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고 있는 송상원 작가의 모습. ©서인환

송상원 작가(화가)는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에 태어났다. 아마도 세계 축제 속에서 흥분된 환호와 떠들썩한 행사 속에서 인간들이 잊고 사는 진정한 지구사랑과 인간의 미래, 그리고 인권을 회복하는 길을 알리고자 태어난 것 같다.

송상원 작가는 3살 때 소아전문병원에서 빠른시일내에 특수교육을 진행하라는 진단을 받았다. 누구와도 전혀 눈을 맞추려 하지 않았고, 다른 방법으로도 의사소통을 하려 하지도 않았다. 주위 사람과 사물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자기세계에 빠져 여러 가지 자폐성 장애 징후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 조경숙 씨는 난감한 충격과 절망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식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송상원 작가가 마음의 문을 열고 언어를 습득하고 소통의 길을 찾자, 이제는 무서운 속도로 지식을 습득하고 자기주장이 뚜렷해졌다. 학창시절 이런 특징으로 인하여 아스퍼거증후군이란 진단을 받았다. 눈치를 보거나 상황적 판단을 하지 않고 자기중심적 주장을 한다는 것이다.

송상원 작가는 작가로서의 재능을 4살 때부터 보였다. 달력 뒷면에 펜으로 그린 호랑이, 사자, 공룡이 친구들을 만들어 줬고 서점의 책들이 그림의 소재와 주제가 되어 작가의 상상력을 키워 줬다.

4살 때부터 직장에 다니는 아빠. 엄마 대신 할아버지 손을 잡고 롯데월드와 과천에 있는 서울 대공원을 매일 다녔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동안 지하철 안에서 보는 바깥 풍경에서 눈을 떼지 않았고, 대공원의 동물들은 작가에게 너무 좋은 놀이 친구였다. 고집 세고 막무가내인 작가가 지하철을 타고 롯데월드와 대공원 가는 날은 신기할 정도로 착한 아이가 되었다고 한다.

선교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대신 종이와 펜만 있으면 그림 삼매경에 빠진 작가는 친구들의 우상이 되었고, 매일 작가의 그림 종이를 받아가느라 아이들이 줄을 서야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고 한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공룡 박사, 일기 박사라는 증명서를 받을 정도로 전문지식이 늘었고, 상상력 부문의 그림 공모전에서도 상장을 휩쓸었다. 작가에게 그림 작업은 재능이기 전에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었고 친구들에게 존재감을 나타내는 도구였다

지금은 발달장애인으로 장애등록이 되어 있지만, 송상원 작가는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을 즐겨 보며, 사회의 모순에 적극 나서서 저항하고 타협하지 않으며, 올바른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그를 발달장애인 참여작가라 부른다.

조경숙 씨는 송상원 작가의 미래가 늘 걱정이었다. 어느 발달장애인을 위한 주제를 다루는 부모교육에서 나사렛대학교 김종인 교수에게 아들의 미래를 위해 대학 진학이 가능할까 라고 질문하였고, 기도하면 이루어진다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원하던 답은 아니지만 그 한마디의 힘을 얻어 대학의 문을 두드렸고, 지금은 조경숙씨는 발달장애 아동의 가족들에게 송상원 작가의 육아 사례를 통해 가능성과 희망을 주고 있다.

조경숙씨는 발달장애인의 가족(보호자)들이 만든 사단법인 로아트에서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로아트는 성인발달장애 예술인의 지속적인 예술 활동과 안정된 삶을 지원하기 위해 부모들이 만든 국내 최초의 비영리법인이다.

로아트는 2017년 ‘별품맘’이란 단체로 시작하여 ‘노블아트’라는 비영리단체로 발전한 후 2019년에 법인이 된 후 2021년에는 경기도 예비사회적기업으로 발전하였다.

장애를 구분하지 않고, 장애인의 예술 언어를 존중하며, 안정적이며 전문적인 활동을 지원하고, 지적재산권 보호와 연구를 통한 복지를 구현하자는 것에 적극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로아트는 2018년 ‘바람 불면 괜찮아요’ 전시를 시작으로 30회에 가까운 전시회를 열었고, 국제교류도 활발히 하고 있다. ‘로아트 스튜디오’(현재 7인이 활동)와 도예실을 운영하여 장애인 예술가를 발굴하고 육성하고 있으며, 각종 워크숍을 통한 작가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원작과 에디션 작품 판매와 주문자 맞춤형 아트상품 개발 및 판매, 기념품과 판촉물 등 굿즈 상품 판매, 도예상품 판매 등 다양한 수익모델을 개발하여 작가들의 지속 가능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작품 렌탈 전시사업은 다른 예술단체나 기획사들의 렌탈사업에 모티브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러한 분주한 활동 속에서 송상원 작가는 나사렛대학교 토이캐릭터디자인학과(디자인학사)를 졸업하고 작품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2023년도에는 서울창작스튜디오의 작가로서도 활동도 꿈꾸고 있다.

