칭하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발달장애인은 천차만별이지만, 우영우 같은 발달장애인은 세상에 없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에 나오는 황근호 같은 발달장애인은 현실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는 사람인데, 김요한 배우가 황근호 역할을 잘해 준 것 같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아무리 내 새끼가 귀하다고 해도 황근호 엄마 송옥순이 내팽개쳤던 강아지를 이여름에게 48만 원이나 받고 팔아놓고, 이여름이 황근호를 구해주었는데 미안하다 고맙다며 48만 원은 돌려줬어야지.

곽무철이 선아를 죽인 범인으로 확정되자 안대범은 오래전에 헤어졌던 아버지를 찾아가서 자신이 틀렸다고 사죄했다. 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안대범은 아버지를 봤다고 했고 그래서 어머니가 자살했었다.
이여름은 안곡마을에서 살기로 했다. 할머니가 안 계신 김봄 집에 세 들어 살면서 아침에는 우유 배달을 하고 낮에는 안곡도서관에서 책을 보거나 낮잠을 자고 밤에는 안대범과 바닷가를 달렸다.
사전에서 행복(幸福)이란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라고 하지만, 이여름은 행복이란 충분, 모자람이 없는 상태라고 정의했다. 괜찮아 다 괜찮아.
할머니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게 물이라고 했는데 물맛이 충분하다. 빨래를 빨랫줄에 널기 전에 탁탁 터는 것에 만족했고 안대범과 같이 조깅이 아니라 밤에 달리는 것도 충분했다. 당신의 삶은 충분하십니까?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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