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짝수 년생 분들이 건강 검진을 하는 해였다. 나도 해당이 되고, 직장인이라 꼭 해야 했지만, 미루고 미루다 며칠 전 하고 왔다.​

맘카페의 공동구매를 통해 1년 전에 예약해 놓은 부산의 모 병원에서 했다. 기본 검진 외에 몇 가지 포함된 걸 아주 저렴한 가격에 할 수 있었다.

맘카페 공구로 저렴하게 한 건강검진. ⓒ박혜정맘카페 공구로 저렴하게 한 건강검진. ⓒ박혜정

그러나 비용도 비용이지만, 나와 같은 척수장애인은 아무래도 걱정되는게 더 많을 듯 하다.​

왜냐면, 먼저 하반신 마비로 전혀 일어서지도 못하고, 감각도 없기 때문에 병원의 시설이 전혀 안되어 있으면 검사 자체가 안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시설이 되어 있다 해도 우선 검사복으로 갈아입는 것부터 힘이 든다. 탈의실 안에서 휠체어에 앉은 채로 탈의하고 환복을 하는데 생활에 적응이 꽤 잘 된 나도 쉽지는 않은 부분이다. 또 방광루를 한 나는 다른 사람들이 있는데, 부끄러울 건 없지만 소변백을 꺼내고 옷을 갈아입기가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일찍 왔더니 아무도 없어서 그나마 편하게 갈아입었어요. ⓒ박혜정 일찍 왔더니 아무도 없어서 그나마 편하게 갈아입었어요. ⓒ박혜정 

 

게다가 엑스레이 테이블에, 여러 검사를 하는 높은 침대에 오르락 내리락 수십번 해야 하는 것도 걱정이다. 일어서서 해야 하는 흉부 엑스레이나 유방암 검사도 어떻게 해야 하는 걱정이 되었다.

또한 나는 개인적으로 감각이 없어서 자의로 소변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소변 검사도 무척 힘든 일 중 하나이다. ​대장내시경을 하기 위해 전날 물약이든 알약이든 먹고 줄줄~ 해야하는 것도 보통 곤혹을 치르는 게 아니었다. 전날 속을 다 비우기 위해 집에서 몇 시간 힘든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ㅋㅋㅋ 으앜!!! 대장내시경 물약ㅠ 먹는게 고역이네요. ⓒ박혜정 ㅋㅋㅋ 으앜!!! 대장내시경 물약ㅠ 먹는게 고역이네요. ⓒ박혜정 

하지만 이왕 해야하는 거니 해야 했다.

그리고 병원과 사회에서 조금의 배려와 도움이 있다면 힘든거야 있지만 할 수 있다.나의 경우는 무릎만 살짝 들어주면 높은 침대나 테이블로 충분히 올라갈 수 있고, 다행히 내가 갔던 병원 직원들은 모두 친절하게 잘 도와 주었다.

흉부 엑스레이는 엑스레이 침대에서 할 수 있도록 해줬다. 하지만, 유방암 검사는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하나 난감했다. 일어서서 가슴을 이러한 저러한 방향으로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 치과에서 파노라마를 찍을 때 하던 방법이 생각이 났다. 내가 가던 치과의 선생님, 직원들은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노력하셨다. 그래서 휠체어 밑에 어느 정도 높이의 단상을 놓고, 휠체어를 올려주면 힘들지만 허리를 최대한 꼿꼿이 세워서 그래도 할 수 있었다. 갑자기 그때의 경험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병원 직원에게 좀 높은 단상같은 뭔가가 없을지 물어보고 찾아달라고 했다. 다행히 직원이 어느 정도 높이가 되는 것들을 깔고 깔고 해서 휠체어를 올리고 유방암 검사를 할 수 있었다.

​진짜 완전 일어서서 중심을 잡으며 해야 하는 인바디 검사 빼고는, 직원의 도움으로 거의 모든 검사를 할 수 있었다.

내가 들은 바로는 위장, 대장 내시경을 감각이 없는 척수장애인이라고 큰병원을 가서 하라고 했다는 대부분의 검진 센터나 병원이 많다고 했다. 척수장애인이라고 왜 꼭 더 비용을 들이고 더 먼거리의 큰 병원을 가서 검진을 해야 하는가?

아직 병원 장비이든 시설이 되지 않아서 어렵고 힘든 부분은 많다. 하지만, 조금의 배려와 도움으로 분명히 할 수 있고, 해야하는 거다. 시설, 장비가 되지 않아서 장애인이 더 도움을 받아야 되지만, 장애인이 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도 나는 많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인 내가 비장애인에게 도움을 준 이야기는 다음에 꼭 풀어보려고 한다. 암튼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상관없이 무슨 일이든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다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부분 해야 하는 건강 검진에서 시설과 장비가 되지 않아 겪는 장애인의 어려움은 인식 개선과 배려, 도움만으로 그래도 할 수 있기에 이 글을 적고 있다.​

아듀 2022, 헬로 2023.  ⓒUnsplash아듀 2022, 헬로 2023.  ⓒUnsplash

건강검진을 하고 나니 진짜 뭔가 한해 마무리를 그래도 한 느낌이다. 내년 1월에 검진 결과가 어떨지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별 문제 없겠지...

이제 2022년을 마무리를 할 시간도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나도 남은 시간 한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더 힘나는 2023년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도 의미있고 알찬 시간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부족함 넘치는 휠챠녀의 글, 1년 동안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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