송상원 작가는 개인전으로 <뛰는 호랑이 나는 이무기>, <행부기 송상원의 행복나누기>, <행부기와 함께하는 나눔과 소통>을 개최하였다. 행복한 호랑이는 행범이, 행복한 거북이는 행부기, 행복한 요정은 행보미 등으로 불린다. 이 전시회의 주제에서 행복을 영원히 찾지 못했을 절망 시절의 아픔과 행복에 대한 간절함이 장애 경험으로 얼마나 컸었는지와 나눔과 소통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가장 실감한 작가로서의 체험을 확장시켜 모든 사람들에게 소중한 것들을 잊지 말기를 호소함을 알 수 있다.

단체전 참여도 <우리가 기억한다 기록한다> 등 10여 차례 이상 활동한 송상원 작가는 한국발달장애인 미술연합회/비채아트뮤지엄주최 “Dreamability”전에서 ‘가족회의’로 대상을 수상하고, 하나금융그룹 주최 “하나아트버스-발달장애인미술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여 받는 등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백호라면 그 그림에서 호랑이의 기상을 얼마나 잘 표현하였는지, 생동감이 있는지를 찾으려고 하는 심사위원들의 고정관념이 있어서 만약 다른 각도에서 호랑이의 행복이나 친화적 소통을 표현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충분히 반영하였다면 더 화려한 상을 휩쓸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있다.

말보다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을 시작한 작가에게 그림 작업은 자신의 존재 자체이며 삶이다. 어릴 때부터 본인이 본 것들을 도화지에 정확히 구현해냈으며, 자연풍경뿐만 아니라 동물, 식물을 캐릭터화해서 자기 자신과 등장인물의 감정을 스토리로 풀어내곤 했다.

사회와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작품의 주제가 무거울 수도 있지만 작가의 삶에 대한 긍정적 에너지가 다 같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자신이 표현하고 싶을 것을 그릴 때 가장 즐겁다는 작가는 자기만의 색을 갖춘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로 나아가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작가의 경험과 생각들이 쌓이면 표현하는 소재와 주제도 더 다양해지고 깊어지리라 기대한다.

송상원 작가는 지구의 대가족을 그리는 작가다. 그림 속 화면에 주로 등장하는 소재는 나무, 꽃, 동물, 곤충, 풀벌레들이다. 작가는 그들을 인간을 포함해 지구촌에 살고 있는 대가족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 대가족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작가의 선택은 관심과 사랑을 통한 “상생”이다

하찮아 보이는 작은 곤충들과 풀벌레들을 포함해 세상 모든 것은 저마다의 존재 이유와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며 그들과 상생하려는 작가의 마음을 사람들에게 전하려고 노력한다.

송상원 작가는 행복을 찾고 지구사랑을 외치지만, 사람들을 꾸짖기보다는 미소로 소통하려 한다. 코로나로 우울해진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백호의 미소’를 그렸다. ‘목탄화 호작도’를 통해 사람들이 집안의 액운을 몰아내고 좋은 일을 생기게 하는 호랑이, 까치, 소나무를 표현했다. ‘새해 인사 호작도’ 역시 사람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작품이다.

참여작가로서 한국이 쓰레기를 수출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충격을 받아 ‘인간의 후회’란 작품을 그렸다. 환경오염으로부터 지구를 구하기 위해 지구촌 모든 생명체들이 모여 가족회의를 하는 그림이 ‘가족회의’이다. 지구촌의 생존권은 인간만의 것이 아니므로, 회에서 다른 생명체의 자리도 마련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송상원 작가의 작품에는 차별 없는 인간존중과 장애인식개선의 정신이 흐른다. 인식개선보다는 인식전환이 그의 작품에 들어 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용과 이무기의 승천’에서 이무기는 루저인데, 용과 함께 손잡고 승천하면 실패자는 없다는 의미이다.

‘나무늘보의 행복’에서는 느림이 행복인데, 왜 사람들은 조급함을 부지런함으로 착각하는지 깨우친다. 발달장애인에게 기다림과 느림은 느림의 문화를 인정하는 사회를 꿈꾼다. ‘꽃보다 잎사귀’와 ‘뿌리도 꽃이어라’란 작품에서는 사람들은 꽃만 사랑하지만, 땅속에 있어 보이지 않는 뿌리야말로 꽃을 지탱해 주는 소중한 존재이고, 꽃보다 잎사귀에 더 많은 곤충과 애벌레가 살고 있음을 그려 관심에서 외면당한 소중한 인권을 말하고 있다.

송상원 작가는 장애가 있지만 일을 하고 세금을 내는 시민으로 살고 싶어서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작품을 완성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본인 일을 즐길 줄 아는 작가이기도 하다. 학교를 졸업하고 8년 동안을 어린이도서관 사서 보조로 일했고 지금은 씨엔에프(cnf)라는 화장품 회사의 직원으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 ‘가족회의’, ‘나무늘보의 행복’, ‘인간의 후회’. ©서인환작품 ‘가족회의’, ‘나무늘보의 행복’, ‘인간의 후회’. ©서인환
작품 ‘뿌리도 꽃이어라’, ‘꽃보다 잎사귀’, ‘용과 이무기의 승천’. ©서인환
작품 ‘백호의 미소’, ‘새해 인사-호적도’, ‘목탄화-호적도’. ©서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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