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목요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동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에는 수십여 명의 사람들이 모인다. 모인 이들은 시청각장애인들이다. 헬렌켈러센터 지원으로 조직된 ‘자조모임’을 통해 한 자리에 모인 시청각장애인들은 모임을 통해 교류하며 세상과 소통한다.

밀알복지재단은 2019년 복지 사각지대의 시청각장애인을 위해 헬렌켈러센터를 설립했다. 헬렌켈러센터는 국내 최초의 시청각장애인지원센터로, 시청각장애인의 권익 향상을 위해 교육, 연구, 인식개선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사회에서 고립된 시청각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위해 매주 1차례씩 시청각장애인 자조모임을 열고 있다.

헬렌켈러센터의 자조모임은 시청각장애인 당사자들이 모여서 서로 교제하고 다양한 정보를 나누는 장이 되고 있다. 자조모임을 이끌어가는 회장이자, 시청각장애인 당사자 김지현 씨를 만나 자조모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시청각장애인 당사자 김지현 씨(사진 오른쪽). ©밀알복지재단시청각장애인 당사자 김지현 씨(사진 오른쪽). ©밀알복지재단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 시청각장애인 자조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김지현입니다. 어릴 적 청각장애인으로 살다가 서른세 살 때 시각장애가 찾아오면서 중도 시청각장애인이 되었습니다. 현재 촉수화와 점자 등을 사용해 소통하고 있습니다.

Q. 자조모임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A. 2019년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가 설립되면서, 센터에서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자조모임을 조직해 주셨어요. 덕분에 센터에서 저와 같은 장애를 지닌 분들과 교류하게 되었고, 같은 당사자분들과 의기투합해 시청각장애인 발굴과 인식개선 활동도 함께 하다 보니 점점 자조모임이 오시는 분들이 많아지게 되었어요. 2019년 시작 당시만 해도 열 명 남짓이었는데 현재는 40여 명이 넘는답니다.

Q. 자조모임에서는 어떤 활동이 이뤄지고 있나요?

A. 헬렌켈러센터 시청각장애인 자조모임은 매주 목요일마다 진행됩니다. 시청각장애인 당사자들이 모여서 서로 교제하고 의사소통하며 일상과 정보 등을 나눠요. 자조모임을 이끌어가는 임원들(회장, 부회장, 총무) 모두가 시청각장애인 당사자입니다. 임원들은 매월 한차례 씩 월례회의를 열고 자조모임에서 진행할 프로그램도 계획하는데요. 헬렌켈러센터와의 협의를 통해 매주 점자교육, 문화체험, 특강 등의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어요.

시청각장애인 자조모임 현장.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시청각장애인 자조모임 현장.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

Q. 시청각장애인에게 자조모임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A. 시청각장애인분들에게 자조모임이 없다면, 항상 집에만 있게 될 거에요. 사회와 단절된 생활을 할 가능성이 커요. 장애인복지법에 명시된 15가지 장애유형에 속한 장애인들은 협회라든지, 복지관 등이 있지만 시청각장애인은 아직 그런 공식적인 협회나 국가 지원을 받는 전문 지원센터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자조모임을 통해서 서로 만나고 교류하고, 대화도 하고, 필요한 교육도 받고, 정보도 공유하는 시간이 소중해요. 자조모임을 통해 시청각장애인분들은 고립된 집 안을 벗어나 밖으로 외출하고, 세상과 소통하고 있어요.

Q. 자조모임에서는 주로 어떤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시나요?

A. 매주 목요일마다 자조모임을 가지고 있는데요. 함께 모여서 점자 공부도 같이 하고 있고요. 일상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있어요.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함께 문화체험활동도 나가고 있습니다. 시청각장애인들 혼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기 어렵기 때문에 자조모임을 통해 밖으로 나가서 경험할 수 있는 체험 중심의 즐거운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헬렌켈러센터가 시청각장애인이 외부활동을 할 때 반드시 필요한 장애인활동지원사, 촉수화통역사 등은 물론 외부 이동이랄지 다양한 활동을 지원해주고 있어서 자조모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거 같아요.

Q. 기억에 남는 문화 체험 활동이 있으세요?

A. 이천에 갔었던 게 생각이 납니다. 가서 직접 도자기 만들기 체험을 했었거든요. 직접 물레도 밟아보고, 도자기 흙도 만져보고 정말 즐거웠었어요. 저는 ‘물레’라는 것이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직접 도자기를 빚어보니 정말 즐거웠고, 다른 시청각장애인분들도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많이들 말씀해 주셨습니다.

도자기 체험 현장. ©밀알복지재단도자기 체험 현장. ©밀알복지재단

Q. 마지막으로, 자조모임 활성화를 위해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실까요?

A. 여전히 많은 수의 시청각장애인들이 고립돼 있어요. 우리나라에 시청각장애인이 1만 명 가량 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저처럼 자조모임에 나와서 활동하는 시청각장애인은 소수죠.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가 그런 분들을 세상 밖으로 꺼내려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지만, 아직 발굴되지 못한 채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분들이 많아요. 시청각장애는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장애기 때문에 정보접근에 어려움이 있어 이런 자조모임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시청각장애인 주변 분들이 헬렌켈러센터처럼 시청각장애인 관련 기관에 시청각장애인 당사자가 있다고 제보하고, 연결해 주시는 일이 매우 중요해요. 글을 보시는 분들 주변에 시청각장애인이 있다면 헬렌켈러센터에 연락해 주세요. 더 많은 시청각장애인분들이 자조모임에 오셔서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고, 정보도 얻고, 교육도 받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 이주희 간사가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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