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모두가 37일 간의 행복한 마지막 마무리 여행을 꿈꾸며 멕시코 칸쿤으로 출발하는 날이 드디어 왔다! 뉴욕에서 멕시코 칸쿤까지는 비행기로 4시간 정도 걸린다. 나도 난생 처음 멕시코 입국신고서를 써보며 비행기 안에서도 계속 설레였다.

길지 않은 비행 끝에 멕시코 칸쿤 공항에 내리니 12월 초, 겨울인데도 더운 공기가 훅~ 들어왔다. 캐나다와 뉴욕에서 추웠던 겨울에 있다가 갑자기 여름으로 시간 이동한 느낌이었다.
혹시나 해서 얇은 긴팔 옷을 입힌 현혜가 덥다고 난리였다. 화장실에 가서 애들을 반팔 옷으로 갈아입히려 했지만, 큰 캐리어 깊숙히 있어서 꺼낼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소매만 둥둥 걷어 주었다.

공항 밖으로 나오니, 뭔가 긴 줄이 있었다. 택시를 타려는 줄인지 무언지 모르지만, 우리는 인파를 피해 이미 예약해놓은 우버 택시를 기다렸다. 조금 기다리니 우버 택시가 왔고, 택시 안에는 멕~시~코~ 를 알려주는 기념품이 걸려 있었다. 그것만 봐도 신이 나는 우리 가족이었다.
요즘은 멕시코 칸쿤이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졌고, 신혼여행이나 가족여행으로 가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당시에는 한국에서 멕시코 칸쿤으로 여행은 좀 낯설었다. 아시아, 미주 지역과는 확연히 다른 남미의 분위기 만으로도 우리 가족은 신선하고 색다른 느낌에 들떠있었다.

미국 근처의 남미 국가들 중 특히 멕시코, 쿠바, 도미니카 공화국, 푸에르토리코 같은 나라들은 미국 사람들의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이 나라들의 리조트들은 대부분 올인클루시브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2017년 미국, 캐나다, 멕시코를 37일간 여행하기로 계획을 할 때, 당시 우리나라에서 조식, 워터파크 이용권이나 석식 바베큐 등을 포함해서 호캉스를 하는 정도는 들어 보았지만, 올인클루시브라는 여행 상품은 들어보지 못했었다.
'모든 게 포함된'이라는 뜻의 '올인클루시브(All-Inclusive)' 리조트는 미국에 사는 동생을 통해 처음 들었다. 그걸 듣고 나니 마지막 일주일을 멕시코 칸쿤의 올인클루시브 리조트에서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게 포함되었다는 올인클루시브 리조트 상품은 숙박 뿐만 아니라 일정 내의 모든 식사와 음료, 술까지 모두 제공하는 것이다. 게다가 리조트 안에 수많은 레포츠 시설과 즐길거리를 이용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비용이나 리조트의 특색에 따라 보유하고 있는 시설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부부, 자녀, 부모님 등 여행 일행이 누구냐에 따라, 각자의 여행 목적에 따라 리조트를 선택하면 된다. 그러면 올인클루시브 리조트 안에서 휴양과 함께 즐길거리를 즐기며 온전한 호캉스를 보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미국과 캐나다의 숙소는 저렴한 곳으로 예약해서 돈을 최대한 아꼈다. 하지만 멕시코에서는 조금은 럭셔리한 기분을 내고 싶었다. 짠순이인 내가 그렇다고 아주 고급 리조트를 예약한 것은 아니다. 우리 가족 4명이 1박에 23만원인 중급 리조트에 묵었다.
수영장과 키즈 놀이터, 즐길거리가 아주 많아서 가성비가 너무 좋은 크라운 파라다이스 클럽 칸쿤이라는 곳이었다. 4인 가족이 숙박과 모든 식사, 즐길거리가 모두 해결되는 거니 절대 비싼 게 아니었다.
우버를 타고 예약한 리조트에 도착을 해보니, 룸이 조금 낡은 감이 있었지만, 깔끔하고 좋은 편이었다. 방에서 짐만 풀고 밖으로 나와서 낯선 곳을 둘러볼 시간을 가졌다. 낯선 나라, 낯선 장소를 오면 누구든 탐색의 시간이 필요하다. 어디가 어디인지 천천히 둘러보며 우리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시설을 탐색했다.

내가 상상했던 시설보다 너무 좋아서 가성비가 최고인 리조트였다. 일단 수영장이 꽤 큰 규모의 워터파크 수준이어서 우리 현혜가 놀기에 안성맞춤, 딱!이었다. 현혜는 물만난 물고기처럼 워터파크를 원없이 즐기고, 키즈 프로그램도 즐겁게 참여했다. 물을 좋아하는 나도 이번에는 수영장에서 현혜와 재밌게 놀았다.

