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0일은 ‘세계 인권의 날(Human Rights Day)’이다. 2022년 올해가 72주년이라고 한다.

최근 세계사에서 참혹했던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었다. 물론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이지만.

1차 대전은 1914년 6월, 발칸반도의 심장부 사라예보에서 시작되었다. 사라예보 사건은 ‘유럽의 화약고’에 불을 붙인 셈이 되었다. 오스트리아가 세르비아에 선전 포고를 하자, 유럽 전체가 전쟁터가 되었다. 그리고 1918년 11월 독일 공화국이 항복을 발표하고 제1차 세계대전은 끝났다.

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전시회. ⓒ이복남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전시회. ⓒ이복남

제2차 세계대전은 1939년 9월 1일에 일어난 독일의 폴란드 침공과 이에 대한 영국과 프랑스의 대독 선전포고에서 발발하여,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항복으로 종결되었다. 이때 일본의 항복으로 우리나라도 해방되었다.

유엔은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으며 다시는 이런 야만적인 행위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하고 인류가 지향해야 할 인권을 목록화해서 정식 문서로 채택했다.

인류 최초의 국제적 인권 합의문으로 인정이 되었으며 당시 58개국이었던 유엔 회원국이 2년간의 기간을 걸쳐 작성되었다. 그 후 유엔 회원국의 여러 번의 논의를 거쳐 1948년 12월 10일 파리 유엔 총회에서 「세계인권선언」을 발표하고 이날을 『세계인권의 날』로 정했다.

전시를 안내하는 사람들. ⓒ이복남전시를 안내하는 사람들. ⓒ이복남

세계인권선언은 역사적인 문서로 모든 사람이 성별과 피부색, 신념, 종교 등의 특징과 관계없이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것을 문서로 명시하는 데 전 세계가 처음으로 정당한 투표로 합의한 것이다.

세계인권선언에는 시민적ㆍ정치적 권리가 중심이지만 노동자의 단결권, 교육에 관한 권리, 예술을 누릴 권리 등 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권리에 관하여서도 규정하고 있다.

일본 발달장애인 ‘간빠이’ 가수와 함께. ⓒ이복남일본 발달장애인 ‘간빠이’ 가수와 함께. ⓒ이복남

인권(人權)이란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이다. 특히 천부인권설(天賦人權說)은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하늘이 준(선천적인) 자연의 권리, 즉 자유롭고 평등하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학설로, 홉스와 로크 등 18세기 계몽사상가들에 의해 주창되었으며, 이는 미국의 독립 선언이나 프랑스의 인권 선언의 사상적 배경이 되었다.

세계 1, 2차 대전은 끝이 났지만 지금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 중이고 서남아시아 등에서는 내란과 폭력의 악순환이 끊이질 않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종전이 아니라 휴전 중이라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다. 사람들은 휴전 중이라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 같지만.

나 어때요. ⓒ이복남나 어때요. ⓒ이복남

그런데도 우리는 제대로 된 인권을 누리고 있는가. 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는 세계인권의 날을 맞아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부산 동구청 로비에서 인권 관련 전시회를 열었다.

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는 지역 내 장애인의 권익향상과 자립생할 실현을 위해 정책 및 제도 개선 활동을 통해 시민 협치에 힘쓰며, 지역사회에서 물리적 장애 느낌을 갖게 하는 환경개선과 인식개선 사업을 펼치며 장애인 자립생활에 필요한 제반 서비스를 연결하는 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일상을 전시하였다.

우리는 이렇게 가지요. ⓒ이복남우리는 이렇게 가지요. ⓒ이복남

이번 전시회에는 사진 전시를 비롯하여 예술적 감수성을 표현하는 구현우 씨의 유화, 아름다운 외침으로 아침을 여는 정지인 씨의 시화 등 여러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사진은 지평자립생활센터의 발자취이기도 한데 일본 발달장애인 가수 ‘간빠이’와 함께 찍은 사진도 있고,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줄지어 함께 가는 사진도 있었다.

전시회를 하는 1층 로비는 강당 입구에 위치해 있어 다른 행사로 강당에 오는 사람들이 오가며 한 번씩 둘러보기도 했다.

전시는 3일간 지속되었으므로 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직원 및 회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자리를 지키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전시회를 안내하고 설명했다. 보다 많은 사람에게 장애인 인권 그리고 지평이 있다고 외치는 소리였다.

시화 ‘괭이밥’. ⓒ이복남시화 ‘괭이밥’. ⓒ이복남

‘괭이밥’

*김효숙

호미 한 자루 들고

텃밭으로 출근하는 날은

내 마음도 호미 한 자루의 무게만큼

가벼워진다.

 

간밤에 내린 비로

텃밭은 초록 옷을 갈아입고

바람 따라 춤을 춘다.

 

호미는 흙을 만나

돌멩이를 골라내고

유리 조각을 밀어내고

돌과 아쉬운 이별을 하고

 

내 마음속 호미질은

내 안의 쓴 뿌리를 뽑아내느라

분주하기만 하다.

 

문득 호미 끝자락과 마주친

노란 괭이밥 웃음 한 송이

낮은 곳에서 흔들리며

활짝 피어있는 너처럼

나 또한 그늘진 세상에서

고개 숙이지 않고 환하게 피어 보련다

 

오늘도 텃밭에서

호미 끝자락 묵언으로

너를 다독이며

나를 다독인다.

김효숙 씨의 ‘괭이밥’은 (사)장애인문화예술협회가 주최하는 2022년 제16회 장애인 창작문학 공모 전에서 최우수상으로 당선된 작품이라고 한다. 필자가 이 작품을 골라 본 것은 조그맣고 앙증맞은 노란 꽃의 괭이밥을 보면서 ‘너를 다독이며 나를 다독인다’라는 시구가 맘에 들어서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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