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첼로앙상블 ‘날개’의 제10회 정기연주회가 지난 13일 저녁 7시 30분에 밀알학교 세라믹팔레스홀에서 밀알복지재단 주최, 코리안리 후원, MBN 아나운서 김정연의 진행으로 열렸다.
발달장애인이 18명이나 그것도 모두 첼로만으로 구성된 앙상블은 아마도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먼저 세라믹팔레스홀부터 궁금하다. 밀알학교 내 이런 훌륭한 콘서트홀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특수학교라고 하여 가난해 보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대단한 시설이 특수학교에 있다는 것은 놀랍다.
밀알학교를 건축할 당시 아트홀(미술관)과 콘서트홀은 지역주민에게 함께 이용할 문화시설이 필요했다. 극심한 주민들의 학교설립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홍정길 밀알복지재단 이사장의 말에 의하면, 처음에는 500명 정도 졸업식을 함께 할 강당 정도를 만들려고 했다고 한다. 재단의 비전이 신뢰, 선도, 협력이라는 것은 장애학생들을 위한 사업에 대한 재단의 표방이기도 하지만, 당시 일원동 빈민가를 염두에 둔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사 중 한 사람이 음향에 대한 전문가였다. 세라믹은 도자기를 말한다. 도자기 가축신(팔레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가축을 기르는 신이니 목자와 같은 의미다) 콘서트홀이라니 참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건축가 유걸의 예술과 현대 도예의 최고봉 주러겅 미술의 만남은 음향을 고려함으로써 음악과 건축, 미술이 융합된 종합예술 건축물이다.
도자기를 중국에서 구워서 배로 실어 나르고 도자기 조각을 붙여서 500개의 벽화가 하나로 만들어졌다. 벽에 바른 흙만 45톤, 세수조차 하지 않고 밤낮으로 작업해서 2년 만에 겨우 완성할 수 있었다. 주러겅은 보수를 거절하고 무료 봉사를 했다. 각종 예술의 융합은 바로 장애와 비장애인의 통합과 같은 의미로 느껴진다.
도자기는 한색으로 칠해졌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각기 다양한 색으로 변하여 다채로운 보석처럼 되었다. 도자기에 빈 구멍을 내어 소리를 가두어 울림판이 되어 다시 소리를 크게 울려 퍼지게 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벽은 위로 갈수록 두터움으로 되어 있어 소리를 위로 보내어 큰 울림에도 귀가 아프지 않고 부드럽게 하는 역할을 하게 하였다. 문화재 건물의 기둥을 보면 아래가 둘레가 적은 것과 같은 원리가 소리에도 적용되어 큰 울림을 감당하게 한 것이다.
얼마나 세심한 배려를 했는지, 의자 하나하나조차 소리에 방해가 되지 않고, 앞 사람에 가려 무대를 보지 못하는 문제도 고려하여 지그재그로 배치하였고, 중간 통로도 내지 않았다. 소리를 그대로 품어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길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웅장한 울림과 소리의 섬세함은 무대의 벽면의 반사음으로 보통 노래를 하는 사람은 자신의 소리를 직접 자신의 귀로 듣지 못하는데, 세라믹팔레스홀은 자신의 원래 소리를 들으면서 부를 수 있는 곳이다. 이런 이유로 학교 행사가 아닌 전문 음악인의 대관장으로 유명하다.
콘서트홀이 팔레스이니 예술인의 역량강화와 사회통합이라는 목적으로 설립된 발달장애인 밀알첼로앙상블의 설립은 당연한 순서였다. 레그리느(밀알)가 밀알복지재단 장애인작업장의 상표인데, 이 콘서트홀이야말로 장애인예술의 레그리느이다. 이 홀을 보고 나면 정부가 지원한 장애인문화예술회관 이음센터는 너무나 초라하다.
정석준 감독, 방효섭, 황다솜, 이화영 지도, 반주 정보라로 연주회는 진행되었고, 바이올리니스트 양고은 경희대 교수와 김순영 한세대 교수(뮤지컬 팬텀 주인공이자 열린음악회 단골 출연자)가 게스트로 참여하였다.
1부는 윌리엄텔 서곡(로시니 작, 스위스 독립국 행진곡)으로 서막곡을 선택했다. 처음 하는 연주곡이니 서곡이고, 오페라 윌리엄텔의 스위스 독립군처럼 장애인 문화예술의 독립선언이기도 하다. 모두가 기뻐하고 만세를 부르며 동참해야 하니 간결하고 익숙한 멜로디는 너무나 잘 맞았다.
스케이터즈 왈츠(발드토이펠 작)과 6대의 첼로를 위한 맘보(린더만 작), 파사칼리아(이탈리아 무곡)(헨델 할보르센 작), 서주와 카란텔라(사라사테 작)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스케이터즈 왈츠와 맘보는 단원 선후배가 서로 족 받으며 문답을 하듯이 마련했고, 파사칼리아는 발달장애인 첼로리스트 차지우와 양고은 바이올리니스트 협연으로 흥겹고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었다.
2부에서는 모차르트 소야곡인 밤의 작은 세레나데(Eine Kleine Macht Musik)가 연주되었다. 오폐라 ‘돈 조반니’에 쓰인 곡이다. 이어서 연주한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 마스카니가 작곡한 인터메쪼는 영화 ‘대부’의 앤딩곡이다. 로시니가 작곡한 ‘방금 들린 그대 음성’은 김순영 교수의 게스트 출연으로 마련되었다. 다시 빠른 곡으로 분위기는 서서히 변하여 차이콥스키의 ‘꽃의 왈츠’는 날개를 편 천사가 화원에서 꽃이 되어 춤을 추는 듯 들렸다.
엘가의 ‘위풍당당’은 장애인들의 자아정체성을 말하는 듯하였다. 우아하면서도 품위 있는 연주였다. 2분 간 박수로 요청된 커튼콜 ‘바람이 머무는 날’(카자부에, 바람피리)은 김순영 가수와 ‘엘컴 투 등막골’의 OST이기도 하다. 오오시마 미찌루 곡으로 기억된다.
18명의 단원의 조화로운 화음은 마치 찰츠부르그에 내가 와 있어 사운드 오버 뮤직에서의 도레미송을 부르는 아이들을 직접 보고 있는 착각을 하게 하였다. 첼로들만의 하는 연주는 마치 인간의 목소리만으로 부르는 아카펠라 같았다. 리듬도 있고 반주도 있다.
가장 현악기 중에서 저음인 첼로로 바이올린 소리도 내고, 비올라 소리도 내며, 첼로 소리도 내었다. 같은 악기지만 각기 다른 소리로 다양성의 조화를 보여주었다. 피아노의 오른손과 왼손의 움직임으로 5옥타브를 오르내리는 것 같았다.
이 행사를 6년 간 후원하고 있으며, 첼로를 무상임대해 주고 있는 코리안리 원종규 사장은 3년전 공연을 듣고 잘 한다고 느꼈는데, 날로 발전하여 오늘 들으니 지금은 위대하다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앞으로 100년 인연으로 후원하고 싶다고 말하며 감격을 눈물을 훔쳤다. 코리안리는 재보험사인데, 보험은 가입자의 평안과 행복을 주는 것으로 후원 취지와 맞다고 했다. 오늘 청중들도 행복하고 평안하지 않았느냐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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