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애인계에서 여러 가지 공모전들이 개최되고 있다. 장애인 관련 공모전의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것은 미술대전인 듯하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한국장애인복지체육회 시절부터 미술대전은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미술대전이나 공모전은 기업에서도 개최하고 장애인문화예술단체에서도, 장애인 당사자 단체에서도 공모하고 있다. 장애인 인권 미술작품이나 아태 국제 미술대전 등은 장애인단체가 주최하고 있고, 하나금융그룹의 하나버스공모전과 같이 기업이 직접 발달장애인의 미술 공모전을 개최하기도 한다.

시상을 위한 공모전의 성격을 가지는 경우도 있고, 우수작가를 발굴해 지속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공모작을 선정한 다음, 작가를 연계 고용 하는 조건을 걸어서 일자리 창출로 연결하기도 한다. 공모전이 오디션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은 주로 장애인문화콘텐츠마케팅 전문 회사가 주최하는 경향을 띤다.

다음으로 많은 공모전은 수기 공모전들이다. 장애를 이겨낸 수기에서 장애를 수용하고 자립하는 모습으로 수기를 공모하는 형식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그리고 학생들이 장애학생을 위해 봉사활동을 한 수기를 공모하여 시상해 오다가 이러한 사업들은 상당히 축소되는 경향을 보인다. 다른 유형의 공모전과 같은 상급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하더라도 수기 몇 장을 쓰고 받은 공모전에서의 수상은 다른 공모전의 수고에 비해 다소 시상자의 공로 성격보다는 사업의 활성화 차원의 성격의 수상이 아닌가 싶다.

장애인식개선 교육이 활발히 전개되면서 다양한 공모전들이 등장하고 있다. 인식개선 아이디어 공모나 인식개선을 위한 포스터나 카드뉴스 공모, 인식개선 동영상 등 다양하다. 아이디어는 참신한 표현력이 필요하지만 수상의 결과에 미술이라는 재능도 수상에 한 몫을 하는 것이다. 카피라이터의 광고 아이디어에 미술적 감각이 필요하다. 대상은 일반 시민보다는 학생들이다. 물론 장애인도 포함되거나 장애인에게는 가점을 부여할 수도 있지만, 장애인 당사자만 응모 자격이 있는 미술작품 공모전과는 성격이 좀 다르다.

대기업에서는 사회공헌 차원에서 기술 공모전을 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기금을 후원하는 형식에서 이제는 자신의 기업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분야를 찾아 시민들의 아이디어와 매칭을 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장애인 앱이나 보조기기 개발 아이디어를 공모하여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도록 지원을 해 주고 일부 개발비나 연구비를 지원하면서 시상을 하는 방식이다. 주로 챌린저라고 부른다.

정책 공모전은 아직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듯하다. 시민참여예산제를 이용하거나 제도개선 공모전을 시행하여 지자체가 시상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 대상이 기초단체이거나 제도를 건의한 사람에게 시상이 주어지지만, 이는 개인보다는 지자체 행정의 복지 장려나 홍보 차원의 성격이 강하다. 그리고 아이디어 차원이 아니라 결과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진다.

최근에 부쩍 늘어나는 공모전은 장애인식개선 강사 콘테스트나 인식개선 교육을 듣고 소감문을 공모하여 시상하는 공모전들이다. 복지부와 노동부가 사회적 인식개선 교육과 직장 내 인식개선 교육을 법정 의무화하여 시행하고 있고, 교육기관마다 공모전을 개최하니 공모전이 매우 풍성하다. 하지만 수상자의 수상 대상 결과물의 활용면에서는 작품 공모나 아이디어 공모처럼 활용도가 떨어진다.