또 다른 키즈 놀이터에는 매일, 매 시간마다 체험할 거리가 계속 있었고, 공연장에서 재미있는 공연도 매일 있었다. 그리고 파크 골프장도 있어서 간이 골프도 즐길 수 있었고, 멕시코 전통 공예품 전시장도 한군데 마련되어 있어서 구경도 한참 할 수 있었다.
게다가 12월이라 크리스마스, 연말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도록 해놓은 리조트는 구석 구석 볼거리가 너무 많았다. 새롭게 느껴지는 여름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우리에게 이국적인 여행의 기분을 더해 주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식당이 어떨지 무척 궁금했다. 저녁을 먹으러 가보니 이탈리안 식당, 오리엔탈 식당, 뷔페, 멕시코 식당 이렇게 네군데가 있었다. 첫날 저녁은 오리엔탈 식당으로 정했다. 오리엔탈, 동양의 음식이라고 해서 우리한테 조금 익숙한 맛도 좀 있어서 그런지 기대했던 만큼 음식이 너무 맛있었다.
하루종일 운영하는 뷔페도 먹을 게 아주 다양했고, 이탈리안, 멕시코 식당도 입에 잘 맞고 정말 맛있는 식사를 매일 할 수 있었다. 특히나 나와 남편은 술을 즐기니까 비용 부담없이 마실 수 있었고, 아이들도 먹고 싶은 음식, 음료와 과일 주스를 마음껏 먹고 마셨다.

마음껏 먹고 마시고, 매일 매일 놀이와 체험, 공연을 보고 하고 느끼며 멕시코에서의 일주일이 너무 행복할 것 같았다. 실제로 우리 가족은 7일 동안 리조트에서 매일 너무 재밌고 행복하게 보냈다. 지상 낙원이 있다면 여기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 가족 모두는 멕시코 칸쿤에서 제대로 된 힐링의 시간을 누리고 왔다.
온전히 리조트 안에서 보낸 거지만, 모든 게 해결되는 호캉스의 끝판왕이었던 올인클루시브 리조트에서 정말 편안한 휴식을 하고 너무 즐겁게 보내서 우리 가족은 에너지를 가득 충전할 수 있었다.
37일간의 가족 여행은 이렇게 멕시코 칸쿤에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아끼고 고생했던 미국, 캐나다 30일 여정 뒤에, 칸쿤에서의 6박7일은 우리 가족에게 최고로 행복한 시간을 선사해 주었다.

그런데 누군가는 이렇게 37일 동안이나 여행을 다니며 사진에 보이는 게 다 인듯, 내가 아주 돈이 많은줄 오해하기도 했다. 물론 그런 오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진에 보이는 것들은 궁상맞을 정도로 안 사고, 싼 것만 찾아 입고 먹고 아낀 것들이다.
그리고 이 여행을 하기 위해 1년짜리 적금을 들었고, 그 외에 아끼고 모은 여윳돈을 거의 다 털어서 갔다. 그 돈을 다 써버렸으니 남들이 보기에 너무 무모하고 대책없다고 비웃을지 모르겠다. 비웃어도 할 수 없고, 크게 상관없다.
누가 뭐라든 나는 그냥 단지 여행이 좋을 뿐이고, 여행이 나에겐 최고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이 여행을 할 수 없었다면, 지금의 행복한 우리 가족은 절대 없을거라 생각을 한다.

몸이 불편한 나를 대신해 연년생인 현혜를 키우기 위해 육아의 많은 부분을 해주었던 남편도 이 여행을 통해 지난 힘든 시간을 보상받듯 힐링의 시간이 되었다고 했다.
우리 딸들 현혜도 우울증에 시달리던 엄마인 나로 인해 억눌려 있던 마음이 해소된 것 같았다. 37일 여행을 하며, 하고 난 후, 늘 징징 짜던 울음과 짜증이 없어지고 밝게 웃고 환해진 현혜의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육아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며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던 내가 이 여행을 통해 진정으로 내 마음을 회복하는 기회를 가졌다. 남편과의 사이도 좋아졌고, 아이들에게도 더 넓은 마음을 가진 여유로운 엄마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현혜에게, 나와 남편에게 이 37일 간의 가족여행은 '돈' 혹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이 여행은 우리 가족만의 사랑이 단단한 밑거름이 되어 행복하고 소중한 추억으로 우리에게 죽을 때까지 남을 것이 분명하기에...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날, 37일도 이렇게 짧다니 아쉬움만 남았다. 하지만, 포근하고 따뜻한 집으로 얼른 가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여행으로 가족의 사랑이 충만해진 우리는 여행을 마치고 돌아갈 행복한 우리 집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새삼 깨닫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도 가족과 함께 따뜻하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연말 보내시고 더 멋진 2023년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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