건축 관련이나 편의시설 관련 공모전으로 유니버설 공모전도 여러 곳에서 개최되고 있다. 가장 전통이 있는 공모전은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이다. 올해가 17년째이다. 이 공모전을 좀더 자세히 검토하면서 공모전의 전통성과 역할, 기여도, 활용도가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호텔 객실 디자인 “FLOW”, 대상 수상. ⓒ서인환호텔 객실 디자인 “FLOW”, 대상 수상. ⓒ서인환

2022년 기준 응모자도 총 575명이 참가해 392점의 작품들이 경쟁을 벌였다. 흥행성이나 참여도가 매우 높다. 그리고 오랜 역사를 가지고 계속 발전해 가고 있어 내년에도 있으리라는 기대와 더불어 공모전의 노하우가 쌓여간다.

다음으로 공모전의 결과를 전시회를 통해 공개하고 온라인상에서 계속 열람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는 활용도와 기여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사회적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해 준다.

대학일반부에서 대상(보건복지부장관상)으로 선정된 공간디자인 부문의 <FLOW, 모두에게 친절한 객실>은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호텔 객실 디자인으로, 장애인 객실을 따로 두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객실에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하여 장애인과 비장애인, 노인과 어린이 등 모든 사람이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디자인 객실을 제시했다. 모든 사용자들의 요구사항들을 하나하나 해결한 아이디어에 있어 심사위원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의상디자인부문 한국복지대 총장상 수상작. ⓒ서인환의상디자인부문 한국복지대 총장상 수상작. ⓒ서인환

그리고 의상디자인 부문 한국복지대학교총장상 수상작 <Wear love Bag(Wearable Bag)>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입는 가방이다.

손의 자유가 필요한 시각장애인이 소지품을 원하는 곳에 넣고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상황이나 취향에 따라 디자인 조절이 가능하게 한 작품이다. 디자인의 모듈화로 수납기능, 탈착식 기능, 수납 물품에 점자를 넣어 디자인 효과와 사회적 기능성을 제시한 점이 우수하여 선정되었다.

중고등부 최우수상 수상작. ⓒ서인환중고등부 최우수상 수상작. ⓒ서인환

또한 LED디자인과 IOT 기술을 이용하여 사용자의 위치와 피난구까지의 안전하고 빠른 대피경로를 제공해주는 <신속한 피난을 돕는 휴대용 비상조명등>과 보행자를 중심으로 한 셉테드(CPTED)와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한 <안심귀갓길 사인 디자인 매뉴얼>이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중고등부 부분에서는 바코드를 인식하면 유통기한과 영양소, 알레르기 정보 등을 제공하며 영양이 풍부한 요리를 추천해주고 식품의 영양소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식형 요리추천 어플리케이션 요리보GO>가 최우수상에 선정되었다.

한정아 심사위원장(수원대학교 교수)은 “유니버설디자인은 고령사회의 빠른 진입, 장애인에 대한 복지 정책의 필요, 다문화 가족, 지속적인 사회 문제 등에 따라 사회적 약자를 위한 가치 중심의 환경을 디자인 분야에서 선도적으로 이끌어 왔다”며, “공모전 수상작에서 대학일반부는 완성도와 제품화 가능성이 특히 우수하였고 중고등부는 아이디어와 친환경성, 안정성에 뛰어났다.”고 심사평을 남겼다.

이어 “앞으로도 유니버설디자인공모전은 각 부문의 미래 디자이너들이 유니버설디자인에서 같이 교류하며 디자인의 공공에 대한 디자인의 목적과 기여를 생각하는 장이 될 것”이라며 유니버설디자인 공모전을 평가했다.

공모는 함께 하고 같이 문제를 해결하며 그 결과를 공유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그리고 수상자들에게 충분한 명예와 보상이 따라야 한다. 공모전의 활용이 부족하거나 참여도가 낮지 않도록 공모전을 주최하는 단체는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결과물을 적극 활용하여 사회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수기 공모는 인터넷에 업로드하거나 책을 출판하는 정도의 활용보다 공감을 이끌어 내기 위한 더 많은 방안이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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